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는 떠나야 하는 이들에 대해: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살기 위해서는 떠나야 하는 이들에 대해: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작성자

무비-잇

살기 위해서는 떠나야 하는 이들에 대해: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녹
@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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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석입니다. 오늘은 '무비-잇'으로 찾아뵙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여러분들에게 소개드릴 영화는 11월 27일에 개봉할 <아침바다 갈매기는>입니다. 씨네21 시사회 이벤트를 통해서 다녀올 수 있었어요. 관람 이전엔 영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요, 보고 난 뒤에는 영화의 여운이 깊게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어촌 소멸'에 관한 담론을 꽤나 진지하게 풀어냅니다. 어촌을 배경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하면서, 흔히들 말하는 고령화 사회와 함께 사라지는 마을에 관해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적 관점들을 잘 꼬집어내죠. 그렇기에 영화 관람을 마치고나서 이 영화가 던지는 담론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꽤나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무비 잇'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영화인지, 볼 만한 영화인지를 제가 전해드리는 이야기로 함께 음미해보시죠.


소멸하는 어촌 마을, 그 민낯을 드러내다 🚢

영화는 앞서 얘기했듯이, 강원도의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서사를 풀어냅니다. 이미 마을은 고령화된 지 오래인 상태. 우리가 흔히 아는 농어촌 마을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마을을 카메라가 담아냅니다. 국제결혼을 통해 마을에 살게 된 동남아시아 국적의 젊은 여성, 적은 나이는 아닌 청장년층의 남성, 그리고 수많은 노인들이 사는 마을이죠.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가족은 총 네 명입니다. 아들 용수(박종환)와 함께 새벽부터 매일같이 조업에 나서는 아버지 영국(윤주상), 같은 마을에 살지만 이혼해 각자의 길을 걷는 용수의 어머니 판례(양희경), 그리고 용수와 국제결혼을 통해 아내가 된 영란(카작). 이 넷은 평화롭지만 그렇다고 다채롭진 않은 평범한 어촌 마을에서 일상을 보내는데요. 용수가 영국에게 조업 일을 그만두겠다 말하고, 용수는 '가업'을 이어야 할 용수가 일을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 것에 큰 반기를 들며 본격적으로 서사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그 마을을 떠나기 위한 "모략"이 다소 놀라운 방법이었죠.

용수와 영국이 함께 힘을 모아 한 작전을 펼치는데요. 그것은 바로 '보험 사기'였습니다. 영국이 용수를 "조업에 나갔다가 바다에 빠져서 죽었다"고 하고 신고를 한 뒤, 마을에 남게 되는 판례와 영란에게 판례 앞으로 든 용수의 사망보험금을 탈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죠. 그 사망보험금을 통해 판례 가족이 소멸 위기에 처한 어촌 마을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미래를 꾀한 것이었습니다. 용수와 영국의 계획은 어쩌면 그럴 듯 했어도, 둘의 손발이 척척 맞진 않았기에 그 불협화음에서 오는 코믹 요소가 있었습니다.

'용수가 죽었다'라는 소식에 평화롭던 어촌 마을이 뒤집어지는데요. 그 내막을 알고 있던 영국은 그런 상황에도 꾸준히 조업을 나서지만, 판례는 밤을 꼬박 새가면서도 매일매일 용수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바닷가에서 자리를 지키죠. 아내인 영란은 같은 마을의 국제결혼 부부들에 비해 자신에게 애정과 관심을 주었던 용수가 죽었다는 소식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갑니다. 그 과정 중 온 마을에 용수에게 사망보험이 가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제결혼으로 온 이방인 영란에게 쏟아지는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조롱은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돈과 이방인'의 관계가 얽히자 어촌 마을의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죠.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서 쉽게 국외 이주민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의심들은 도를 넘어 영란을 끔찍이 여기던 판례의 마음에도 영향을 줄 정도였으니까요.

평소에는 서로를 아끼는, 가족이라고 여기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의심으로 변질되는 상황에 놓이자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 온 영국, 그리고 마을로 이주해 살던 영란이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 외에도 용수의 "죽음"으로 낱낱이 밝혀지는 국외 이주민에 관한 법의 허점이나 경찰과 같은 국가기구들이 법 앞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한계들까지 드러나죠. 적나라하고 날카롭게 지적하진 않았어도, 서사 속에서 부드럽게 현실적으로 드러내는 "불편한" 상황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용수네 가족은 성공적으로 마을을 떠날 수 있었을까요? 자세한 결말과 내용은 11월 27일 영화관 개봉을 통해 확인하세요.


재치있는 은유와 그야말로 리얼리즘. 🎞

갈매기는 철새로, 살기 위해서 거처를 계속해서 옮겨 다닌다고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거처를 옮기는 학부모들이 있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국외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죠. 영화에서는 '살기 위해서' 어촌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농업과 어업처럼 1차 산업의 중요성이 최근 기후 위기를 이유로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산업 종사자들의 처우나 상황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죠. 특히 초고령화 문제가 지방 도시에 나타나게 되면서, 그 중에서도 더욱 취약한 농어촌 마을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사실입니다. 젊은 세대가 정착하기는 커녕, 떠날 생각에 급급한 실정이죠. 젊은 세대가 농어촌 마을을 기피하거나, 최근 귀촌 현상이 떠오르던 상황 속에서도 귀촌을 포기하게 된 이유로 많은 문제점이 꼽히기도 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는 그 중에서도 귀촌을 꿈꾸며 이주를 해 온 사람들에게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이었어요.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게 은근히 방해한다거나, 자연스레 마을을 떠날 수 있도록 따돌리는 일종의 '압박'을 주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죠. 이런 점은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 어촌 마을에 이주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외지인, 외부인인 존재들에게 가해지는 따돌림을 분명하게 드러내죠. 박이웅 감독은 "영란이 한국말도 잘 못하면서 꾀를 부려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뒷말을 옮기거나, 영란의 앞에서 "보험금 받아서 뭘 할거냐", "용수 수색하느라 조업 못 나간 우리를 위해 보험금 일부를 보상금으로 줄 생각이 있느냐"라고 대놓고 조롱을 하는 노인들을 필름에 담아냅니다. 일각에서는 "과한 표현"이라며 비판할 수 있겠지만, 알려진 현실은 적어도 거짓이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영화는 지나치게 공동체 가치를 내세우며 외부인을 배척하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고 하는 그들의 행위를 우리가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관객들이 더 인상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을까요. 박이웅 감독은 서사를 풀어가는 주체를 고령화가 진행 중인 어촌 마을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노년층 인물로 설정합니다. 관람이 끝나고 영화를 돌아봤을 때, 만약 서사의 주체가 젊은 세대인 용수였다면 서사의 전달력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히려 노년층의 주인공이 서사를 풀어가는 중에 그 서사 속에서 어촌의 폐쇄성을 목도하며 충격받고, 자신의 보수적 가치관을 부숴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갈매기가 살아남기 위한 거처를 찾아 계속 떠나듯, 소멸하는 어촌 마을에서 생존을 위해 떠나는 용수를 조명하는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그 현실적 문제들을 사실적인 서술을 통해 드러냅니다. 생존을 위해 한국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영란도 일종의 '갈매기'와 같은 인물이었죠. 영란은 자신을 배척하고 본국에 씌워진 프레임으로 조롱받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또 한 번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판례를 위해 마을에 남게 될까요. 아니면 또 다시 떠나기를 결정할까요. 용수와 영란, 이 두 갈매기를 위해 노년을 마무리하며 삶의 끝을 마주할 이들인 영국과 판례가 행할 결정들은 무엇일까요. 11월 27일에 개봉하는 <아침바다 갈매기는>을 주목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갈매기일까요? 여러분들은 살면서 "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점에서 올해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가 전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요.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즉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났던 계나의 선택은 어쩌면 갈매기와 같은 선택이며 도전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동명 원작 소설이 2010년대에 언급되던 '헬조선'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냈지만, 그 시절을 보낸 이후의 우리나라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번 <아침바다 갈매기는>을 통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요. 도시의 삶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이 아닌 '생존'이 우선적 가치가 된 농어촌 마을의 청년층에게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도시의 청년층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요?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11월 27일 개봉으로 여러분들에게 찾아갈 예정입니다. 미리 시사회를 다녀와 이렇게 리뷰 및 분석 글을 작성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져 있으니까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꼭 관람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영화를 통해 새로운 아티클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