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vs. ‘좀비딸’의 결정적 차이? 웹소설·웹툰 원작이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두 영화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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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vs. ‘좀비딸’의 결정적 차이? 웹소설·웹툰 원작이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두 영화 📈📉
뉴니커, 요즘 개봉한 영화 중 유독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 2개 있는데, 혹시 뭔지 아나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딸’인데요. 두 작품은 장르도, 분위기도, 규모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딱 하나 있어요. 바로 웹소설·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실사화 영화라는 것.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았던 작품인 만큼, 개봉하자마자 수많은 원작 팬들이 몰려 이슈가 됐던 점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두 작품에 대한 반응은 예상외로 크게 갈렸다고.
오늘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딸’에 대한 사람들의 엇갈린 반응과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흥행 실패한 ‘전지적 독자 시점’과 예상치 못한 성공 거둔 ‘좀비딸’, 무엇이 달랐을까?

영화 보는 거 좋아하는 뉴니커라면 최근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라는 영화에 대해 들어봤을 거예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전독시는 웹소설에서 시작된 원작이 웹툰화를 거쳐, 실사 영화화까지 된 작품인데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장편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던 주인공 ‘김독자’가 작품 속 세계에 빙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현대 판타지 장르의 작품으로, 수준 높은 액션 묘사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회차가 거듭될수록 더해지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 + 현대 판타지 장르적 요소를 적절하게 섞은 세계관으로 엄청난 팬덤을 만들어냈고요.
2018년 연재를 시작한 웹소설 원작의 누적 조회 수가 3억 회를 넘을 만큼 전독시 원작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는데요. 여러 나라로 수출되어 수익을 내면서 ‘나혼자만 레벨업’, ‘화산귀환’ 등 다른 작품들과 함께 ‘웹소설계의 전설’로 자리잡기도 했어요. 2020년 네이버웹툰을 통해 웹툰 연재가 시작된 이후에는 웹소설·웹툰을 합친 글로벌 누적 조회 수만 25억 회에 달하는 자타공인 ‘메가 IP(Intellectual Property)’로 자리잡았다고.
이런 전독시의 실사 영화화 소식이 알려지며 작품은 또 한 번 화제가 됐어요. 3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는 물론, ‘더 테러 라이브’ 등 화려한 액션 영화를 주로 맡아온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안효섭·이민호·나나·지수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2025년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평가까지 나왔거든요. 탄탄한 원작과 웹소설·웹툰을 통해 쌓아온 팬덤이 있는 작품인 만큼, 흥행도 보장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실제로 전독시는 7월 23일 개봉 후 첫 주 만에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찍고, 대만 등에서 ‘신과함께-죄와 벌’, ‘파묘’ 등을 뛰어넘는 개봉일 기준 최고 수익을 갱신했다고.
하지만 “전독시 성공, 이대로 쭉쭉 이어질 거야!” 했던 기대와 달리, 개봉 직후가 지나자 전독시의 성적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후 약 일주일이 지난 29일 전독시의 하루 관객 수는 5만 4800여 명으로, 훨씬 이전에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의 같은 날 관객 수 (6만 2100여 명)보다 7000명 넘게 떨어졌다고. 지난 4일 기준 누적 관객 수 역시 약 97만 4000명으로, 제작비 복구를 위한 최소한의 손익분기점인 600만 관객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고요.

한편 비슷한 시기 예상치 못했던 성적을 보이며 쭉쭉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영화가 있어요. 바로 같은 이름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좀비딸’인데요. 좀비가 된 딸 ‘수아’를 지키는 아버지 ‘정환’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장르의 작품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무거운 소재에 맞지 않는 개그 감성으로 웹툰 연재 시절부터 큰 인기를 끌었어요. 여기에 수아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정환의 감동 서사와, 고양이지만 사람보다 더 시니컬하고 도도한 고양이 ‘김애용’ 캐릭터 등이 더해지며 더 큰 사랑을 받았고요. (🐱: “애용! 김애용!”)
영화 좀비딸은 개봉 이틀 만에 70만 3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이는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42만 3800명)은 물론, 역대급 흥행 영화 ‘극한직업’(36만 8500명)을 넘어선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였다고. 좀비딸의 제작비는 전독시의 약 3분의 1인 110억 원으로 알려졌는데요. 개봉 6일째인 지난 4일 이미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220만 명)에도 바짝 다가섰어요. 관객 반응 역시 “코미디 영화라고 하길래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조정석 연기가 미쳤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이렇게 두 영화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는 상황이 되자, “전독시와 좀비딸, 뭐가 달랐을까?” 하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 전독시, 좀비딸 모두 유명한 웹소설·웹툰 IP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것, 탄탄한 원작과 팬덤을 갖추고 있다는 것 등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른 결과를 받아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지에 대해서 말이죠.
‘선재 업고 튀어’, ‘재벌집 막내아들’, ‘퇴마록’... ‘메가 IP = 무조건 흥행 성공’?

전독시와 좀비딸처럼, 인기 있는 원작 IP를 드라마·영화 등의 영상으로 만들어 흥행시키려는 흐름은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이 두 작품 외에도 인기 있는 ‘메가 IP’ 작품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콘텐츠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메가 IP는 검증된 흥행 공식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만 해도 ‘선재 업고 튀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특히 ‘선재 업고 튀어’는 ‘선업튀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출연 배우(변우석·김혜윤)들은 물론 수록 OST까지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됐어요.
웹소설·웹툰 원작 IP를 영상화하는 움직임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메가 IP = 흥행 보증수표’라는 공식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건 2022년 방영한 웹소설 원작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부터였다는 말이 나와요. 재벌집 막내아들은 순양그룹이라는 재벌가에서 회장 일가의 뒤처리를 해주던 주인공 ‘윤현우’가 그룹의 배신으로 죽은 뒤, 순양그룹 회장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인데요. 2022년 드라마 방영 후 26.9%라는 최고시청률을 찍으며 화제가 됐어요. 이는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이자,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2위라는 엄청난 기록이었다고. 올해 2월에는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퇴마록’이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이런 인식에 도장을 꽝꽝 찍었고요.
전문가들은 ‘재벌집 막내아들’, ‘선재 업고 튀어’와 같은 유명 IP들이 영상화를 했을 때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해요. 웹소설·웹툰 등 원작이 있는 작품들의 경우 검증된 퀄리티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지고 있어, 드라마·영화로 만들었을 때 일정 이상의 시청자들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원작의 인기를 통해 검증된 세계관과 설정,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원작 팬들이 알아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많아, 제작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안전한 보증 수표와도 같은 선택이라는 것.
드라마·영화 등 2차, 3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면 다시 원작으로 이용자들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메가 IP의 매력 중 하나예요.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상으로 공개하기 전후 30일을 비교했을 때, 웹소설·웹툰 거래액은 평균 6.2배, 조회수는 6.6배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웹툰을 드라마화한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드라마가 방영된 지 약 10일 만에 웹툰·웹소설의 조회수가 각각 68배·179배나 늘었다고. ‘잘 키운 자식 하나 열 자식 안 부럽다’는 옛말처럼, 잘 만든 IP 하나가 2차, 3차 창작물로 이어지며 계속 수익을 내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하지만 메가 IP를 활용하는 사업의 장점이 큰 만큼,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말도 나와요. 사람들의 관심을 잔뜩 끌어모으며 공개된 영화·드라마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원작의 인기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최근 영화 전독시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인데요. 전독시 영화가 공개된 직후,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영화가 원작의 매력을 담아내지 못했어!” 하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어요. (1) 주요 캐릭터의 설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바뀌며 원작 캐릭터의 특성이 사라졌고 (2) 작품의 주제의식이 바뀌며 메인 캐릭터들 간의 케미도 약해졌고 (3) 블록버스터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액션 신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서, 오히려 스토리가 사라진 평이한 이야기가 됐다는 거예요. 한편 좀비딸의 경우 이와 반대로 원작의 정서와 설정을 잘 살린 웰메이드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2년 넘게 연재되며 세계관을 넓혀온 작품을 2시간 남짓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략과 각색이 필수겠지만,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해요. 단순히 원작의 이야기를 압축 요약하거나 흥행을 위한 쉬운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원작의 핵심적인 정서와 매력을 영상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는 곧 ‘무엇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원작의 핵심 캐릭터 ‘진기한’을 삭제해 개봉 전 원작 팬들의 항의를 받았지만 이후 원작의 매력을 더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신과 함께’ 시리즈처럼, 원작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살리되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전독시의 흥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유명한 웹소설·웹툰 IP를 영상화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예정이에요. 얼마 전에는 전독시와 함께 ‘국내 웹소설 3대장’ 중 하나로 언급되는 ‘나혼자만 레벨업’이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될 거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무려 배우 변우석을 주연으로 해서 말이죠.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계획이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 작품들 역시 전독시 못지않은 크기의 팬덤을 갖고 있는 작품들인 만큼, 원작의 매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더 큰 인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오늘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딸’을 같이 살펴보면서, 메가 IP 산업의 미래를 들여다봤는데요. 이런 흐름에 대한 뉴니커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미 흥행이 검증된 작품이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오늘 글을 이만 마무리해 볼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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