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니커 여러분! 2025년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된 거 알고 계시죠? 훗날 한국은행 총재가 될 팜팜이는 그중에서도 노벨 경제학상을 가장 주의 깊게 봤는데요. 주제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으니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설명해 볼게요!

총 3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는데요. "혁신이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연구가 선정 이유로 꼽혔어요. 쉽게 말해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지식 등이 경제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실증적으로 증명한 것이죠.

🌱 대체 "성장"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보수와 진보는 다양한 관점에서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가장 특징적인 분야인 "경제"에 대해 이 둘은 극명히 갈려요. (훨씬 복잡하겠지만) 간단히 표현하자면, 보수는 "일단 파이 전체를 크게 키우는 것이 중요해! 🚀"라는 생각에 마음이 기울고, 진보는 "파이를 더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중요해! ⚖️"라는 생각에 박수를 보내죠.

파이를 키우는 것이 곧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생각해 봅시다. 본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파이를 더 키울 수 있을까요?

🔥 더 많이 쏟아부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거예요. 간단하죠? 현대 경제학에서 성장 이론의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솔로우-스완 모형"이 이에 해당돼요. 1956년에 발표된 이 모형은 성장이 노동, 자본, 기술 이렇게 3가지 요소 덕분에 가능하다고 봤어요. (노동력이 많을수록, 자본이 클수록, 기술이 발달할수록 성장한다는 이 모형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겠죠.)

그나저나 이 모형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어요. 바로 기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가정을 했기 때문이죠. 오잉? (개인적으로는 기술이 외생적이 아니라는 것은 솔로우, 스완 본인도 알고 있었겠지만 이를 계량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무시한 것으로 생각되네요ㅎ)

게다가 성장 초기에는 노동력이든 자본이든 투입할수록 성장률이 상승해요. 하지만 "한계 생산 체감의 효과" 들어보셨죠? 노동력이든 자본이든 점점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 추가로 투입해도 그만큼 생산량이 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요. 결국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결국 기술 진보가 없이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게 솔로우-스완 모형의 핵심 결론(?)이에요. 그러니까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핵심인데 그 기술이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하지 못한,, 고런 아리송한 모형이라고 할 수 있죠.

💡 기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앞선 모형은 "외생적 성장 이론"을 따른다고 말할 수 있어요. 외생적(exogenous)이란 바깥에서 생성된다는 뜻인데, 기술이 경제 바깥에서 "아무튼 생성되어" 굴러들어 온다는 뜻이에요. 반면에 이에 반발한 경제학자들이 1980년대부터 기술은 경제 내부에서 만들어진다는 "내생적(endogenous) 성장 이론"에 기반한 모형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첫 번째 모형은 1986년에 로머가 발표한 "로머 모형"이에요. 로머 모형은 지식의 축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지식은 노동이나 자본처럼 단순히 들이붓는다고 나오지 않아요. 기업이나 연구소가 아이디어, 기술 등을 만들어내면 그 결과가 지식이라는 형태로 남고 다른 경제 주체들에게 파급되죠. 이렇게 만들어진 지식은 곧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데 다른 요소들과 달리 한계 생산 체감이 작거나 심지어는 없을 수도 있어요. 즉?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의 신호탄이죠.

두 번째 모형은 1992년에 아기옹과 하윗이 발표한 "아기옹-하윗 모형"이에요. (이번에 수상한 두 명이 여기 있네요!)

이들은 대부분의 산업이 다음 세 단계를 무한히 반복한다고 했어요.

사라지고 파괴되는 것은 언제나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감정에만 치우쳐서 옛날 것만 고수하다가는 사회 전체가 퇴행하겠죠. 이들은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기술 수준이 말 그대로 점프한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자세한 설명을 적었지만 다 지우고,,) 위의 그래프에 나와있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성은 확확 뛴다고 보았죠.

🤷‍♂️ 근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아니야?

혁신이 경제를 성장시킨다,, 좋은 말이긴 한데 솔직히 너무 뻔한 말 아닌가요? 게다가 혁신이라든가, 창조적 파괴라든가 이런 개념들을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요? 맞아요! 바로 조지프 슘페터예요. (슘페터라는 단어는 끝말잇기할 때 아주 중요하게 쓰이기 때문에 꼭꼭 기억해야 해요.)

슘페터는 이미 1911년에 저서 『The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혁신과 기업가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고, 이 개념들을 기반으로 1942년에(내생적 성장 모형은 물론, 외생적 성장 모형도 나오기 전에)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기옹과 하윗이 1992년에 발표했던 논문에는 "수학적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을 수학적, 경제학적 언어로 완성한 첫 번째 성장 이론이에요. 개념을 제시하는 것과 이를 이론적으로 정식화해 분석 가능한 형태로 만든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죠.

한번 볼까요?

앗,,,,,,,,, 네,,,,,

📚 결국 이들은 제시하고 증명했다!

자자, 너무 어려운 건 뺍시다. 팜팜이가 열심히 선별했으니 따라오셔요~~ 바로 이들이 어떤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지 말이죠!

🏁 적절한 경쟁은 꼭꼭 필요해

아기옹 교수는 경쟁과 혁신의 역 U자 관계를, 실제 데이터를 통해 보였어요. 아래 그래프에서 x축은 경쟁 강도, y축은 혁신의 정도로 보면 돼요. 어떤가요? 적정 수준의 경쟁이 혁신에 필요하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죠! 극단적으로 자유시장을 추종하는 무한 경쟁의 상황에서는 혁신보다는 비용 절감, 가격 인하 등 단기적인 해결책에 집중하게 되고, 과도한 보호 역시 혁신에 대한 유인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이 연구 덕분에 적절한 진입장벽의 완화와 경쟁 제도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극단적"인 것들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경험적으로, 논리적으로 모든 답은 양극단의 사이,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 국가마다 필요한 혁신의 종류는 달라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국가의 발전 단계에 따라 성장에 효율적인 정책 조합이 달라진다는 프레임을 제시했어요. 개발도상국에 가까울수록 이미 검증된 외부 기술을 채택해서 빠르게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어요.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국민들이라면 모두 경험적으로 알고 있겠죠? 국가가 아직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을 때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기초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통해 장차 나라를 키울 인재들을 육성하는 등 기초 체력을 키우고 이미 만들어진 좋은 제도나 기술들을 적극 수용해서 빠르게 선두를 따라잡는 것이 중요해요.

반면에 선진국에 가까울수록 모방이나 채택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여지가 부족하겠죠. 이미 선두에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때는 질적인 혁신이 중요한데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식 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해서 개별 주체들이 혁신에 참여할 유인을 만들어야 해요. 기업들의 진입은 물론 경쟁과 퇴출까지 활발하게 일어나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언뜻 보면 당연한 말 같기도 한데,, 역시 핵심은 이를 실증적으로 밝혀냈다는 거예요. 팜팜이와 함께 논문을 뒤적뒤적 헤집어봐요!

x축은 미국 대비 GDP로 경제의 규모를 의미해요. y축은 성장률을 의미하죠. x값이 커질수록(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y값은 작아지는데(성장률은 작아지는데), 가만 보니 왼쪽 위에 진입장벽이 높은 국가(HIGH BARRIERS)라고 적혀있네요. 아하! 이 그래프는 진입장벽이 높아 창조적 파괴가 막혀 오래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이 버티는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기울기를 눈에 담아두세요. (그나저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군요. 자랑스럽습니다!)

다음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국가들의 그래프를 볼게요.

기울기가 거의 옆으로 누워있네요! 즉, 경쟁이 활발하고 혁신형 성장 전략이 잘 작동하는 국가들은 선진국이 되더라도 성장률 하락이 훨씬 더디다는 것이죠. 선진국일수록 진입장벽이 곳곳에 있는 것이 크나큰 리스크로 다가온다는 것이 잘 드러난 논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얼른 이 그룹으로 넘어와야겠네요 ㅜㅜ)

💵 결국은 돈이 돌고 돌아야 해

마지막입니다! 2005년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논문 『The Effect of Financial Development on Convergence: Theory and Evidence』을 썼는데요. 여기서 금융 시스템이 혁신과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수학적으로 밝힌 최초의 모형을 제시했어요.

혁신을 위한 R&D나 창업을 할 때는 초기에 커다란 비용이 필요해요. 그런데 거대 기업이나 국가 차원의 연구소라면 큰 부담이 없겠지만 대부분은 내부 자금만으로 충당하기가 어려워요. (애초에 혁신이라는 것이 그렇게 커다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기관에서만 발생하면 경제의 성장은 물 건너간 것이겠죠!) 그러니 금융 시장이 발달해서 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신용과 벤처 자금에 접근이 용이해져야 혁신 투자가 활발해지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의 성장률은 오르겠구요.

아기공 교수와 하윗 교수는 이러저러한(?) 수식과 그래프를 활용해 이론적으로 근거를 내세우고, 1960~1995년 71개국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 금융발달 수준(x축)과 1인당 GDP 성장률(y축)을 나타냈어요. 확실히 비례하는 모습을 보이네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 만약에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어떡하죠? 우리도 몇 년 전에 겪었잖아요! 코로나 직후에는 곳곳에서 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매출이 없어도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받았는데(이게 꼭 바람직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2022년, 2023년에는 자금줄이 꽉 조여지면서(아마 연준이 뒤늦게 강력한 긴축을 시행한 게 한국까지 파급효과를 발생시켰겠죠)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못 받고, 파산하기까지 했어요.

이를 약간의 전문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R&D는 "경기순응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단기적인 경기의 불안정 때문에 자금줄이 막히면, 이는 R&D를 저해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요. 이런 경우에는 개인들에게 투자해라~ 투자해라~ 말을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죠. 따라서 이런 때에는 국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신용 공급을 안정화해야 해요.

이번 주제는 약간 어려우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라는 것이죠.

그나저나 이 논문은 2005년(!)에 나왔다고 해요. 몇 년 후에는,,,? 맞아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죠. 그래서 IMF와 OECD는 물론이고 각국 중앙은행들도 이후 연구에 이 논문을 자주 인용했다고 해요. 금융 발달이 경제 전체의 "충격 흡수 장치" 역할을 한다는 개념의 근거가 되었죠. 어때요. 정말 노벨상 받을만한 인물인 것 같지 않나요?

그나저나 노벨 경제학상은 3명이 수상했다고 했는데요. 나머지 한 분은 어디에 있죠?

고것은,,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글에서 찾아오도록 할게요. 전체 정리와 함께 말이죠 ㅎ

경제 고수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팜팜이를 찾아주세요!

알고 싶은 주제를 써주셔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