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객을 만든 마케팅 전략, 쇼핑몰에도 통할까?
Editor’s Note
지금 극장을 달구고 있는 영화 세 편 《군체》《와일드 씽》《백룸》의 흥행에 공통점이 있다? 장르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세 편이 나란히 화제를 모은 데는 작품의 완성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각 영화사가 보여준 마케팅 전략을 분석해 봤어요!
브랜드 마케팅, 이제 알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2026년, 영화관이 다시 뜨겁습니다.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것에 이어 군체가 500만 관객을 뛰어넘었어요. 이 흐름이 그저 영화가 재미있는 탓이었을까요? 요즘 영화사들은 예고편과 포스터를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오고 있어요.
영화를 알리는 데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관객을 영화의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여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설계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경험'이 입소문의 출발점이 되게 해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요.
최근 극장가를 달군 세 편의 영화가 보여준 경험 설계형 마케팅 전략을 통해 그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군체: 굿즈 마케팅으로 고객 경험을 확장한 방법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지휘한 영화《군체》는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인데요. 5월 21일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예매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어요. 개봉 당일에만 약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고, 이후로도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군체》는 영화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확장하면서 영화의 핵심 요소를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어요. 《군체》의 핵심 소재는 ‘균류 감염체’인데요. 영화 속에서 균사로 이루어진 점액 형태의 존재로 영화 속에서 슬라임처럼 끈적이며 확산되는 이 감염체는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비주얼이기도 합니다.
CGV는 이 세계관을 현실로 꺼냈어요.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끈적이 상영회”를 연 것입니다. 스크린엑스 상영관에서 해당 회차를 예매한 관객에게 균류 감염체를 연상 시키는 슬라임 굿즈를 증정한 이벤트예요. 관객이 상영관 밖으로 나올 때 손에 슬라임을 들고 있다는 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감각이 이어진다는 걸 의미해요. 스크린 안의 서사가 손안의 물건으로 연결되는 순간, 영화 관람은 단순한 보기를 넘어 만지고 느끼는 경험으로 확장되죠.
CGV는 《군체》의 한 요소를 굿즈화 시킨 것은 물론 증정품이 아닌 세계관의 확장으로 설계하면서 영화를 한 번 더 경험하게 했어요. 이 영화가 알려주는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의 특징이나 콘셉트를 말로 설명하는 데서 멈추는 대신,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사물로 구현해 보는 거예요.
와일드씽: 팬덤 마케팅으로 구매 동기를 만드는 법

90년대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은 《군체》와 나란히 박스오피스 1, 2위를 기록하며 관람객을 상영관으로 이끌고 있는데요.
이 영화의 마케팅이 특별했던 이유는 개봉 전부터 시작된 세계관 마케팅 덕분이에요. 개봉을 두 달 앞둔 4월,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트라이앵글’의 컴백 티저가 공개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어요. 티저부터 컨셉포토, 응원법까지 K-pop의 팬덤 문화를 그대로 연상케하는 마케팅으로 실제 아이돌 그룹의 컴색 소식처럼 이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었죠.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는 400만 조회수를 바라보고 SNS 계정과 나무위키 페이지까지 생기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는 반응 그 자체로 밈이 됐어요.
개봉 전날에는 또 다른 캐릭터 ‘최성곤’의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를 깜짝 공개했고, 공개와 동시에 ‘니가 좋아’ 챌린지가 급부상하며 숏폼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팬덤 구조를 영화 캐릭터에 그대로 옮겨 오면서 실제 아이돌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세계관 마케팅은 관객을 팬덤으로 전환시켰어요. ‘이 캐릭터를 보러 간다’는 동기 자체가 관람 결정으로 이어지게 만든 거죠.
이 구조는 ‘제품을 사세요’라고 직접 말하는 대신, 소비자가 스스로 응원하고 싶은 대상을 만들어 낸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설득당해서 움직이기보다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쪽에 훨씬 마음을 열게 돼요.
백룸: 콜라보 마케팅으로 세계관을 일상에 심는 법

공포영화 《백룸》은 2019년 익명 게시판에서 시작된 인터넷 괴담인 ‘노클립 되어 현실의 틈새로 떨어지면 나타나는 노란 형광등 공간’이라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노란 벽지와 형광등, 웅웅거리는 소음만이 반복되는 기이한 미지의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심리적 고립과 공포를 그린 스릴러예요.
마케팅 역시 원작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레고(LEGO)의 피규어들이 영화 속 장면에 등장하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맥도날드는 영화 공간을 맥도날드 매장으로 표현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이케아 역시 백룸의 공간 자체를 활용하면서 영화 속 세계관을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습니다.
영화 속 사건을 현실에서 느끼게 하면서 영화 자체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시키고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 거예요. 소비자를 구경하는 제3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들면서 탐험하게 했어요. 관객은 이미 세계관 안에 들어와 있게 된 겁니다.
광고처럼 보이는 순간 고객은 물러나지만 익숙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만들면 소비자는 스스로 의미를 찾아 나서게 돼요. 설득하려 들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을 만들어내요.
영화관이 보여주는 마케팅의 다음 단계

현재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세 편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관객을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경험의 주체로 초대했다는 점입니다. 끈적이 상영회는 영화의 핵심 감각을 관객의 손에 쥐여주었고, 와일드 씽의 뮤직비디오는 관객이 팬덤이 되게 만들었어요. 백룸의 현실 침투 광고는 관객이 세계관을 발견하는 역할을 부여했어요.
세 영화의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향하는 곳은 같아요. 더 이상 줄거리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도록 만듭니다. 좋은 제품이나 콘텐츠를 알리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그 세계관 안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마케팅. 우리 브랜드는 지금 어떤 경험을 설계하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