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장마의 (거의) 모든 것 ☔

아, 장마철이라고 해서 우산 갖고 다니는데 비가 별로 안 와요. 자고로 장마라면 더운 열기 확 날아갈 만큼 시원하게 쏟아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기상청에서는 아직 장마가 끝났다고 보긴 어렵대요 ☔. 마지막으로 큰비를 뿌리고 7월 20일에 끝날 거라는데요(7월 15일 기준). 도대체 어떤 기준이 있길래 비가 별로 안 와도 장마라고 하는 걸까요?

 

 

#1. 장마, 정체를 밝혀라!

장마는 원래 6월 중순에 시작해서 7월 말쯤에 끝나요. 그 원리를 좀 설명해보자면: 지구에는 수많은 공기 덩어리가 있는데요. 여름철 한반도 근처에서는 두 개의 큰 공기 덩어리가 자리를 잡아요. 하나는 남쪽에서 온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다른 하나는 북쪽에서 온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 이 둘이 제주도 근처에서 만난 뒤 💞 북쪽으로 올라가며 비를 뿌려요. 두 공기 덩어리가 만난 곳에 생긴 걸 ‘장마전선’이라고 하고, 이 기간을 장마라고 해요. 

  • 그렇다면 기상청은 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호츠크해 고기압을 아직 중부지방 위쪽으로 완전히 밀고 올라가지 않아서, 비가 안 와도 장마가 안 끝났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장마 이번에 엄청 지각했지 않아?

맞아요. 올해는 6월 중순이 아니라 7월 초에 찾아왔어요. 거의 보름 정도 지각한 건데요. 34년 만에 ‘역대급 지각 장마’라고 부를 정도로 드문 일이에요. 그 이유는:

  • 장마 왜 늦었어! 🌧️: 가장 억울하게 지각할 땐... 갑자기 차가 꽉 막혀서 내 의지랑 상관없이 늦을 때잖아요. 이번 장마가 늦은 원인도 똑같아요. 차가운 고기압🔵이 뜨거운 고기압🔴을 아예 제주도 아래에서 꽉 막아서 장마전선이 한반도 방향으로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 이렇게 공기 덩어리가 잘 흐르지 못하는 걸 ‘블로킹 현상🚧’이라고 해요.


 

#2. 미안하지만 난 이과 아닌데...?

잠깐만... 가지 말고 들어봐요. ‘블로킹 현상🚧’ 하나만 알면 다 이해돼요. 쉽게 말하면 축구할 때 철벽수비하듯이 꽉 틀어막아버렸단 얘긴데요. 작년 장마가 역대급으로 길었던 것(54일 지속, 8월 16일 끝남)도 블로킹 현상 때문이에요. 작년에는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에 있을 때 블로킹 현상이 일어나, 딱 막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어 오랫동안 비를 뿌린 것. 이런 현상이 발생한 두 가지 이유가 뭐냐면: 하나는 ‘따뜻해진 북극’ 다른 하나는 ‘뜨거워진 시베리아’ 때문. 북극과 시베리아 ❄️, 엄청 추울 것 같은 지역들이 따뜻하고 뜨거워졌다니, 말도 안 되지만 진짜예요.

  • 따뜻해진 북극: 지구는 대기 온도에 따라 북극에서 남극까지 6층으로 나눌 수 있어요. 각 층 사이에는 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아주 빠르게 흐르는 공기가 있는데 그걸 제트기류✈️라고 불러요. 그런데 기후위기로 북극 공기가 따뜻해진 탓에 기류에 힘이 빠지면서 일부가 우리나라까지 축 늘어졌어요(사진). 이게 북태평양 고기압을 딱 막고 선 거죠. 
  • 뜨거워진 시베리아: 작년에 시베리아도 이상 기온 때문에 엄청 뜨거워졌죠(평균 20도 → 38도). 시베리아에서 확장한 공기가 원래 올라가야 했을 찬 공기를 막아선 거예요.

한마디로, 기후위기 때문에 북극, 시베리아 등 차가운 지역의 공기 흐름이 영향을 받았고, 그게 우리나라 날씨에도 영향을 준 거죠.

 

 

#3. 날씨가 변하는 게 그렇게 큰 문제야?

그럼요. 예를 들어 작년엔 장마(+9월 3연속 태풍) 때문에 피해가 컸어요. 재산피해를 다 합치면 1조 2585억 원 규모고요.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피해를 평균 낸 것과 비교했을 때 약 3배 많은 거예요. 특히 작년 장마는 농업·어업·축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며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줬어요. 수많은 동식물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고요.

  • 파가 비싸 집에서 키우고: 대파는 습기에 약해서 비를 많이 맞으면 덜 자라거나 흐물흐물해지는 병에 걸려요. 우리나라 대파는 주로 전남에서 나오는데요. 대파가 한창 자랄 시기인 여름철에 태풍까지 겹쳐 전남에 비가 1000mm 내리다 보니 폐기할 수밖에 없었대요. 겨울에 한파까지 겹치며 파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파 가격이 1년 만에 3배 이상 뛰며 파테크 열풍까지 벌어졌어요.
  • 굴 값도 금값이고: 육지에 내린 비는 흘러흘러 바다로 가잖아요. 조금씩 흐르는 건 괜찮은데, 작년엔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이 흘러들어 바다 생물에도 영향을 줬어요. 염분이 없는 빗물과 염분이 많은 바닷물이 섞이지 못하다 보니 바닷속에 산소가 부족한 부분이 생긴 것. 굴·멍게 등이 숨을 쉬지 못해 그대로 죽었고요. 그 영향으로 작년 11월엔 굴 가격이 70% 가까이 뛰기도 했어요. 남해안 중에서도 특히 경상남도 진해만 근처(지도)의 피해가 컸어요.
  • 소는 지붕에 올라가고:사진 혹시 본 적 있나요? 작년에 큰 화젯거리였지만 물이 급격히 불어나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당시 전국에서 소 1213마리가 죽거나 실종됐고, 그중 871마리가 전라남도에서 살던 소였어요. 전남에서도 소를 가장 많이 잃은 곳은 구례인데요(572마리 사망). 왜냐하면: 섬진강댐이 갑자기 불어난 물을 견디지 못하고 평소보다 3배 많은 물을 쏟아내며 마을까지 순식간에 침수됐기 때문. 댐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운영 규정 자체가 이상기후를 대비하지는 못할 정도로 부실했다는 평가가 나와요.

 

 

#4. 다른 나라도 그렇대?

당연히 다른 나라들도 난리인데요.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난 두 곳을 꼽아보자면:

  • 옆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장마가 5월에 찾아왔어요.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고, 평소보다 3주 정도 빨리 시작한 거라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는 블로킹 현상 때문에 꽉 막혀서 못 왔지만, 일본으로는 빠르게 가버린 것. 7월엔 비가 갑자기 많이 오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기록적인 폭우를 뿌리며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어요.
  • 바다 건너 북미에는: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는 100년 만에 폭염이 찾아왔어요(최고 기온 50도). 이 때문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일주일에 719명이 돌연사하기도 했고요. 이 폭염의 원인은 ‘열돔 현상🔥’인데요. 북미에서 한반도까지 걸쳐 있는 찬 공기 덩어리와 또다른 찬 공기 덩어리 사이에 뜨거운 공기가 꽉 갇혀서, 큰 돔 경기장처럼 따뜻한 열돔을 형성한 거예요. 열돔 현상이 생기면 다른 때보다 기온이 5~10도 올라요.

이번 장마가 지나간 뒤, 우리나라에도 열돔 현상 때문에 폭염이 올 가능성이 있어요.

 

 

#5. 그나저나 일기예보는 왜 이렇게 안 맞아?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날씨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 작년엔 역대급 길었던 장마, 올해는 손에 꼽는 지각 장마. 내년엔 어떨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해요. 지난겨울엔 엄청 추웠는데 그 전 겨울은 따뜻했잖아요. 분명히 예상되는 한 가지 변화는 있어요: 전문가들은 2100년에 가까워질수록 한반도 기온이 더 따뜻해지고 비가 더 많이 올 거라고 분석해요. 한마디로 ‘온대기후’인 우리나라가 점점 ‘아열대기후’로 변할 거라는 것.

  • 아열대기후: 온대와 열대 사이에 있고 여덟 달 연속으로 매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기후를 말해요. 비도 많이 오는데,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려 우기와 건기를 구분할 수 있어요. 동남아 날씨를 생각하면 돼요.
  • 온대기후: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요. 인간이 살기 가장 좋은 기후로 꼽혀서, 이 기후인 곳에 인구가 가장 몰려 있어요. 한반도도 온대기후에 속해요.

 

그럼 그냥 따뜻해지는 대로 맞춰서 살면 안 돼?

이렇게 점점 따뜻해지는 날이 늘어나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타격을 크게 입어요. 날씨가 조금만 바뀌어도 수확량이 크게 줄거든요. 수십 년 노하우를 쌓으며 짓던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을 심거나, 북쪽으로 이사해서 농사를 이어 짓는 경우도 있어요. 2100년 농사 지도를 예상한다면 이렇게 돼요.

  • 사과: 원래는 대구 근처에서 많이 나는데요. 재배하는 곳을 거의 찾을 수 없을 거예요.
  • 고추: 지금보다 수확하는 양이 89% 줄어들어요.
  • 배추: 너무 따뜻한 곳에서는 잘 안 자라요. 그래서 강원도 대관령 높고 선선한 곳(=고랭지)에서 기르는 건데요. 아열대기후가 되면 산 위쪽도 따뜻해져서 고랭지 배추는 재배를 못 해요.

 

사과, 고추, 배추 등을 심던 자리에는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과일을 심을 수 있어요. 망고나 바나나, 공심채 등을 재배할 수 있을 거라고 🍌. 지금도 아열대작물을 기르는 농가가 늘고 있는데요. 경남 김해에서는 애플망고를 수확해 판매했고, 전남 해남에서는 바나나를 수확할 예정이라고. 지자체에서도 아열대작물을 기르는 농가에 지원금을 주고 있고요.

 

 

📝. 누가 4줄 요약 좀

  1. 올해 지각 장마, 작년 최고로 길었던 장마 모두 ‘블로킹 현상’이 원인이에요. 북극이 뜨거워진 영향을 받아 생긴 현상이에요.
  2. 작년 장마는 농업·어업·축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며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동식물의 생명도 많이 앗아갔어요.
  3. 올해 장마가 지각한 원인은 기후위기, 일본 대규모 산사태와 북미 폭염과도 연결돼 있어요.
  4. 우리나라는 점점 따뜻해지고 비도 많이 오는 방향으로 기후가 바뀔 텐데요(아열대기후). 그럼 전통적으로 짓던 농사는 점점 못 짓고 새로운 작물을 식탁에서 발견하게 될 거예요.

 

 

#Special. 우산으로 기후위기를 막는 4가지 방법 🌂

한 번 장만하면 닳을 때까지 쓸 것 같은 우산, 실제로 버려지는 양은 꽤 많아요. 서울시 1개 구에서 ‘일주일’에 약 1t이 나온다고. 서울시가 총 25개 구이니, 일주일에 약 25t씩 버려지는 셈인데요. 조금만 신경 쓰면 우산 하나를 오래오래, 최대한 환경에 해가 없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4가지를 소개해요.

  • 수선해서 쓰기 ✂️: 천이 분리되거나 우산살에 녹이 스는 경우 종종 있죠. 그럴 땐 새로 사지 말고 고쳐 쓰는 걸 추천해요. 지자체에서 무료로 수선해주기도 하니 검색해보고 방문하면 좋아요. 혼자서 수선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하는 블로그도 있어요. 우산을 살살 펴거나 물기를 꾹 짜는 것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에요.
  • 우산 커버 들고 다니기 👝: 비 오는 날 큰 건물 들어가면 입구에서 우산 넣으라고 긴 비닐 하나씩 주잖아요. 잠깐만 들어갔다 나올 건데 꼭 넣으라고 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이렇게 쓰는 비닐, 1년에 1억 장이에요. 재활용도 잘 안 되고요. 개인 텀블러 들고다니듯 우산 커버 들고다니면 비닐 사용을 줄일 수 있어요.
  • 잘 분리배출 하기 🗑️: 수선해서 쓰지 못할 정도로 고장나면,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해요. 여러 소재가 얽혀 있어 분리하기 까다롭지만 우산살은 고철로 재활용할 수 있거든요. 비닐도 깨끗하다면 가능하고요. 방수천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매립되거나 태워지는데요. 요즘은 카드지갑 같은 업사이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우산살과 천을 잘 분리해서 버리는 게 좋아요.
  • 친환경 우산 구매하기 ♻️: 우산이 고장날 대로 고장나서 하나도 없다면? 업사이클 제품을 구매해도 좋겠어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우산 천을 만든 거예요(보통 합성섬유·비닐 사용). 페트병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재해재난#기후위기#환경
고슴이는 경제초보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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