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길고 길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

얼마 전 노동자 파업으로 한 번쯤 들어봤을 대우조선해양. 배 만들기로는 세계에서 3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잘나가는 ‘빅3 조선사’ 중 하나인데요. 실은 21년 동안 주인이 없었어요. 드디어 올해 한화라는 새 주인을 찾게 됐는데, 마냥 축하하기에는 분위기가 조금 싸하다고. 

21년 동안 주인이 없었다고?

21년 동안 6번이나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20년을 한 번에 몰아보면: 

  •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원래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은 대우그룹이었어요. 하지만 국제금융위기(IMF)로 대우그룹이 망하자, 대우조선해양은 빚을 안고 홀로서기에 나섰어요.

  • 2001년 산업은행이 임시 주인: 산업은행은 나라가 운영하는 은행(=국책은행)인데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부실한 기업을 맡아 살리는 역할을 해왔어요.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 역할을 하며 경영을 이끌기로 했어요. 

  • 2009년 주인 찾기 1차 실패: 국내 대기업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자리를 두고 경쟁했어요. 한화에 계약 우선권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져 인수를 포기했어요.

  • 2022년 주인 찾기 2차 실패: 배 만들기로는 우리나라 1등이었던 현대중공업이 새로운 주인 되기 직전까지 갔는데요. 유럽연합이 심사를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어요: “너네 둘이 합치면, 배로 물건 실어 나르는 일 독점하게 되잖아. 그럼 유럽 배 회사들이 피해 봐!”

숨차다… 이번에는 진짜 주인 찾은 거야?

그럴 것 같아요. 주인공은 2009년 인수에 실패했던 한화인데요. 산업은행이 한화에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2조 원에 팔고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것. 다만 산업은행은 더 나은 조건에 대우조선해양을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나면, 그 기업이 주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어요(=스토킹 호스).

근데 왜 분위기 싸하다는 거야?

너무 헐값에 파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거든요. 그동안 나라에서 운영하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려고 나랏돈을 약 4조 원이나 쓴 데다, 2009년에는 약 6조 원이었던 기업을 겨우 약 2조 원에 파는 게 문제라는 거예요. 산업은행이 오랫동안 기업을 맡고 있는 바람에 제때 다른 기업에 팔지 못해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래서 ‘산업은행이 앞으로도 기업 살리는 역할 맡는 게 맞아?’라는 싸한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뭐래?

입장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해요. 하나씩 둘러보면:

  • (현) 주인 산업은행: “헐값 논란 있는 거 아는데. 지금은 비싸게 파는 것보다 대우조선해양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잘 관리해줄 새 주인에 빨리 파는 게 더 중요해.”

  • (새) 주인 한화: “대우조선해양이 잘 만드는 군함·잠수함,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합쳐 방위·에너지 사업에 힘 실을 거야.”

  • 업계 노동자들: “배 만드는 건 나라의 중요한 산업인데, 정부·기업이 우리랑 상의도 없이 급하게 막 인수하게 두면 안 돼. 한화가 조선업 잘 이끌 수 있는 회사인지 먼저 따져봐야 해.”

#경제#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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