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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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로나 이후 정말 오랜만에 전주를 다시 찾았습니다!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주의 여러 영화관들이 제 기억속과 그대로라 꽤 기뻤는데요. 누가 봐도 영화를 사랑하는 것 같은 차림의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해서 설렜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전주국제영화제는 홀로 다녔었는데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일정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함께 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찢어져서 저마다 스크린 너머의 세계를 경험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1박 2일이라 짧다면 짧은 일정이었지만 전주를 느끼기에도 충분했고, 영화도 6편이나 보았습니다. 총 영화를 본 시간을 셈해보자니 대략 13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영화제에서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거나 혹은 아주 독특한 영화를 즐겨보는터라 가끔 버겁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종일 영화에 빠져있을 수 있는 기회에 내심 이 시간이 계속되길 바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굉장히 환상적이었는데요. 영화를 본 시간들도 물론 기억에 오래 남겠지만, 친구들과 하하호호 떠들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전주 거리를 걷던 순간들도 제 추억 망태기에 오래 담아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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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따라가고픈 마음
아무튼 오늘 전주국제영화제를 주제로 하다보니 이번엔 초마DJ 없이 저만 쓰게 되었는데요. 제가 이번 전국제에서 본 영화들 중 현재 국내 개봉이 확정된 영화는 없어서 여러분에게 선뜻 소개해 드리기가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와중에!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쉽게 포기해야만 했던 영화가 몇 편 떠올랐습니다. 그 중 한 영화가 바로 <남태령>으로, 이번 전국제의 폐막작이기도 했는데요. 곧 개봉할 이 <남태령>의 김현지 감독이 연출한 이전 작품 <어른 김장하>를 이번 기회에 소개해 드리면 어떨까 싶어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들에 대해 알게 되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고민해볼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 그렇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항상 보는 것을 좀 망설여 왔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한 인물의 행적에 대해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런 다큐멘터리는 저에게 큰 감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잘 즐겨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접하게 된 <어른 김장하>는 저에게 생각지 못한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대체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그 인터뷰를 관장하는 인터뷰어가 감독이 아니라 독특하게도 한 기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 전, 김주완 기자는 진주에서 몇 십 년 동안 한약방을 운영해온 김장하 선생님에게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한약방으로만 큰 돈을 벌게 된 김장하 선생이 본인의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고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김주완 기자는 취재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30년 전의 이 첫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김장하 선생이 본인을 전혀 드러내려 하지 않고 본인의 선행을 주제로 질문을 던지면 침묵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주완 기자는 방법을 틀어보기로 결심합니다. 본인에게서 답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그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어내기로요!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과 관련된 취재를 하면서 본인의 오랜 기자 생활에서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바로 인터뷰를 요청 받은 대다수의 사람이 주저 없이 그를 환영했기 때문이죠. 심지어 김장하 선생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인물들을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의 행적을 추적함에 있어서 이런 환영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렇게 모인 김장하 선생의 행적은 정말 놀랍습니다. 19살에 개업한 남성당 한약방은 하루에 많을 때는 800재의 약첩을 짓기도 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드문 한약계(?)에서 김장하 선생이 그렇게 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재료를 굉장히 싼 값에 처방했으며,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장하 선생은 다른 일도 아니고, 아프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번 돈이었기에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하죠. 너무 수많은 일들이 있어 몇 가지만 추려서 소개해보자면, 먼저 1983년 그는 사재 100억 원을 들여 명신고등학교를 세웁니다. 그 어떤 부정적인 청탁이나 비리 없이 채용한 교사들을 데리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키운 이 학교를 몇 년 뒤에는 국가에 헌납하기도 합니다. 특히 장학금을 준 학생은 수도 없이 많은데, 고등학교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와 기간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진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극단에 후원을 하기도 하고, 환경연합이 열심히 환경운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또 가정폭력을 피해 가정을 이탈한 여성들이 안전한 환경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대피소를 설립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 시절의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무언가가 찢어지거나 고장나지 않으면 본인 소유의 물건은 그 무엇도 절대 바꾸는 일이 없건만, 그렇게 모은 돈들을 이렇게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어떤 이는 김장하 선생에 대해 얘기하면서 '무주상보시'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떠올립니다. 무주상보시란,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사는 내내 이러한 태도를 한결같이 고수하는 김장하 선생의 뒤로 계속해서 이 '무주상보시'라는 단어가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한약방이 60여 년만에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진주에서 아주 오랫동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던 한약방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인근의 이웃들은 물론이고, 김장하 선생을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놀람과 아쉬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렇다면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베풀기만 했던 김장하 선생에게 이제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한약방이 문을 닫던 그 마지막 날에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각자 저마다의 꽃다발을 들고 선생님을 만나러 온 사람들로 한약방 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저마다의 감사함을 표현하려고 줄지어 모인 그 수많은 사람들. 그들을 보고 김현지 감독은 김장하 선생을 향해 선생님이 뿌린 씨가 이렇게 돌아온 것에 대한 소회를 묻는데요, 사람 농사가 대풍이라는 말에 김장하 선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밝은 미소를 보여줍니다.
마침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던 중 김장하 선생님의 나눔 정신을 이어받은 '명덕신민회'(경상국립대 교수 모임)가 후학들을 위해 기부를 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른 김장하>의 포스터에는 이런 카피문구가 박혀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김장하 선생에 대해 얘기하며 남긴 말이기도 합니다.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어릴 적 위인전은 반드시 꼭 거쳐가야 하는 하나의 필독 장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어떤 사람을 경외시하고 대단하다는 감상을 남기기 위해서만은 아닐테지요. 이 <어른 김장하>는 어쩌면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된 하나의 위인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큐멘터리 작품을 보고 이렇게 인류애가 충만해지는 경험은 사실 많지 않은데요. 푸르른 5월,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지를 더 받고 싶으시다면 한 번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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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다영 - What's a girl to do
고백하건대 과거 저는 우주소녀를 사랑하는 덕후였습니다. 최근 우주소녀 멤버들의 활발해진 활동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이 노래를 추천드립니다. 요즘의 선선한 날씨, 그 어느 시간대에 들어도 잘 어울리는 노래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