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각 처리 패턴은 어디에 가까울까?
작성자 레몬자몽
유아특수교육 현장 이야기
내 감각 처리 패턴은 어디에 가까울까?
만약 딱 붙는 청바지👖를 입었을 때 다리가 불타는 것 같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대포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면? 일상생활이 무척 어렵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자폐 범주성 장애인들의 '감각 처리 패턴'을 다뤄 보려고 해요. 이 글을 읽고 나면, 한두 번은 봤을 법한 자폐인들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될 거예요. 그리고 내 감각 처리 패턴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사람마다 감각을 처리하는 패턴이 달라요
우리는 모두 '감각'을 활용합니다. 감각에는 크게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있지요. 하지만 사람마다 환경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조금씩 달라요. 똑같은 공간에 있어도 누구는 어둡다고 느끼고, 누구는 적당하다고 느껴요.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짜다고 느끼고, 누구는 괜찮다고 느끼기도 하지요.
특히 어떤 자폐 범주성 장애인들은 이런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 즉 '감각 처리 패턴'이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차이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손을 마구 흔들거나,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도 합니다. 왜 그런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감각 처리에 작용하는 기제 2가지
1️⃣ 신경학적 역치(neurological threshold)
신경이 반응하는 데에 필요한 '자극의 양'이에요.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이기도 해요.
⬆️ 신경학적 역치가 평균보다 높으면?
자극이 많아야 반응해요. '자극에 둔감하다'고도 할 수 있지요. 남들보다 불편함을 덜 느끼는 거예요.
⬇️ 신경학적 역치가 평균보다 낮으면?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요. 쉽게 말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에 쉽게 도달하는 것이지요.
2️⃣ 자기조절(self-regulation)
단어 그대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조절하는 정도를 말해요.
⬆️ 자기조절이 능동적이면?
내가 불편한 자극들을 적극적으로 피해 다녀요. 또는 내가 원하는 자극을 얻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요.
⬇️ 자기조절이 수동적이면?
불편한 자극이 있을 때 위축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요.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 2가지 기제에 따라 Dunn이라는 학자는 감각 처리 패턴을 그림과 같은 4가지로 구분했어요. 각각의 예시를 통해 알아볼게요.
1️⃣ 낮은 등록(low registration)
⬆️ 신경학적 역치는 높고, ⬇️ 자기조절은 수동적!
"나는 자극이 많이 필요해. 웬만한 자극은 자극으로 느껴지지도 않아. 사람들은 내 이름을 부르는데 내가 대답을 안 한대. 하지만 나는 내 이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걸?"
2️⃣ 감각추구(sensory seeking)
⬆️ 신경학적 역치도 높고, ⬆️ 자기조절도 능동적!
"나는 자극이 많이 필요해. 그래야 내가 편안하고 만족이 돼. 내 머리를 때리거나 소리를 질러서라도 그 자극을 충족시키고 싶어. 시각 자극도 많이 필요해서, 형광등 같이 빛나는 걸 보면서 내 손을 흔들기도 해."
3️⃣ 감각민감(sensory sensitivity)
⬇️ 역치도 낮고, ⬇️ 자기조절도 수동적!
"나에게는 작은 자극도 무척 크게 느껴져. 딱 붙는 옷을 입으면 내 피부가 불타는 것 같아. 사람들 발걸음 소리도 대포 소리처럼 크게 들려서 너무 힘들어. 그래서 나는 항상 품이 넉넉한 옷을 입어. 길을 갈 때 가끔 귀를 막기도 해."
4️⃣ 감각회피(sensory avoiding)
⬇️ 역치는 낮고, ⬆️ 자기조절은 능동적!
"나에게는 작은 자극도 무척 크게 느껴져. 교실은 나한테 너무 힘든 공간이야. 볼륨을 최대로 올린 스피커를 계속 내 귀 가까이에 대고 있는 느낌이거든. 그래서 나는 조용한 도서관으로 도망을 와."
많은 자폐인들은 2번(감각추구) 또는 4번(감각회피)의 감각 처리 패턴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모든 자폐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어떤 자폐인들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감각 처리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해요.) 그래서 지나치게 감각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지나치게 민감해 보이는 것이지요. 앞으로 자폐인의 비전형적인 행동을 마주한다면, '감각 처리 패턴이 나와는 달라서 그렇구나!'하고 생각해 주세요.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자폐 범주성 장애의 감각 처리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이에요. 하지만 인간의 감각 처리 특성 자체를 설명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인 것이지요. 우리는 모두 편안하게 느끼는 자극의 정도도 다르고, 그걸 처리하는 방식도 달라요.
예를 들어 저는 사람이 많은 초대형 카페를 가지 않는 편이에요. 닫힌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 말소리가 울리면 머리가 너무 아프거든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똑같은 카페를 가도 나름 이야기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청각의 신경학적 역치가 낮으니까 적극적으로 시끄러운 장소를 피해 다니는 '감각회피' 유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감각 처리 패턴에 해당하나요? 내가 남들보다 더 불편을 느끼는 자극은 무엇인지, 더 선호하는 자극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자극들을 피하기 위해, 또는 추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조절하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 몸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anva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