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히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작성자 리아
자기만의 대답
열렬히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중학생 시절, 친구를 통해 알게 된 한 아이돌 그룹을 열렬히도 좋아했었습니다.
그들의 방송 스케줄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 모든 본방을 사수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목소리를 녹음해 외울 만큼 닳도록 들었으며, 그들이 예능에 나오는 주말이면 가족 외식도 가지 않은 채 홀로 티비앞에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얻게 된 콘서트 티켓에 마음 설레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들의 무대를 눈앞에서 보게 되자 감격해 목이 쉬어라 그들의 이름을 불러댔었죠.
그때를 떠올리니 괜스레 웃음이 납니다. 그들의 사진이 구겨질세라 A4파일 투명 비닐 사이에 가지런히 모으던 소녀의 마음이 정말이지 너무나도 귀여워서요.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때처럼 누군가를, 무언가를 그렇게도 열렬히 좋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뉴니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열렬히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한 것들은 있었어요. 대학생 때 스페인어에 푹 빠져 독학으로 공부하다 더 배우고 싶다며 교환학생과 유학까지 떠났었고요, 또 언젠가는 기타라는 악기에 빠져 굳은살이 배기도록 연습했었습니다. 하지만 금방 좋아하고 쉽게 질려하는 성향 탓에 지금은 스페인어로 자기소개하기 조차 어려울 것 같고, 기타는 가장 처음 배웠던 G코드조차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한 가지를 깊게 좋아하는 일명 '덕후'들을 부러워했어요. 아니, 여전히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삶이 얼마나 마음 설레는 삶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로 인해 혹은 그것으로 인해 하루가 얼마나 두근거리고 힘찰까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도 요즘 푹 빠져있는 것이 하나 있긴 합니다. 이상한 소리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저는 요즘 저, 스스로에게 푹 빠졌습니다. 나르시시즘인 것은 아니고요, 그저 스스로에게 아주 관심이 많은 요즘입니다. 어디선가 '나'라는 단어만 보여도 마음이 두근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내 마음이 궁금해 자기만의 대답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나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자기만의 공간을 열었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나'로 가득합니다.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스스로가 떠오르다니. 아무래도 저는 스스로를 덕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덕질만큼은 쉽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책의 대답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힘이 세다. 삶의 즐거움이 될 뿐 아니라 생상적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선행을 이끌기도 한다. 팬덤의 기부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덕질이 좋은 것은 내가 행복해지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이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나이 들어도 좋아하는 것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덕후가 되고 싶다.
좋아하는 게 많아도, 너무 많아도 괜찮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으면 되니까.
- 김규림, 이승희 <일놀놀일> p.160-161
뉴니커는 무엇을 열렬히 좋아하고 있나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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