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깔끔하게 글 요약/정리하는 법

[문해력] 깔끔하게 글 요약/정리하는 법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어휘력 처방전

[문해력] 깔끔하게 글 요약/정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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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요약!

본격적으로 요약 정리를 하려면 내용을 줄여야 합니다. 앞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잘 체크했으니 그 부분들을 위주로 적으면 되겠지만, 그래도 길 겁니다. 그렇다고 줄이는 것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부분을 생략해서 의미 전달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깔끔한 요약·정리를 위해서는 잘 생략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복은 생략하기

 글을 쓰면서 중요한 부분, 강조하는 부분은 반복한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반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키워드나 문장을 계속 체크했을 겁니다. 그 중에서 하나만 살리면 됩니다. 글자는 다른데 의미가 같은 경우도 있고, 같은 말인데 풀어서 설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친절하게 사례를 여러 개 드는 경우도 있어요. 의미를 중심으로 해서 중복되는 부분은 합쳐 주세요. 집 청소를 할 때 같은 용도의 물건 중 하나를 처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책장을 정리할 때도, 같은 책이 여러권이라면 먼저 정리 대상이 되죠.

사례나 근거보다는 개념과 주장

 글에서 한 키워드의 개념을 정리한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하지 않으면 굳이 정리하지 않고, 주석이나 날개 부분에 빼곤 해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으니 개념 정리를 자세히 하고, 그걸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드는 경우도 많은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개념이 더 중요합니다. 

주장과 근거에서도 주장이 핵심이고 근거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입니다. 여기서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장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신뢰를 주기 위해 설문 조사 결과, 통계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강조를 위한 부연 작업이니 적당히 활용하면 됩니다. 구구절절 다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통계로 증명합니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어요.

형식적인 방법이 의미 있는 경우, 요약에 담을 필요도 있어요. 그때도 세세한 내용을 다 풀어낼 필요 없이, 어떤 방법을 활용하여 전개한다는 것이 중요해요. ‘이러이러한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황을 전달합니다’ 정도로 압축하면 좋습니다.

선택과 집중하기

 요약은 결국 선택과 집중입니다. 그 기준은 순간의 느낌보다, 앞에서 꾸준히 쌓아 온 생각의 흔적들이죠. 키워드 찾고 포스트잇 붙이고, 밑줄 긋고, 색깔로 강조하고…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정리를 1줄로 할 것인지, 3줄로 할 것인지, 1페이지로 할 것인지에 따라서 또 달라져요. 1줄은 정말 핵심만, 3줄은 부연 설명을 추가, 1페이지는 좀더 디테일하게 다가가거나 큰 그림을 담을 수 있죠. 그래서 기본적인 형식(분량)을 정하고 요약하면 좀더 수월합니다.

  보고서나 과제, 자기소개서나 감상문 같은 경우에도 분량이 정해진 경우가 많아요. 그 분량이라는 형식 안에서 보여줄 것을 보여주어라! 이런 의도입니다. 1p 이내, 3,000자 이내와 같은 조건이 내가 어느 정도로 정리할지 틀을 잡아줍니다. 주어진 조건이 없으면 스스로 조건을 만들어도 됩니다. “나는 5줄 정도로 정리해야지!, 1p로 정리해야지.” 이렇게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쓰는 거예요. 여기에 맞게 선택과 집중의 범위도 달라지니까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짧으면 성의 없어 보이고, 너무 길면 지루하게 느껴지니 잘 조절해야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전체 그림을 담은 요약본

 읽기코칭을 하면서 내용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요약 정리가 잘못되면 그 이후에 ‘핵심 메시지 찾기’와 ‘생각 더하기’, ‘감상’도 주르륵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잘못된 퍼즐 위에 새로운 퍼즐을 쌓아도 위태롭기만 하고, 금방 쓰러집니다. 그때마다  “요약을 봐도 전체 그림이 그려지도록 정리해주세요.”라고 피드백을 합니다. 일부만 똑 떼어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전체를 압축하는 느낌이에요. 왜 이것을 강조하냐면, 일부만 발췌했을 때 놓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두꺼운 이불을 정리할 때, 압축팩을 많이 사용합니다. 빈 공간을 최소화하고 누르고 눌러서 부피를 줄이죠. 힘든 일이지만 이렇게 하면 전체를 최대한 담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하지 않고 이불의 일부를 잘라서 똑 떼어온다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됩니다. 다시 전체를 볼 수가 없어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삭제, 발췌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과감하게 가위질을 하고 통편집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이렇게 좁은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생각해버리니 이후의 피드백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통편집했던 것은 되돌리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부분 발췌’보다 ‘압축’의 느낌을 기억하고 요약하세요. 

외적/내적, 내용/형식 요소 고려

 오시범의 예를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10줄의 글이 있습니다. 배경(3줄), 사례 A(3줄), 사례 B(3줄), 마무리(1줄)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글에서 사례 A는 조금 추상적으로 나와 있어 이해가 쉽지 않고, 사례 B는 실생활 바탕으로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그럼 많은 분들이 사례 A는 무시하고, 사례 B를 중심으로 내용을 요약합니다. A와 B가 비슷한 맥락이면 그래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B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A를 가져온 경우죠. 그런데 A를 무시하고 B로만 내용을 이해하면 지엽적인 결론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경우는 외적 정보를 추가로 활용합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다른 정보를 활용해야죠. 작가에 대한 정보, 이 작가의 다른 글이나 인터뷰,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내적 정보와 잘 연결합니다. 이해를 해야 생략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또 형식적으로 접근해서, 사례 A가 3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냥 넣었을 이유가 없다. 의미가 무엇일까? 왜 이 글에 넣었을까? 고민해 봅니다. 이어서 사례 A와 사례 B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둘을 통해서 도출할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등을 파고듭니다. 중요한 단서, 심층적 단서를 찾을 수도 있어요.

목차(구조) 중심으로 의미 파악하기

 글을 읽을 때 독자마다 인상 깊은 부분이 다릅니다. 그래서 많이 하는 실수 중에 내가 인상 깊은 부분을 중심으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글이 1장(25%), 2장(25%), 3장(25%), 4장(25%)으로 구성되었다고 했을 때, 3장에 꽂힌 분은 3장을 중심으로 전체 글을 요약하는 것이죠. 심하면 1장은 통째로 쏙 빼놓기도 합니다. 중요도에 의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자신의 기울어진 인식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시야가 좁은 요약은 전체 맥락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목차입니다. 

 비문학 책이나 논문, 보고서에서 목차를 주로 볼 수 있는데, 이 목차는 글의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차가 없는 짧은 글은 문단을 나누어 보세요. 대충 서론 / 본론 / 결론, 주장과 근거, 원인과 결과, 비교와 대조, 문제와 해결 등의 구조가 보일 겁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내용을 요약하면 글의 전체 맥락을 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낯선 이에게 간단히 설명하기

 글을 오래 탐구할수록,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자주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과몰입이에요. 요약 정리에 과도한 해석, 주관적인 생각을 첨가하는 것이죠. 그런 분들에게 항상 ‘생각의 출처’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그 출처를 텍스트에서 찾으라고 합니다. 과도한 추론과 억측, 선입견과 편견이 맞물려 의미를 왜곡하거나 창출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요즘 말로 ‘뇌피셜’입니다. 공식적인 의견을 뜻하는 ‘오피셜’, 작가가 말하는 ‘작가피셜’과 다르게, 나의 ‘뇌’에서 나온 주관적인 의견이라는 뜻이에요. 여기선 텍스트가 기준이니,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과몰입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낯선 사람에게 이 글을 설명하듯이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지 않은, 친하지 않은 낯선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에요. 친한 사람은 과도하게 생략하거나 넘겨짚는 경우가 있는데, 낯선 사람은 거리를 두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간다고 했을 때도 친구에게는 ‘그냥 따라 와! 인생 맛집이야!’라고 대충 말합니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과 회식하는 자리를 선정한다면 ‘이정도 거리에, 이런이런 메뉴가 있고요, 이런 평가가 있고요, 이런 방송에 나온 적이 있네요.’라고 나름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 하는 식이죠. 

이렇게 과도한 자기 경험이나 생각을 더하지 않고, 담백하게 텍스트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글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잘 요약한 글을 읽으면 정말 글 전체가 그려집니다. 요약이 잘 되면, 그 이후 생각을 확장하는 것도 수월합니다. 기반이 탄탄하니까요. 

1인칭으로 글을 쓰다 주관적 생각과 내용을 분리하기 힘들 때는, 3인칭 화법으로 바꾸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글쓴이는 ~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을 담고 있다”와 같은 화법은 좀더 객관적인 접근을 도와줍니다. 글 자체는 조금 유치해질 수 있지만, 내용 정리는 명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