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원 진학을 위한 빅뱅의 시간
작성자 지구별시골쥐
나의 환경이야기
#2 대학원 진학을 위한 빅뱅의 시간
빅뱅 전초전
한 점에 응축된 강력한 에너지가 일시에 폭발하여 시공간을 형성하며 팽창하는 현상을 빅뱅이라 한다. 2014년 환경대학원 준비 과정은 마치 빅뱅 같았다.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결정한 후 면접까지 내게 허락된 시간은 반년 남짓 - 모든 것을 한 번에 터뜨려야 했다. '환경' 키워드로 검색해 얻어걸린 대외 활동 중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에 닥치는 대로 참여했다.
자기소개서 경력 부분을 한 줄 씩 채우는 과정에 기라성 같은 지원자를 여럿 봤다. 일단 출발선상이 달랐다. 어딜 가든 일단 한국 특유의 신변 조사가 진행됐는데 나에겐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 '지방대 출신의 변변찮은 경력'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쥐구멍에 들어가 숨고 싶을 때가 적잖이 있었다. 물론 찬찬히 돌이켜보니 나 홀로 착각했던, 자격지심의 발로였던 때가 대다수이긴 하다.
마음을 비우니 인도함을 받았다
내 과거는 바꿀 순 없으니 맡은 바 '최선을 다했다'. 아니, '마음을 비웠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마음을 비우니 천운이 따랐다. 당시 대학원 지원 시 제출했던 환경계획학과(환경관리학) 수학계획서를 들춰봤다. 약 6개 월 간 '몸으로 때워 만든' 환경분야 유관 경력이다. 지원 분야에 일자무식이던 내가 그나마 서류와 면접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짧은 기간 만들어낸 다채로운 경력 덕분이다.
주님께서 인도하셨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는 천운이 따랐다고 했다.
단 6개월만에 국제환경 이슈에 대해 썰을 풀 수 있는 지식을 채워 넣고 주요 경력을 쌓았다. 서울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국내를 가로질렀고, 일본에서 남미까지 대륙을 넘나들었다. 2014년 한 해에 유엔 3대 환경 협약 중 두 현장에 모두 발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생물다양성 협약이 개최된 강원도 평창에서 한 달 동안 참가자 등록(registration)과 의전(protocol)을 담당했다. 기후변화협약 참관을 위해 난생처음 페루 리마를 방문하여 현장을 부지런히 누볐다.
저는 "'국제환경전문가'를 꿈꾸는 지원자입니다" 라고 내세울 만한 이력을 채울 수 있던 2014년은 내게 정말 기적 같은 한 해였다.
빅뱅 터뜨 준비가 끝났다.
국제협약의 투 톱 : 사무국(Secretariat)과 당사국(Parties)
모든 국제협약은 사무국(Secretariat)과 당사국(Parties)로 크게 구분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무국은 대통령이 있는 행정부, 당사국은 국회의원들이 있는 입법부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즉, 사무국 전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의 지시를 받아 협약의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이는 당사국들의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의 회의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 사무국은 협약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는 역할이 있는데 예를 들어, 각국 보고서나 통계 자료, 연구 결과 등을 모아서 당사국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협약의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협약 당사국 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허브 역할도 하며, 당사국들이 협약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행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돈' - 협약의 예산을 관리하고,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며, 기금을 분배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한편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는 협약에 가입한 모든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당사국총회의 주요 역할은 협약의 전반적인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 있는 협약의 이행을 위한 규정과 절차를 채택하기 때문에 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간주된다. 이를 위해 당사국총회는 정기적으로 모여 당사국들의 협약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각국의 보고서를 검토하며 필요에 따라 협약의 내용이나 부속 문서를 수정하거나 개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유엔 3대 협약에 모두 가입된 당사국 일원으로 대통령령에 따라 환경부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주무부처이고 산림청이 사막화방지협약을 담당하고 있다. 당사국 총회의 장소는 매번 바뀌는데, 우리나라는 강원도 평창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을, 경남 창원에서 사막화방지협약을 각각 한 번씩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