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읽기의 차이_목적에 맞는 읽기 5단계

[문해력] 읽기의 차이_목적에 맞는 읽기 5단계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처방전

[문해력] 읽기의 차이_목적에 맞는 읽기 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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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e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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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도 단계가 있다

 혼자 읽고 이해하는 글과, 읽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글은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죠? 글에 난이도가 있는 것처럼 읽기 방식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사실 이해부터 추론하고 비판하고, 창의적 제안을 하는 단계까지! 획일적이진 않지만, 학문적으로 정리된 인지능력의 단계에 따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사실적 독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고, 쉬운 글은 이 단계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려운 글이라도 심층적 의미를 추론하거나, 의도를 비판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 분석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오히려 과도한 개입이 의미를 왜곡시킬 수도 있으니 그 점을 주의합니다. 개념에 대한 정의, 어휘에 대한 이해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 인용 자체가 근거가 되죠. 

(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에이스 침대)
     => 아하! 침대는 가구가 아니구나. 침대는 과학이구나.

2단계: 추론적 독해

 많은 말과 글들은 숨겨진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도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우회하여 표현하죠. 1차원적으로 해석했는데, 의미가 맞지 않다거나 조금 찝찝한 상황에서 우리는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할 수 있죠. “왜?” 그럴 때, 독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상황과 맥락을 바탕으로 의미를 추론해야 합니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능력이에요. 

(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 침대는 가구인데, 왜 이렇게 표현했지? 
     => 침대를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구나!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야 적절한 추론이 이루어집니다. 속담을 있는

그대로 보면 뜬금 없는 소리 같지만, 거기서 일반적인 의미를 추론할 수 있어요. 나아가서 다른 적절한 상황에 적용하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티끌 모아 태산: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든다(사실) 

=> 작은 것도 꾸준히 모으면 큰 것을 이룰 수 있구나(추론)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언어)은 발이 없어도 천리나 간다(사실) 

=> 말은 진짜 쉽게, 멀리 퍼질 수 있구나(추론)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낮에는 새가, 밤에는 쥐가 사람들 말을 듣는다(사실) 

=> 언제든 내 말을 누군가 들을 수 있구나 (추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작은 바늘을 훔친 도둑이, 시간이 지나 큰 소를 훔친다(사실) 

=> 그냥 두면 욕심이 생겨 점점 더 큰 것을 탐할 수 있구나(추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소가 이미 도망간 후에, 외양간을 고친다(사실) 

=> 일이 이미 벌어진 후에 뒤늦게 보완해도, 손실은 크구나(추론)

3단계: 비판적 독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나아가 평가하는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내용이 적절한가? 근거가 타당한가? 아쉬운 점은 없는가? 의문을 갖고, 판단합니다. 정보가 정확한지 이해하기 위해선 배경지식이, 주장과 근거의 관계나 타당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요즘 같이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더욱 강조되는 고차원적인 능력입니다. 하지만 판단 전에 내용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비판도 헛다리를 짚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에이스 침대)
    => 그래… 말하고자 하는 것이 침대를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구나. (이해)
    => 근데, 이건 너무 단정적인 표현 같아. 
    그리고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근거도 충분하지 않은데? (비판)

4단계: 창의적 독해

 앞에서 평가를 하고 부족한 점을 짚었다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이고, 확장해 나가며 이해에서 표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내뱉는 것과 다르게, 기초부터 탄탄한 읽기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생각을 창출하는 것이에요. 천재적으로 영감이 딱, 떠올라서 좋은 글과 작품이 나올 수 있지만, 독해를 바탕으로 한 이 단계에서는 과정을 중요시 합니다. 모든 것이 포화상태인 지금,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이 소중합니다.

(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에이스 침대)
    => 그래, 강조하는 점이 침대를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구나. (이해)
    => 하지만 좀 아쉬운데, 다르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나라면 어떻게 표현할까?

5단계: 감상적 독해

 감상은 단계로 표현하기 애매한 부분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람도 있고, 아는 것이 제약이 된다,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핵심 파악을 위한 이번 비문학 독해력 과정에서는 가볍게 다루겠습니다. 굳이 근거를 들이대지 않아도 되고, 본인의 느낌에 충실하면 됩니다. 자유로운 감상을 존중해요. 

(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에이스 침대)
     => 그래, 강조하는 점이 침대를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구나. (이해)
     => 과학이라고 하니까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라 좋은데! (감상)
     => 포근한 침대가 아니라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네. (감상)
     => 요즘 자꾸 악몽 꾸는데, 침대 바꾸면 푹 잘 수 있을까? 자고 싶다! (감상)

문학적인 글에서는 이 감상 영역이 가장 매력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문학에서도 적당한 선(최소한의 합리적 타당성)에서의 감상을 존중합니다. 독서토론을 하거나, 코칭할 때 가끔 ‘독서에 답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을 만나긴 하는데요. 답까진 아니더라도 근본은 필요합니다. 그러니 기초 독해력은 무시하지 말고, 항상 챙깁시다. 

작품 해석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해석에는 최소한의 합리적 타당성은 있어야 하므로 
지나치게 기이한 해석은 경계하도록 한다.

– 2015 개정 국어과 ‘문학’ 교육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