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는 단어가 있나요?
작성자 리아
자기만의 대답
나를 소개하는 단어가 있나요?

여러분은 어떤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나요?
대학생이라면 OO대학교 NN학번 XX과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할테고요, 직장인이라면 회사 이름 혹은 직무와 연차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겠죠. 어딘가에 속해있다면 나를 소개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조금 난감합니다.
퇴사를 하고 나니 스스로를 소개하는 일의 어려움을 느끼게 됐거든요. 예를 들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갔는데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음에도 명확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우물쭈물했고요. 회사를 다니지 않거나 그럴듯한 돈을 벌고 있지 않으면 '백수'라는 단어 외에는 나를 표현할 방법이 없는 건지, 무기력해 보이는 단어 앞에 괜히 의기소침해졌어요.
점점 누군가에게 스스로를 설명할 일이 많아지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업이 아닌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은 없을까?'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책의 질문
나를 소개하는 단어가 있나요?
돌이켜보면 저는 쉽게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편이라 덩달아 저를 표현하는 수식어를 참 많이 가지고 살았어요. 한달살기 세계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스스로를 한달살러라고 표현했고요, 인터넷 세상에서는 도서 인플루언서 혹은 브런치 작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세계여행이 끝나니 한달살러의 삶도 끝이 났고, 삶이 바빠 뜸하게 활동하자 도서 인플루언서나 브런치 작가라고 소개하기 민망한 시기도 있었죠.
지금은 서점을 운영하기에 스스로를 책방지기라고 표현하지만 이마저도 언젠가 서점의 문을 닫게 된다면 잃게 될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그간 저를 소개해주던 단어들은 제 삶의 일부를 잘 표현해 주었지만 제 삶을 관통할 만큼 중심축이 되는 단어들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내 삶을 관통하는 한 단어, 표현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과거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미래의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고민 끝에 적은 표현은 이렇습니다.
'읽고 쓰고 종종 그리는 사람'
읽는 행위는 언제까지고 멈추지 않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은 저를 가장 설레게 하는 일이니까요. 또 평생 글을 끄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결코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명한 작가를 꿈꾼다기보다 지금처럼 계속 스스로의 삶을 일기의 형태로 기록하며 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언제나 그랬듯 아주 종종 그림을 그릴 것이고요.
한 단어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 세 가지를 중 하나만 선택하자니 반쪽짜리 소개가 되어버리는 듯했어요. 읽고 쓰고 종종 그리는 사람, 다시 읽어봐도 가까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저를 소개하기 흠잡을 곳 없는 표현인 것 같아 기쁘네요 :)

#책의 대답
만약 지금까지의 내 삶을 관통하는 단어가 오직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무엇일까? 그러던 중 모 문구회사 홈페이지의 대표 인사말을 읽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OO사를 아끼는 소비자와 문구인 여러분!
문구인. 이 단어를 보는 순간 암실에 빛 한줄기가 쨍하고 들어와 온 방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평생을 찾아 헤맨 단 하나의 단어를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조우한 느낌! 아아, 정말이지 나는 이 단어와 단숨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p.7 <아무튼, 문구> 김규림
나를 소개하는 단어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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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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