내 식이장애는 어디서 왔나
작성자 나나
나는 식이장애 환자(였)다
내 식이장애는 어디서 왔나


식이장애를 앓은지 대략 2년쯤 된 것 같다. 지금이 완치인지 아닌지는 사실 나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거식증, 그게 나다.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식이장애가 어느 순간 '짠'하고 시작된 건 아니었다. 나는 지독하리만큼 먹는 걸 좋아하고, 운동은 싫어했다. 학창시절 수행평가는 D, E 같은 걸 받았다. 달리기는 항상 꼴찌, 줄넘기도 못했다. 직장인이 돼서도 이런 습관은 계속됐다.

내가 처음 다닌 회사는 자격증을 많이 따야 하는 회사였는데, 그래서 주로 퇴근하면 내 일상은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바로 자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뭐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지내다 보니, 몸이 아팠다. 심각한 건 아니고, 운동 부족으로 인한 아픔이었다. 그래서 '이번 자격증 끝나면 운동 좀 해야지'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운동부족으로 살다가는 안 될 것 같았다.

자격증 시험은 2020년 11월경이었고, '시험 떨어지면 계속 공부해야되니까 운동은 합격한 뒤에 해야지'라는 핑계로 운동을 미뤘다. 진짜 운동하기가 싫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시험은 한 번에 합격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그렇게 대략 1월쯤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유튜브 보고 홈트레이닝을 했다. 체력이 말 그대로 0에 수렴했던 나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2분도 따라하지 못했다. 너무 힘들고 숨이 찼다. 물론 그게 문제는 아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늘 통통과 뚱뚱 그 사이였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를 섞어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지야, 니는 어떻게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노'.(*경상도에서는 이름 끝자만 부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통통이인데는 다 나름의 비결(?)이 있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 운동을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먹을 걸 아무 생각 없이 먹으니까 살이 계속 쪄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158~159cm를 왔다갔다 하는데, 몸무게는 55~60kg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집에 체중계를 따로 두지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내가 살이 쪄간다고 느꼈다. 그래서 식단도 하자고 생각했다. 저녁에 주로 삶은 계란이나 칼로리바 같은 걸 먹었다. 근데 이렇게 하다 보니, 빠져가는 것도 같은데 체중계가 없으니 정확히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는 거다. 그게 답답해서 결국 체중계를 샀다. 2021년 2월이었다.
이게 망할 식이장애의 시작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