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유아에게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용할까?
작성자 레몬자몽
유아특수교육 현장 이야기
특수 유아에게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용할까?
TO. '인공지능은 창의력 방해하는 거 아니야? 장애가 있는 아이들한테는 더 안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모두 ✉️
지난 아티클에서는 '언플러그드 놀이'를 통해 유아들이 인공지능 개념을 익히는 과정을 소개했어요. 이런 놀이를 기반으로 유아들이 인공지능 개념에 익숙해진 뒤에는,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적용된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해요. 오늘은 교육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관련 어플리케이션 활용'이 '특수 유아에게 어떻게 좋은가?'를 다루어 볼게요.
1️⃣ 학습된 무기력을 막아줘!
*학습된 무기력: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여 무기력함을 느끼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것
많은 특수 유아들은 장애로 인해 또래보다 실패를 자주 경험하고, 도전을 거부하게 돼요. 이때 인공지능의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서, 조금의 노력으로도 결과를 얻는 경험을 하면 자신감과 효능감이 높아지게 됩니다. 우리가 게임할 때 쉬운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 예시: 오토드로우(AutoDraw)🎨(구글의 그림 자동 완성 프로그램)
여기 소근육 기술이 부족한 지체장애 유아 자몽이🍊가 있습니다.
*소근육 기술: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 쓰는 작은 근육. 대표적으로 손가락 근육이 있어요.
🍊: '나는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다른 친구들처럼 그림을 못 그려. 그림 그리기 싫어!'
그때 특수 교사가 자몽이에게 오토드로우가 깔린 태블릿과 드로잉펜🖊을 주었어요. 자몽이는 드로잉펜으로 태블릿 화면에 동그라미⭕️를 하나 그려 보았어요. 동그라미만 그렸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인공지능이 자몽이 그림을 자동으로 완성해 주었어요. 화면에 보름달, 수박, 훌라후프처럼 여러 가지 동그란 모양들이 나타났어요.
🍊: '조금만 노력해도 할 수 있구나! 내가 선을 좀 더 그어서 그림을 자세히 그리면, 내 그림이 더 정확하게 완성될까?'
자몽이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졌어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동완성 인공지능을 활용하되, 점차 도움을 줄여나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오토드로우로만 그림을 그리다가 ➡️ 오토드로우와 종이에 번갈아 가며 그림을 그리다가 ➡️ 소근육 힘이 좀 생기면 두꺼운 펜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려보고 ➡️ 나중에는 연필처럼 세밀한 조절이 필요한 필기구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선천적으로 소근육 자체가 부족한 지체장애 유아들 중에는 연습을 해도 다른 친구들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이런 프로그램의 활용은 유아가 활동에 참여하는 데에 훌륭한 자원이 됩니다.
2️⃣ 흥미를 유발하고, 연습을 도와줘 ! 🔼
특수 유아들은 학습을 위해서 또래보다 훨씬 강력한 동기💪가 필요해요. 또 더 많은 연습도 필요하지요. 그럴 때 인공지능은 유용한 교육 수단이 됩니다.
✅️ 예시: 챗GPT🤖(OpenAI의 채팅형 인공지능 모델)
여기 공룡🦕에 대해 제한적인 관심을 가진 고기능 자폐 범주성 장애 유아 레몬이🍋가 있습니다.
레몬이는 공룡을 아주 좋아합니다. 반에서 공룡에 대해 가장 잘 알아요. 그런데 마음이 급해서 말이 빨라(말빠름증), 발음이 또래에 비해 부정확합니다. 그리고 집중해서 경청하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기', '경청하기' 기술을 연습하고 있어요.
그래서 특수 교사는 '챗GPT에게 공룡에 대한 질문하기' 놀이를 계획했습니다.
👩🏫: "오늘은 챗GPT에게 공룡에 대해 궁금한 걸 한 가지씩 물어볼 거야. 얘가 얼마나 대답을 잘 해주는지 보자. 대신, 두 가지를 기억해 줘. 하나, 챗GPT가 말을 잘 알아듣도록 하려면, 발음을 정확하게 해 주어야 해. 둘, 모두가 물어보고 나면, 어떤 친구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챗GPT는 어떤 대답을 했는지 선생님이 퀴즈를 낼 거야. 그러려면 친구 말을 잘 들어야겠지?"
유아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교사 휴대폰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공룡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합니다.
👦: "티라노사우루스는 왜 앞발이 짧아?"
👧: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왜 목이 길어?"
🍋: '너무 빨리 말하면 챗GPT는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야겠다.'
레몬이는 챗GPT가 빨리 말하는 친구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또 레몬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에 대해 친구들이 하는 질문도, 챗GPT가 해주는 멋진 대답들도 모두 기억하려고 집중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말하기', '경청하기' 기술을 연습하게 됩니다.
물론 유아의 질문에는 교사가 대답해 주는 것이 가장 좋아요. 하지만 챗GPT라는, 유아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지는 보조 수단을 이용하면, 특수 유아에게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또 챗GPT가 대답을 하며 글자가 빠르게 화면에 적히는 모습은 '시각적 학습자'인 자폐 범주성 장애 유아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자료이기도 하답니다.
3️⃣ 긍정적 이미지를 부여해 줘! 💓
완전통합으로 이루어지는 유아특수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특수 유아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 "저 친구는 나랑은 달라. 하지만 쟤도 꽤 괜찮은 애야."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거지요.
✅️ 예시: 클로바 더빙 💬🗣(네이버의 음성 생성 프로그램)
여기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중증 지적장애 유아 거봉이🍇가 있습니다.
아침 출석체크✔️ 시간이에요. 새싹반에서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거봉이는 소리내어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특수 교사는 네이버 클로바 더빙 프로그램을 활용했어요. 프로그램에 '안녕하세요'라는 텍스트를 입력하고, 남자 어린이 목소리👦로 음성을 생성한 녹음 파일을 휴대폰에 저장했어요.
새싹반 선생님이 '김거봉' 하고 이름을 부르면, 거봉이는 특수 교사가 옆에서 보여주는 휴대폰 화면📱을 터치해 '안녕하세요' 녹음 파일을 재생⏯️해서 대답해요.
새싹반 어린이들은 직접 입을 열어 말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6개월이 지난 지금, 친구들은 거봉이가 클로바를 통해 대답하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거봉이가 멋지고 색다른 방법으로 대답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아무런 대답을 못하는 친구와, 인공지능의 목소리를 빌려 대답을 하는 친구. 유아들은 둘 중 어떤 친구를 더 능동적으로 바라볼까요? 당연히 후자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이것 또한 클로바를 사용함과 동시에, 거봉이가 스스로 발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도 필요해요. 하지만 어떤 특수 유아들은 뇌의 영구적 기능 손상으로 인해 평생 말을 하지 못합니다. 즉, '할 수 있는데 귀찮으니까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닌, '장애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줄여주는 것'이 인공지능의 역할인 거예요.
이 글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자동으로 완성되는 기능이 유아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저해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아특수교육'은 '유아교육'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달라요. 특수 유아들은 '상상력과 창의력 발휘' 이전에,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 '반복을 통한 기술 숙달', 그리고 '또래로부터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을 필요로 합니다. 교사가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특수 유아에게 실보다는 득이 더 많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