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시간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AROUND>

작성자 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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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시간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AROUND>

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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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ee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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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있으신가요?”

처음 만나는 사이에 주고받는 조금은 뻔한 질문 중 하나죠. 하지만 이 취미 하나로 대화거리가 생기고, 그 사람을 조금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어떠한 목적 없이 순수하게 마음을 쏟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보면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취미는 의무감에서 벗어난 쉼을 채우는 좋은 재료가 되어주죠. 이번 아티클에서는 ‘취미’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AROUND>의 81호 ‘취미 생활’과 함께 말이지요.

혼란한 시국이에요. 잠시 쉼에 대하여 생각해보며 한숨 돌리고 가세요 :)

AROUND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 주변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릅니다.”
《AROUND》는 격월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으로 매호 한 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피플, 브랜드, 플레이스의 면면을 두루 둘러보며 정성스레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나갑니다. 어라운드만의 시선을 통해 여러분 삶에 깃든 작고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어라운드 홈페이지 발췌)

어라운드는 제게 독립 잡지의 맛을 알려준 첫 잡지입니다. 수험생활을 갓 마치고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처음 이 잡지를 보게 되었는데요. 계속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걸 본 친구가 선물로 사주었고, 그 한 권을 읽으며 곧바로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의 최애 잡지 TOP 3 안에 있답니다! 사람 이야기로 가득한 어라운드 한 권을 읽고 나면 영감을 잔뜩 얻어 마음이 풍족해지고 기분이 좋아져요.

<어라운드> 81호의 모습

VOLUME.81 ㅣ TAKE BREATH 취미 생활

첫 장 'Editor's Letter'에서 편집장은 목적 없이 순수하게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일이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취미가 있냐고 묻는 것과 같은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81번째 어라운드에서는 취미 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쉼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쉼의 방식은 다양하고 쉬는 동안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소개할 잡지에서는 '부지런히 취미를 이어오는 사람들'을 잔뜩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의 제목에 쓴 '무용한 시간'은 제가 내린 취미의 정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무용하다.' 쓸모가 없다는 거죠. 잡지에 실린 인터뷰를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 또한 '쓸모'입니다. 쓸모를 따지지 않고,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을 취미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취미의 핵심은 '쓸모 없음'에 있다는 데 크게 동의합니다. 쓸모를 따지는 순간 의무감이 생기고, 의무감에 짓눌려 하다 보면 즐거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사람들은 이제 쓸모없는 일들을 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요즘 시대는 우리가 어떤 것에 매달리거나 귀속되고 싶도록 만드는데요. 그렇지 않은, 순수한 시간으로 삶에 윤기를 더하는 활동이 취미라고 생각해요. (p.26, 김겨울 인터뷰)

무한경쟁 사회에서 쓸모 없는 걸 한다는 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거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취업준비생이 된 저 역시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이런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쓸모 없음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하는 활동들이 주는 에너지가 곧 쓸모가 되어준다는 걸 느끼거든요.

사람들한테 다 내려놓고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바빠서, 분수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지금 시작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미루고 있는 거겠죠. 근데 쓸데없는 게 사실 제일 재밌거든요(웃음). (p.52, 양다솔 인터뷰)

여러 사람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읽다 보면 나와 꼭 닮은 구석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어라운드를 읽을 때면 특히 그래요. (그래서 오랫동안 '최애 잡지' 반열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나 봅니다.) 이번에는 고예림 작사가님이 그런 분이었는데요. '생산성도, 큰 쓸모도 없지만 이렇게 소소한 지식을 쌓는 걸 좋아했어요.' 이 대목을 읽으며 속으로 '저도요!' 했습니다. '모르는 게 없다'는 소리도 들어보고, '알쓸신잡' 프로그램을 너무 즐겁게 보기도 했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무려 10년 간 대치동에서 강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인터뷰에서 느껴진 작사가님의 통통 튀는 이미지와 상반된 성격의 일을 하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입시의 세계에서 쉼 없이 일을 하다보니 번아웃을 맞이해 퇴사 후 진로 탐색 시간을 가지셨다고 해요. 그 기간 동안 '호기심', 그리고 '관찰과 탐구'라는 정체성을 발견해 작사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10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한 시간 덕에 아이돌 노래의 가사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시는 걸 보며 정말 버릴 경험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기도 했어요.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걸 보며 큰 용기를 얻습니다. 인터뷰를 읽었을 뿐인데 응원을 받은 기분이 들어요. 이번 잡지에서는 고예림 작사가님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좋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혼란스러운 제게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라는 교훈을 던져주셨습니다.

취미와 쉼

90년대의 작고 귀여운 장난감들을 수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육공사님이 내리는 취미에 대한 정의가 아주 명료합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에 굳이 하게 되는 일'. 쉰다는 건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쉬는 거라고 말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사용해도 희안하게 에너지를 채워주는 그런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되지만 '굳이' 몸을 일으켜 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지요. 어라운드 81호를 읽으며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매거진을 읽고 모으는 게 곧 취미인 저에게는 이번 매거진이 큰 쉼이었습니다.

이번 매거진을 읽으며 정말 다양한 취미의 세상을 보았고, 모두 각자 가진 취미 분야의 전문가나 다름 없었어요. 애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가득 찬 사람들을 잔뜩 만나고 나니 덩달아 기운이 나는듯 합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지만 그냥 하고 싶어서, 마음을 마음껏 쏟는 일. 말만 꺼내도 화색이 돋고 말이 많아지게 만드는, 그런 기분 좋은 게 하나쯤은 있으시리라 생각되어요.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는 곧 또 다른 잡지와 함께 쉼을 이야기 하러 오겠습니다. 모두 혼란한 시국에 마음을 잘 챙기시기를 바라요. 취미와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