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나만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작성자 리아

자기만의 대답

나만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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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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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펑펑 내리네요. (다급히 창 밖을 확인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글은 눈이 내리던 날 쓴 것이랍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올 겨울 첫눈 오던 날이 떠올라요. 잠에서 깨 언제나 그렇듯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봤는데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어요. 제 눈에 담긴 세상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짝꿍을 흔들어 깨웠죠. 그리고 눈을 처음 본 어린아이 마냥 이 아름다움을 보라며 조잘댔어요.

눈은 신난 제 마음에 보답하는 듯 하염없이 내렸어요. 출근을 해보니 서점 앞 눈더미는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고도 높게 쌓여있더라고요. 갑작스러운 눈이라 마땅한 도구도 없이 수북하게 쌓인 눈을 치우려니 두 볼이 빨개지고 손은 꽁꽁 얼고 콧물마저 흘렀어요. 서점 바닥은 잠시만 나갔다 와도 눈 묻은 신발로 인해 물얼룩이 생겼고요. 차 없이는 방문하기 힘든 곳에 위치한 서점이라 그런지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겨버렸습니다.

하루종일 눈으로 인해 힘들었음에도 퇴근하자 그 사실을 금세 잊고 발목까지 쌓인 눈에 발자국 도장을 쿡쿡 찍으며 산책했어요.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와 양말이 젖어버렸는데도, 길이 미끄러워 발끝만 보고 걸어야 하는데도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길 때면 강아지처럼 즐거웠죠.

문득 눈은 '낭만'이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을 수고롭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기다려지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나만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태하는 태도, 심리, 분위기라고 해요. 저는 낭만을 이렇게 생각해 봤어요. 밥 먹고 사는 것(현실)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오히려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하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소소한 기쁨이 되어주지만, 그럼에도 이유 없이 좋은 일. 그럼에도 소중하게 움켜쥐고 있는 일. 그럼에도 오늘도 반복하는 일.

저만의 가장 큰 낭만은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에요.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하면 할인도 해 주고 하루 만에 배송도 해주는 시대에 기어코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나. 돈을 벌지도 못하고 오히려 모아둔 돈을 사용하며 공간을 운영하는 나. 그럼에도 오래도록 이 공간을 붙잡고 싶은 나. 그렇기에 서점을 운영하고 것 자체가 제 삶의 가장 큰 낭만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또, 누군가에게 일기를 써보라며 레터를 발행하는 것도 저만의 낭만적인 일이에요.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이 레터를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일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그렇다고 이 레터가 먹고사는 문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전혀 아니고요. 그럼에도 매주 꼬박 레터를 써요. 누군가 레터를 읽고 스스로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보길 바라면서요. 교환일기장에 남겨주신 자기만의 대답을 읽으며 그들의 삶에 레터가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믿으면서요.

저는 사실 참 현실적인 사람인데요. 언제부턴가 현실과는 조금 거리를 두며 낭만적인 삶을 향해 방향을 틀었어요. 제가 낭만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저의 이런 모습을 지지해 주며 또한 자신만의 낭만을 향해 걷는 짝꿍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현실 앞에 무너져버릴 것 같은 날에도 짝꿍의 손을 꼭 잡고 삶의 낭만을 차곡차곡 채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나의 낭만들

#책 속의 대답

생각해 보니 나는 굳이 수고를 들이는 일들을 좋아한다. 칼로 연필을 깎고, 매일 시계의 태엽을 감고, 일력을 뜯고, 전기포트를 놔두고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인다.

이런 비효율성을 감내하는 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걸 뜻한다. (바쁠 땐 일력도 밀리고 시계도 멈춘다.) 그래서 내 일상 속에 항상 쓸데없는 일들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기를 바란다. 빠르게 움직이는 일상 속에 수고로운 것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p.67 <아무튼, 문구>

나만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저는 이런 낭만을 사랑해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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