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복수는 나의 것

🎬여러 번 보아야 좋은 영화가 있다 너도 그렇다
한번 본 영화는 다시 돌려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여러 번 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굳이 따지자면 저는 후자에 속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보기 힘든 영화들이 몇몇 있는데요. 그건 공포 장르에 속하거나, 혹은 감정소모가 심한 작품들입니다. 마침 오늘 소개해드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또한 그렇습니다. 아주 어릴 적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저는 그때의 충격이 좀 커서 다시 보고싶다는 마음을 쉽게 먹지 못했는데요. 이번 레터메일을 준비하면서 굳은 결심과 함께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을 넘어 다시 꺼내보게 된 이 영화는 제가 기억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좀 놀라울 정도였죠. 지난 시간 동안 제가 이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이번을 계기로 꽤 많이 바뀌게 된 듯합니다. 만드는 것이나, 개봉을 하는 것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겠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접하는 것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은 어쩌면 미처 지나칠 뻔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갑자기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기억 저편에 박혀있던 영화가 떠오르신다면,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다시 도전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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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누구의 것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의 이름이자, 또 이번 레터메일의 제목이기도 한 "복수는 나의 것"은 출처를 따지자면, 성경에서 온 말이라고 할 수 있곘습니다. 복수라는 행위는 여기서 '나'라고 지칭되어 있는 하나님의 것이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죠.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니, 오히려 용서를 해야 한다.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더 호승심이 강했던 저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코웃음을 치곤 했습니다. 당한 건 갚아줘야지! 멍청하게 왜 용서만 하고 있어야 하지? 사실 지금도 그렇게 성숙해지지 못한 저는 저런 가르침에 100% 공감하고 순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래야만 하는 때가 있다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되었다죠.
<복수는 나의 것>은 2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먼저, 신하균 배우가 연기한 청각장애인 '류'에게는 아픈 누나가 한 명 있습니다. 누나는 신장에 문제가 있었는데요, 결국 류는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았습니다. 불안과 걱정으로 뒤덮여 있던 류의 눈에 마침 '장기매매' 관련 광고를 뿌리고 다니는 조폭이 눈에 띄게 되고 그는 자신의 신장을 바치고 누나의 신장을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역시 예견된 것처럼, 장기매매 사기단은 류의 신장과 그가 가지고 있던 1000만원을 앗아간 채 사라지고 마는데요. 바로 여기서 복수의 씨앗이 탄생하게 됩니다.
류에게 누나 못지 않게 중요한 친구이자 연인인 '영미'는 굉장히 특이한 이력과 성격의 소유자인데요. 괴로워하는 류에게 돈이 많은 집안의 아이를 납치하자고 제안합니다. 아이가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고, 본인들이 돈을 얻기만 하는 것은 '착한 납치'이며, 이런 착한 납치는 뉴스에 날 일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죠. 처음에는 이에 반대하던 류도 누나의 신장 기증자가 등장하고, 수술비가 급해지자 이 계획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동진'이었죠. 동진은 과거 전기기술자로 일을 하다가, 관련 회사를 차려 큰 돈을 번 사업가입니다. 바쁜 일상으로 가정생활에 소홀하다가 결국 이혼을 하고,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었죠. 동진에게 딸 '유선'이는 각별한 존재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이 납치극에서 유선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함과 동시에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이제부터 아주 지난하고도 잔혹한 복수의 사이클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수많은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복수에 우리가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악이 명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의 편에 서서 부당하게 고통받고 피해를 받은 이들이 보복행위를 통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되돌려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 중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하나님과 같은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물들은 어떤 거대한 운명의 굴레에 갇혀 복수라는 선택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 어떤 누구의 선택에도 쉽게 비난을 할 수 없는 이 영화에는 별다른 배경음악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요. 수많은 인물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과정에도 극단적인 감정은 완전히 절제되고 개입할 여지도 없어 보입니다. 대신에 영화는 주변 소음에 굉장히 집중합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그림 바깥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그것들을 다 소리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그것은 모순적이기도 하면서 굉장히 극적인 지점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건조하고도 정적인 영화였다는 것이 제가 다시 보면서 느낀 가장 놀라운 지점이었습니다!
감독은 관련 인터뷰에서 "죄짓는 행위로서의 폭력과 구원 받으려 발버둥치다 저지르는 폭력"이라는 말을 하는데요. 정말 영화를 보고 나면 이렇게 잘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만큼 장면들이 굉장히 아름답기도 한데요. 그렇기에 한번 더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 감정소모가 굉장히 극심한 편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번주에는 본 분들에게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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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Chris Normann & Suzi Quatro - Stumblin' In
마침 개봉한 지 꽤 된 영화를 가져온 김에 옛날 추억의 노래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저도 최근에 오랜만에 듣게 되었는데 봄에 듣기 좋은 노래인 것 같아요🌼

🎀뒤늦게 발견한 봄
한 주 잘 보내셨나요 구독자분들? 저는 지난 주에 휘몰아치는 업무량에 지쳐 사무실에만 갇혀 있었는데요. 주말에 밖을 나오니 벌써 봄이 찾아왔더라고요! 여기저기 만발한 벚꽃들과, 수선화 등을 보니 눈도 마음도 즐거웠습니다. 방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여서 시간을 내서 근교에 나들이도 다녀왔구요. 한국도 비슷한가요? 슬슬 벚꽃구경을 하러 가기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기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행사가 하나 더 있었으니...바로 명이나물 채집입니다. 산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명이는 독일어로 Bärlauch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곰 + 파 인데요.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곰이 가장 먼저 먹고 기력을 회복하는 식물이라는 유래가 있다고 하네요. 독일 사람들은 이 명이나물을 한국인만큼 즐겨 먹지는 않는데요. 종종 페스토로 만들어 파스타에 넣거나 빵에 발라먹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와 일행은 신선하고 질 좋은 명이가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한국에선 울릉도 정도에서만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눈이 반짝였답니다. 1인분 먹을 정도의 양은 소유주가 없는 밭에서 채취가 허용되기에 바로 따왔는데요. 명이를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제거하고, 간장을 끓이고, 또 식혀서 붓는 과정을 반복하며 장아찌를 만들다 보니 주말이 다 갔네요. 나물을 딸 때도 그렇고 뭔가 하나에 공을 들여 집중하는 과정은 남다른 힐링이 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숙성이 더 필요하겠지만... 맛이 제대로 든 나물을 구운 삼겹살과 먹을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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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집요한, 그래서 고독한
여러분은 예전에 이해하지 못햇던 책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신기하게도 그러면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요. 저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그랬습니다. 실은 얼마 전에 <내 심장을 쏴라>라는 작품의 리커버가 화제가 되면서 저도 소개를 드린 적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이 작품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무거울 정도로 한 사람의 집요한 감정을 다루는 -특히 그게 복수나 악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작품이 잘 없는 것 같아서 끌리기도 했고요. 물론 세상엔 발간된 작품이 너무나 많으니 제가 무지한 영역에서 그런 작품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고 학생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탐독하며 읽었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방구석 DJ의 소개에 따라 책을 읽으실 분께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7년의 밤>은 원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잔혹한 싸이코패스에게 가족의 안전을 위협받게 되는 최현수라는 인물의 일대기로, 폭력에 대한 묘사가 잔혹한 편입니다. 특히 오영제라는 악역이 아내와 딸에게 행하는 폭력에 대한 묘사도 가감없이 기록돼 있으니, 독서에 앞서 유의하세요!
이 책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액자소설'의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라는 첫 문장으로 유명한데요. 배경은 세령호라는 거대한 호수를 끼고 있는 가상의 공간, 세령마을입니다. 이곳에 새로 온 팀장인 최현수, 그의 아내인 은주와 아들 서원. 그리고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싸이코패스 오영제와 그의 가족 간에 벌어진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액자식 구성에서 바깥쪽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 서원은 아내를 죽이고 세령호의 댐을 열어 세령마을과 주민 전체를 수몰시킨 살인범 최현수의 아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인범이 된 뒤로 7년 간, 서원은 세상의 시선 때문에 상처받고 도망다니는 삶을 반복하고 있죠. 그렇게 '아저씨'라고 불리는 승환과 이제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조금은 잊혀졌나 싶은, 물 속으로 영영 가라앉아버린 세령마을 근처로 돌아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원은 승환이 쓰고 있던 '소설'을 발견합니다.
그 소설은 최현수, 즉 자신의 아버지를 조명하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사건과 관련된 기록을 조사하면서 승환이 채워넣은 이야기였죠. 서원은 충격을 받는 동시에 소설 속에서 아버지와 그날의 사건에 대한 '진실' 마주합니다. 이 진실이 무엇인지는 거대한 스포라 이곳에서 밝히지 않겠지만,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마을이 수몰되면서 최현수도 오영제도 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영제는 최현수에게 어떠한 사유로 깊은 원한을 갖고 있었고, 그의 아들인 서원까지 노립니다. 그리고 이제 최현수가 감옥에 들어갈 때처럼 어리지 않은 서원은 자신만의 복수이자 완전한 '끝'을 준비합니다.
과연 이 파국(!)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 지 궁금하시지 않나요? 7년 동안이나 누군가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를 키워온 사람.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을 보호할 준비만을 했던 사람. 저는 그 집요함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이 책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들 간의 복잡한 감정선도 이제는 조금 더 해상도가 높아지더라고요.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흥미롭게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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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King Gnu - 白日
가사와 발매 배경이 감동적인 곡입니다. 언제 들어도 감미로운 멜로디는 덤! 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