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구하기] 도서 요약으로 마중물 채우기
작성자 북렌즈
태어난 김에 독서모임_가이드 및 처방
[독서모임 구하기] 도서 요약으로 마중물 채우기
마중물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순우리말로 마중 나가는 물이라는 의미입니다.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관용어로서 초기 지원사항의 의미로 많이 활용됩니다. 마중물 지원금, 마중물 프로젝트와 같은 식입니다.
독서모임을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가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와닿습니다. 독서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우선사항으로 일정을 마련하는 저로서는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책을 완독 하지 못하는 분,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한 분, 급하게 읽어서 정리가 되지 않는 분 등등 마중물이 필요한 멤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멤버들을 위한 마중물로 대화 시작 전 도서를 요약 정리하는 시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가볍게 훑어보기만 해도 책의 내용이 떠오르고 준비 모드가 완료됩니다.
저는 모임 시작 때 ‘책 완독하신 분~?’과 같은 간단한 질문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요약을 할지 말지 판단을 하고, 또 어느 정도의 밀도로 요약하면 좋을지 생각합니다. 딱히 요약이 필요 없는 책도 있고, 꼭 한번 정리가 필요한 책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도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면 됩니다. 책을 전반적으로 요약하는 방법에 대해 나누어 보겠습니다.
비문학 도서를 요약할 때는 목차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목차는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구성한 기승전결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친절하게 구성된 목차는 소제목만 봐도 내용이 떠오릅니다. 급하게 책을 읽은 분들은 완독을 했어도 뒷부분만 기억나고 앞부분은 가물가물한 경우도 있습니다. 앞부분 목차부터 살피면 다시 전체적인 내용과 구성이 떠오릅니다.
유발 하라리 작가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으로 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21가지 키워드를 다루고 있는 두꺼운 책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키워드를 읽고 나면 처음 키워드가 잘 기억이 안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할 때 목차를 함께 보며, 각 키워드마다 다룬 내용을 간단히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환멸’로 시작해서 ‘명상’으로 끝나는 흐름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활기차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요즘 책들은 머리말에 친절하게 책의 전체 구조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1장은 이런 내용을 다루었고, 2장은 저런 내용을 다루었고 ~ 저자의 의도와 함께 챕터별 구성이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접하는 것과 책을 다 읽은 후 접하는 것은 와닿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머리말을 다시 보아도 좋습니다. 또 문제집처럼 챕터마다 마지막에 요약정리 코너를 구성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부분만 함께 훑어보고 시작해도 됩니다.
반면에 문학은 목차가 체계적이지 않은 작품이 많습니다. 목차가 없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문학은 목차보다 다른 기준을 세워 내용을 요약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간 순서입니다. 인물의 성장 과정, 사건이 선후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순서대로 나열하여 정리하면 상대방도 이해하기 편합니다. 인물의 회상이 많고 사건의 순서가 복잡할 때는 작품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면 장황해지고 모호해집니다. 간단하게 요약할 때는 책의 전개 순서보다 시간 순서가 명쾌합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을 요약한다면 홍길동의 성장 과정과 함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나열하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서자로 태어난 환경, 호형호제 사건, 자객의 위험, 활빈당의 활동, 병조판서가 된 일, 율도국 건설의 순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쭉 훑는 과정에서 읽으며 놓쳤던 부분들을 채워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은 공간의 이동에 따라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공간의 이동이 자주 일어나고, 사건의 전개와 연결되어 있을 때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간>의 경우 시작은 바닷속 용궁입니다. 그리고 자라가 육지로 올라오고, 다시 토끼와 함께 바닷속 용궁으로 갑니다. 그리고 다시 육지로 올라오는데, 이 역동적인 과정이 공간 속에 다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이 여행을 다니는 소설이나 여행 에세이에서도 공간은 명확한 기준이 되어 이야기 전개를 나타내기 좋습니다.
주인공이 여럿이거나, 에피소드가 흩어져 있을 때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결을 나누어 정리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파스칼 메르시어)>는 꽤 두꺼운 책입니다. 그래서 모임 전에 간단히 내용 전체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은 그레고리우스란 주인공이 서점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나고 리스본으로 떠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주인공이 읽은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의 삶이 전체 소설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우스와 아마데우 프라두의 삶이 교차되어 전개되며 꽤 복잡한 구조를 이루는데, 이때 두 인물의 삶을 분리해서 요약하면 훨씬 깔끔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그레고리우스의 이동 과정을 중심으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살던 스위스에서 리스본으로 떠나고, 다시 이곳 저것 이동합니다.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에피소드와 묶여 있습니다. 작품의 특징 요소를 잘 잡아서 설명하기 좋은 전략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을 요약할 때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내용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는 태도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향적인 사고를 합니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심(?)을 담아 요약하거나 주관적 의도를 과하게 담아 요약하면 대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특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주제나 사회학을 다룬 책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주관적으로 규정하여 전달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명확하면 불명확한 대로 그 내용을 전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흥부전>의 주인공인 흥부가 개인적으로 무능력하고 비굴한 성격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흥부의 캐릭터를 폄하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그런 흥부에게 보상을 주는 권선징악 주제와 충돌하게 됩니다. 흥부를 좋게 인식한 멤버는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내용은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토론은 나중에 하면 된다는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ㅡ 이렇게 정리해 보세요.
1. 비문학, 목차대로 정리하기
2. 문학, 시간 순서나 공간 이동대로 정리하기
3.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 유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