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니커 여러분! 팜팜이와 함께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톺아보기를 마저 해봐요. (1편이 궁금하다면? 👉 클릭)

이번 노벨상의 상금은 모키어 교수가 절반, 그리고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받았다고 했죠. 1편에서 아기옹 교수, 하윗 교수의 업적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번 2편에서는 모키어 교수의 업적을 알아보고, 이 셋의 연구가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해요.

🚂 성장은 당연히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모키어 교수는 역사 속에서 지속적 성장의 비밀을 파헤친 경제사학자예요.

경제학자가 아니라 경제사학자라구요,,? 경제사학자는 영어로 Economic Historian이에요. 말 그대로 경제 현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자죠. 경제학의 수학적 모델이나 이론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사건과 데이터를 분석해서 경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나, 왜 그렇게 변해왔나를 탐구해요.

경제사학자들이 경제학자보다 더 잘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의 예시는 다음과 같아요.

어떤가요? 좀 더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 같나요?

모키어 교수의 연구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우리 인류가 산업 혁명의 시작 지점(18세기 중반 ~ 19세기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걸 알 수 있어요. (그래프를 보니 새삼 대단하군요,,)

인류를 뒤흔든 발명품의 대부분은 긴 시간 중에서 최근 몇백 년 사이에 집중되어 있죠.

수천 년 동안 인류에게 성장보다는 정체가 당연한 상태였죠. 인쇄술이나 풍차 같은 획기적인 발명품이 등장해도 일시적인 생활 수준 향상에 그쳤을 뿐, 꾸준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런데! 18세기 산업 혁명을 기점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모키어 교수의 일생의 업적을 보러 가시죠!

🤔 "이렇게" 하면 되더라가 아니라 "왜" 그러면 되더라

모키어 교수는 그 비결로 "과학적 지식의 축적"을 강조했어요.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가 나타나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도대체 왜"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아는 것이 지속적 성장에 꼭 필요하다는 뜻! 산업 혁명 이전의 개선이 주먹구구식이었다면 산업 혁명 시기에는 과학 원리에 기반한 체계적 개선이 가능해졌어요. 기술자들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었을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업 혁명 이전 시기 활동하던 장인(craftsman)에 대해 알아야 해요. 중세~근대 초 유럽의 🔍길드 제도 속에서 활동하던 숙련된 기술자나 공예가를 뜻하죠.

장인들은 경험과 직관으로 조금씩 또 조금씩 기술을 개선했어요. 예를 들어 제철업에 종사하는 장인들은 "(내가 경험해 보니) 불을 더 세게 피우면 좋더라" 정도의 경험에 기반한 개선을 이루었죠. 게다가 과학과 기술은 서로 따로 놀았어요!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산학 협력이 전무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산업 혁명 시기가 되면서 머리와 손이 만났어요. 그 이유를 세 가지 정도 골라볼까요?

🌎 과학 혁명: 그래도 지구는 돈다

첫 번째는 과학 혁명이에요. 과학 혁명은 16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자연과학 패러다임의 대전환이에요. 대전환이라는 거창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과학자 몇 명의 일이 아니라 과학을 대하는 세계관 자체가 바뀌어버린 대사건이었어요! 과거 중세 시대에는 신의 권위가 너무도 강력해서 과학과 이성이 파고들 틈이 없었어요. 틈이 없다기보다는 오히려 박해를 받았죠.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하지만 위대한 과학자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만유인력, 케플러의 타원 궤도,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 등이 말이죠. 신학과 권위 중심의 세계관에서 관찰, 실험, 수학 중심의 세계관으로 이동하는 이 분위기! 자연을 신의 신비로움으로 치부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인간이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법칙으로 격상시킨 대단한 진보였답니다. 좋아요, 지식이 차곡차곡 쌓였어요. 그다음으로 지식이 사회 곳곳에 잘 전달될 수 있어야겠죠?

🌱 지식의 씨앗이 곳곳에 퍼지다

두 번째는 지식이 확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장인의 기술은 비밀처럼 꽁꽁 둘러싸였고, 과학자는 논문을 써서 공표하기보다는 노트에 끄적이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1660년에 영국 최초의 과학 학술 단체 "왕립 학회(Royal Society)"가 설립되었어요.

왕립 학회의 모토는 Nullius in verba였는데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라"라는 뜻이죠. 참으로 살벌(?)하지 않나요? 관찰, 실험, 재현성을 강조하며 과학자들이 서로의 연구를 비판하고 공유하는 지식 검증 시스템이 비로소 생기게 된 거예요! 게다가 비슷한 시기인 1665년에는 세계 최초의 과학 학술지 『Philosophical Transactions』이 등장했어요. 덕분에 개인의 실험 결과가 공식적으로 출판, 기록, 인용되기 시작했죠. (소름 돋는 사실은, 이 학술지는 현재까지도 발간되고 있다는 점! 😳)

자연스러운 결과로, 과학자들은 결과만 띡 쓰지 않고 실험 절차, 도구,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니 말이죠. "재현 가능한 과학"이 시작된 거예요. 과학이 재현 가능하지 않다면 개인적인 믿음에 불과하지만 재현 가능하다면 공동의 진리가 돼요. 믿음과 검증의 차이, 특히나 그 대상이 과학이라면 어마어마한 차이죠. 추가로, 폭발하는 지식과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특허 제도도 탄생했어요. 1624년 영국의 Statute of Monopolies가 그것인데, 사실상 현대 특허법의 시초라고 볼 수 있어요.

🤼 지식! 기술! 크로스!

앞선 두 가지 요소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모키어가 고른 마지막 요소는 "유용한 지식"이에요. (유용한 지식이라는 단어가 고유 명사스럽지는 않군요.) 유용한 지식은 자연 법칙과 기술적 실천이 결합된 것이에요. 문제 → 원인 분석 → 이론화 → 실험 검증 → 기술 개선, 이 실험실에서나 볼법한 과학적 방법론이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스며든 거예요!

우리는 산업 혁명이라고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거대한 기계들의 모음을 떠올리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산업 혁명의 현상이라고 보면 될까요?

그 근본에는 "지식의 체계화"가 있어요. 우연적이지 않은, 지역적이지 않은 지식 말이죠.

🍚 내 밥그릇이 제일 우선인 사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모키어 교수가 언급한 또 다른 요소가 있어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의외일 수도 있는데 고것은 바로,,

예요.

사회적 개방성이 없으면 혁신은 꽃피우기 어려워요. 과거에도 혁신가와 발명품이 꾸준히 나왔지만 지식의 축적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왕권, 길드, 종교, 귀족 등 기득권 세력이 방해를 해서 빛을 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특히 앞에서 말한 길드는 장인들의 이익을 보호했지만 동시에(어쩌면 당연히) 새 기술이나 외부인의 진입을 철저히 막았어요. 새로운 방식이 생기면 일거리가 뺏긴다는 명분으로 금지시켰죠. 이 대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큰 시사점이 되어주는 것 같네요. 자기네 집단만의 이익을 위해 남들을 희생시키는 식으로 말이죠. (보통은 여기에 고상한 명분을 달죠?)

종교의 비이성성을 물리치는 데 과학 혁명이 큰 역할을 했다고 했죠. 과학 혁명 이후에는 계몽주의 시대가 열렸어요. 과학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수 있게 되면서(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면서) 유럽에서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사회 전체를 다시 설계하려 했던 지적, 문화적 운동이 발발한 것이죠.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아요.

계몽주의 시대의 주요 사상가 이름만 들어도 이 시대에 얼마나 대단한 인물들이 명성을 떨치고 파급 효과가 컸는지 알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로크,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칸트 등등,,, 워~~ 이름만 들어도 벌써 오늘 하루 철학 공부는 뚝딱인 것 같군요.

좋습니다! 앞선 1편과 이번 2편에서 살펴본 세 명의 연구는 각기 다른 측면에서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의 퍼즐을 맞춰주었어요. 가볍게 정리하면서 글을 끝내볼까요?

🤔🙌 "왜?"와 "좋아!"

성장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아니었던 이유는 기술을 뒷받침할 과학적 이해와 사회적 수용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보다는 왜를 아는 것이 지식의 응용과 확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우리 인류는 그 자체로 거대한 사회 실험을 한 셈이에요.

🌤️ 춥지 않고 뜨겁지도 않은 따땃한 경쟁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자유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쟁과 혁신의 역동적인 관계를 수학적인 모델과 실제 사례를 통해 입증했어요. 경쟁은 너무 적어서는 안 돼요. 현실에 안주하니까요. 경쟁은 너무 많아서도 안 돼요. 당장 단기적인 해결책만 모색하니까요. 적당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 진입해서 낡고 비효율적인 것을 밀어내야 성장으로 이어져요. 옛날 옛적 슘페터가 이야기했던 "창조적 파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했어요!

💰 말로만? 놉~ 돈이 필요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거나 창업하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필요해요. 하지만 거대 기업이나 연구소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마련하기 힘들죠. 사회의 금융 시스템이 충분히 발전한 상태라면 혁신과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 큰 역할을 할 거예요. 게다가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단기적인 정체는 물론이고, 각종 투자자들이 지갑을 꽉 닫기 때문에 혁신의 자금줄도 막혀 장기적인 침체도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이런 때에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신용을 공급해야 해요.

결론만 들으면, 그걸 누가 모르냐! 싶지만 그걸 실증적으로 입증한 것은 어나더 레벨이겠죠?

우리나라에서도 얼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바라며 이만 마칠게요

모두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