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등을 맞대고

⚔️쌍방구원의 맛(tasty)
어릴 때 제가 살던 집은 거의 모든 벽이 책장으로 되어 있었는데요. 그 수많은 책들 중에는 부모님이 저희를 위해 사주신 책도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부모님의 책 또한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책들이 모두 저에게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금서'(?)가 정해져 있었는데요. 바로 부모님이 굉장히 아끼는 무협소설과 순정만화들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어린이가 보기에는 이 두 장르가 가장 자극적이었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말을 잘 듣는다면 어린이라 부르지 않겠지요! 저는 밤에 화장실이나, 혹은 부모님이 외출하셨을 때 이 금서들을 몰래몰래 만끽하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저를 구성하고 있는 뿌리의 일부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확고하게 좋아하는 서사가 있다면 바로 '쌍방구원'입니다. 인터넷에 따르면, 이 쌍방구원이라는 것은 최근 몇 년간 굉장히 인기가 많은 소재라고 하는데요. 상처나 결핍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를 구해내는 관계를 '쌍방구원'이라고 간편하게 칭하곤 합니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필요에 의해, 혹은 남는 것을 주고 받는 이해관계와는 다릅니다. '구원'이라는 거창한 느낌의 말이 어울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서로의 전부를 감싸안고 보듬어주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상대를 위해 나 자신을 온전히 던질 수 있지만, 바로 그 용기가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하기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빛을 발하는 것이 쌍방구원 서사의 맛이지 않겠습니까! 앞서 언급한 순정만화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이러한 쌍방 구원 서사를 담은 작품들이 명작으로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최근에 소개해드렸던 화제작 <프로젝트 헤일메리> 또한 이러한 구원서사가 두드러지는데요. 온갖 고난과 역경 뒤에 결국 맞이하게 될 후련함과 행복함. 그 순간을 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당연히 그 감정을 함께 나눌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는 것이 온전한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쌍방 구원 서사에 열광하시는 편인가요?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다지만,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진 분들이 이 글을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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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상반기 가장 귀여운 존재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제가 이 영화(<만달로리안과 그로구>)에 푹 빠져있게 된 계기, '그로구'를 글로 묘사하자면 꽤 이상합니다. 초록색의 쭈굴쭈굴한 피부, 몇 안 되는 털이 듬성듬성 매달려 있습니다. 눈은 얼굴의 반이고, 귀는 얼굴의 2배입니다. 쌀포대 같은 것을 옷으로 입고 있으며 크기는 치와와만하다고 합니다. 아직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하고, 가끔 '빠뚜'라고 소리칩니다. 말을 잘 듣지 않고 항상 간식을 찾아 헤매며, 무려 50살이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명백한 아기입니다. 이 글만 읽었을 때 썸네일의 비주얼이 연상이 되시나요? 사실 저도 처음부터 한눈에 반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는 언제나 비주얼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쌍방구원서사가 더해지니 이 그로구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이 영화는 크게 보면 스타워즈의 세계관에 속합니다. 사실 저도 <스타워즈>는 잘 알지 못하는데요. 지금보다 더 폐쇄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던 과거의 저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판타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스타워즈에 열광해야 할 시기에 스타워즈를 즐겨보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는데요. 막상 이제 와서 알아보려고 해도 거대한 세계관에 발을 들이기가 망설여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그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잘 알지 못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존 파브로 감독(우리에게는 <아메리칸 셰프>나 <스파이더 맨>으로 더 익숙한)은 스타워즈를 잘 알지 못하는 새 세대를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타워즈 영화를 위해 두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심하죠.
짧게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은하 제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무너진 뒤, 새로운 공화국이 막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한 명인 '딘 자린'은 만달로어인으로, 전투에 굉장히 특화되어 있는 민족입니다. 투구를 벗는 것이 굉장한 수치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의 맨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죠. 새로운 공화국을 위해 딘 자린은 용병으로서 고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데리고 다니는 작은 생명체가 있는데요. 얼핏 보기에는 요다처럼 생긴 이 아이가 바로 '그로구'입니다. (실제로 요다와 같은 종족입니다) 모종의 사연으로 인해 이 아이를 키우게 된 딘 자린! 그의 용병으로서의 모험이 바로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꽤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장 크게 비판받고 있는 지점은 '스타워즈' 시리즈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자되는 그 모든 영화들이 항상 완벽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딘가가 부족해도 개성있는 본연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이겠죠! 저에게 이 영화가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제가 계속해서 부르짖었던 '쌍방 구원' 서사가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장아장 걸으며 먹을 것이나 찾아다니던 아기 그로구가 자신을 아껴주고 지켜주던 '딘 자린'과 쌍방 구원이라니?! '딘 자린'처럼 전투가 삶의 일부인 사람들에게는 등을 내어주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입니다. 본인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켜줄 것이라 믿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는, 작고 귀엽기만 한 그로구와 그의 보호자 딘 자린처럼 느껴지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이 두 인물이 서로의 등을 책임져줄 사이처럼 여겨집니다. 저는 이 영화를 4DX로 봤는데요, 이 구원 서사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때는 의자가 움직이는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더군요! (물론 재밌긴 했습니다😅) 아직 극장에 걸려있으니, 새로운 쌍방구원 서사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또 알고 보니, 이 두 인물에 대해서는 드라마도 있더라고요! 저는 조만간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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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함병선 - Lover
이번 주제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노래 가사를 담고 있어 추천드립니다!❣️
노래 중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비슷한 것도 들리는데요, 이 영화를 보신다면 자연스레 누군가를 연상하게 되실 겁니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는 것
징징이 앞에서 쌍방구원 서사를 언급했는데요. 저희가 이 시리즈를 같이 하는 파트너가 된 이유이기도 할까요? 저도 이런 관계를 매우 좋아한답니다 (p). 없어서 못 소비하는 서사이고요. 무엇보다도 각자의 결핍을 완벽히 채워주는 한 쌍이 되는 결말이 참 아름다운 관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런 관계에 많은 위로를 받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서로가 서로의 구원인 경우가 많네요. 특히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이 쌍방구원 관계에 놓인 작품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그 남자의 기억법>, <괜찮아 사랑이야>, <킬미힐미> 등이 생각납니다.
애정하는 관계성이다보니 직접 글을 쓸 때도 서사에 이런 인물들을 많이 녹이는 것 같습니다. 거의 본능적인 행위에 가까운데요. 여러 해동안 취미로 글을 쓰면서 쌓은 습작들을 종종 꺼내보면, 일관된 취향을 갖고 있어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나이테나 지문처럼 숨길 수 없는 부분인가봐요. 과몰입한 발언이지만 한마디만 더 얹자면, 한쪽이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며 '나는 이런 사람이니 실망해도 상관없다.' 고 했을 때조차, 서로의 상처마저 보듬고 앞으로 나아가는 관계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어쩌면 제 안의 상처가 그런 식으로 구원받길 바라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제가 오늘 소개할 작품도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어떠한 울림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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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이들이 녹아서 물이 되어 버린다면, <겨울통>
스포주의!
오늘 소개할 소설은 정용준 작가의 신작 <겨울통>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징징과 논의했는데 마침 제가 이번 주에 이 책을 읽었지 뭡니까. 완전 나이스 타이밍! 이렇게 신나게 외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 그 자체이거든요.
주인공 인하는 언어 장애를 앓고 있어 패드에 글을 쓰거나 디지털 음성으로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소랑이라는 도시에 정착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요. 소통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인하와 마주 앉으면 말을 곧잘 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동아는 그런 인하를 처음엔 조금 어색하거나, 혹은 불편해하다가 (실은 신경이 쓰이는 것인데 말이죠) 마음을 열고 인하에게 다가갑니다. 인하도 동아의 적극적인 행보에 마음의 벽을 허물며 둘은 연인이 됩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선 '겨울통'이라는 불치 희귀병이 있습니다. 여름에 찾아와서, 감염된 부위가 마치 아이스팩 속의 불투명한 물질이 몸에 흐르는 것처럼 차갑다가, 겨울이 되면 물이 되어 녹아버리는 병인데요. 귀에 감염되면 귀가 물처럼 흘러 없어져버리는 거죠. 그렇지만 혈관에 감염된다면 그때부턴 방법이 없습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예정대로 동아는 물이 되어 녹아내리고 맙니다. 하지만 인하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관련된 서적과 논문을 찾고 찾아서 녹은 물에 동아가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까 믿기 어렵지만 그것이 그냥 물이 아니라, 동아를 그대로 보존한 어떤 물질이라는 것을-그 가설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동아의 몸을 만든 다음엔 동아에게 잊혀진 기억을 계속해서 불어넣기 위해 말을 걸고 끊임없이 속삭여줍니다. 마침내 깨어난 동아가 너무 시끄럽다며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로요.
악과 사회적 범죄와 그에서 비롯된 폭발하는 감정들을 다룰 때 정용준 작가의 언어는 굉장히 날 것이고 솔직합니다. 그래서 파괴력이 있고 저는 그 지점을 참 좋아하는데요. 어쩌면 이 사랑 이야기는 그와 반대로 담담하고 조용해서, 말이 물처럼 쏟아지는 이야기여서 더 매료됐던 것 같습니다. 차가운 계절에도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의 구원 서사가 궁금하시다면! 추천드립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이니 후루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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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윤마치 - 초록
맑고 밝은 멜로디로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곡! 월요일 아침 힘이 빠질 때쯤 이 노랠 들으며 충전해볼까요~라이브 영상으로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