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가 엔지니어처럼 일해야 하는 진짜 이유

마케터가 엔지니어처럼 일해야 하는 진짜 이유

위픽레터
@w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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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숫자를 앞에 두고도 감을 따른다.

얼마 전부터 '숫자'와 ‘감’의 관계는 물과 기름이라고 여기려고 시도했다. 데이터는 설명할 수 있지만 감은 설명하기 어렵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역시 이번 시도도 실패했다.

데이터 종류가 많아진다고 모든 판단이 저절로 되는 게 아니었다.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어떤 행동을 측정할지 정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똑같은 숫자도 목표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어떤 반응을 기록할지,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꿀지 데이터 기반으로 정한다. 이 가운데 반복되는 일은 자동화하고, 맥락을 살펴야 하는 판단은 우리가 한다.

어떤 카피가 클릭을 유도할지, 어떤 기능이 팔릴지, 지금 타이밍에 뭘 보여줘야 할지. 경험이 많은 사람은 대시보드에서 근거를 찾기 전에 이상한 낌새를 먼저 알아차릴 때도 있다. 다만 그 판단의 근거를 리포트에 표로 넣기는 어렵고, 그 선택만의 성과로 분리해 증명하기도 어렵다.

데이터를 보는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을 목표로 삼고, 어떤 행동을 기록하고,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꿀지 정하는 일이다. 나는 이것이 마케터가 엔지니어처럼 일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당연한? 사실

  • 퍼포먼스 마케터는 목표를 정하고, 반응을 기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광고와 예산을 바꿔 왔다.

  • 대시보드에는 고객의 행동 가운데 미리 기록하도록 정한 것만 있다.

  •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무엇을 컴퓨터에 맡기고 무엇을 사람이 판단할지 정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옛날에 엔지니어였던 나는 마케팅이 문과 쪽이라고 생각했다.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기획하고, 고객의 마음을 추측하는 일. 숫자를 다루더라도 매출이나 방문율을 나중에 확인하는 정도였다. 엔지니어는 정량적이고, 마케터는 아이디어와 언어를 다룬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사고팔기 시작하면서 측정할 수 있는 항목도 크게 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노출, 클릭, 체류 시간, 장바구니, 구매와 재구매까지 고객 행동의 많은 부분이 숫자로 남기 시작했다.

마케터는 이 숫자를 보고 예산, 입찰가와 광고 소재를 조절했다. 고객 한 명을 얻는 데 쓸 목표 비용을 정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시 조건을 바꾼다. 대시보드를 보고 계속 상태를 확인하고 고친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엔지니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한다.

마케터는 이미 엔지니어처럼 일하고 있었다

찾아보니 1923년에도 퍼포먼스 마케터가 있었다. 클로드 홉킨스는 1923년 《Scientific Advertising》에서 광고를 세일즈맨에 비유하고, 쿠폰과 테스트 캠페인으로 결과를 비교했다. 서로 다른 헤드라인과 제안을 내보내고 어떤 쿠폰이 돌아오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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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명: 클로드 홉킨스가 1923년에 출간한 《Scientific Advertising》 원문이다. 쿠폰 회수와 광고 테스트로 광고 효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쿠폰은 지금의 전환 추적 코드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어떤 광고를 보고 고객이 반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 원리는 같지만 결과를 확인하는 속도와 세밀함이 달라졌다. 그땐 캠페인이 끝난 뒤 쿠폰 회수량이나 판매량을 모아 비교했다. 지금은 클릭과 구매가 빠르게 기록된다.

인터넷은 광고 반응을 바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1994년 HotWired에 등장한 초기 배너 광고도 단순한 디지털 간판이 아니었다. 광고가 클릭될 수 있었다. WIRED의 회고처럼, 마케터는 처음으로 몇 명이 광고를 보았고 그중 몇 명이 반응했는지를 직접 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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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명: WIRED가 자사 웹사이트 HotWired에 실렸던 초기 배너 광고를 회고한 기사다. 배너의 등장 시점과 클릭을 측정하게 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광고의 반응을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과 검색 광고가 등장하자 마케터는 키워드마다 입찰가를 정하고, 여러 광고 문구와 랜딩 페이지의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을 정하는 규칙도 만들었다. 전환율이 떨어지면 광고 문구를 바꾸고, 성과가 좋은 검색어에는 예산을 더 쓰는 식이다.

구매나 문의로 이어지는 비율이 떨어지면 광고 문구를 바꾼다.
고객 한 명을 얻는 비용이 목표보다 낮으면 예산을 늘린다.
광고비에 비해 매출이 높은 검색어에는 입찰가를 올린다.

코드를 짜지 않았지만,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을 바꾸는 규칙을 만들었다.

대시보드에는 측정한 것만 나온다

에어컨 센서가 현재 온도를 잰다. 설정보다 높거나 낮으면 작동한다. 다시 온도를 읽고 조절한다.

퍼포먼스 마케팅도 비슷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목표값, 제어기, 작동, 피드백 순환 구조
목표를 정하고, 고객 반응을 기록하고, 광고를 조절한 뒤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
  • 목표: 고객 한 명을 얻는 비용, 광고비 대비 매출, 전체 매출, 재구매율

  • 기록 도구: 웹사이트 태그, 앱과 웹의 행동 기록, 고객 관리 데이터

  • 조절 규칙: 입찰 방식, 예산 기준, 고객 분류, 광고 운영 기준

  • 실행 수단: 광고, 이메일, 알림, 프로모션

  • 결과 확인: 클릭, 구매, 이탈, 고객이 장기적으로 만든 매출

마케터는 광고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 행동이 제대로 기록되는지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예산과 광고를 바꿔야 한다. 추적 설정이 잘못되면 실제 성과와 다른 숫자를 보게 된다. 엉뚱한 지표만 목표로 삼으면 구매나 재구매와 상관없는 반응을 늘릴 수도 있다.

클릭만 목표로 잡으면 낚시성 제목이 늘어난다. 단기 매출만 보면 할인에 중독된다. 측정할 수 있다는 것과 제대로 측정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측정은 언제나 일부만 본다

대시보드를 보고 있으면 일이 선명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프가 꺾인 날짜가 보이고, 채널별 숫자가 나뉘고, 구매까지의 경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화면에는 우리가 미리 기록하도록 설정한 행동만 나온다. 고객이 왜 망설였는지, 광고를 보지 않은 곳에서 무엇을 들었는지까지 자동으로 기록되지는 않는다.

대시보드에서는 구매하지 않은 사람이 모두 ‘미전환’으로 묶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태는 제각각이다. 가격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친구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고, 단지 결제를 다음 날로 미뤘을 수도 있다. 기록에는 결과가 남지만 이런 사정이 모두 남지는 않는다.

숫자는 측정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구매 전 며칠까지 광고의 영향으로 인정할지,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일어난 행동을 같은 사람의 것으로 연결할지에 따라 전환 수가 달라질 수 있다. 대시보드를 읽기 전에 어떤 기준으로 집계한 숫자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서드파티 쿠키 사용이 제한되고 고객이 여러 기기와 채널을 오가면 광고를 본 행동과 구매를 모두 연결하기 어려워진다. Google Ads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일부 전환을 머신러닝으로 추정하는 전환 모델링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대시보드의 전환 수에는 직접 기록한 값과 모델이 추정한 값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출처 설명: Google Ads 공식 도움말이다.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일부 전환을 모델링하는 이유와 모델링된 전환이 보고서에 포함되는 방식을 설명한다.

숫자를 해석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결과가 좋으면 전략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나쁘면 시장 탓으로 돌리기 쉽다. 같은 숫자도 보는 사람의 기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숫자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숫자는 최종 답이라기보다 어디를 더 살펴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단서다. 마케터는 숫자를 보되,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

측정되지 않는 것이 보일 때 흔히 측정 항목과 통제 규칙을 더 붙인다. 하지만 장치와 규칙이 늘어날수록 오류가 생길 곳도 많아진다. 모든 것을 더 정교하게 제어하는 것이 답일까. 이 질문을 생각하다 문어 로봇의 설계가 떠올랐다.

이 대목의 문제의식은 장홍석 님의 글 〈계산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에서 출발했다. 원문이 원인과 결과 사이에 놓인 사람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그 생각을 측정 시스템의 한계와 마케터의 역할로 이어 보았다.

출처 설명: 링크는 〈계산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를 쓴 장홍석 님의 LinkedIn 프로필이다. 여기서는 원문을 옮기지 않고, 원인과 결과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확장했다.

완벽한 제어를 포기한 문어 로봇

어제 문어를 닮은 수중 로봇에 관한 글을 읽었다. 이 로봇의 연구진은 논문에서 문어 팔의 움직임을 여러 구동 장치로 재현하는 기존 방식이 무게와 제작 비용, 제어의 복잡성을 키운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모터 수를 늘리는 대신 팔의 재료와 구조를 다르게 설계했다.

출처 설명: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공개한 수중 로봇 논문이다. 기존 문어 모방 로봇의 구동 복잡성과 이를 줄이려는 연구 목적을 설명한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은 문어 모방 수중 로봇을 만들 때 자연의 방식을 본떠 기존과 반대로 접근했다. 여덟 개의 부드러운 팔을 두 개의 정속 모터와 우산처럼 펴지고 접히는 기구로 움직였다. 팔의 비대칭적인 유연성과 물의 저항을 이용해 회복 동작에서는 저항을 줄이고, 추진 동작에서는 힘을 만들었다. 실험에서 순간 최고 속도는 초당 314밀리미터였다.

출처 설명: 같은 논문의 설계와 실험 결과를 요약했다. 정속 모터 2개, 비대칭 소프트 암 8개와 순간 최고 속도 314mm/s는 논문에 보고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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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속 모터

8

부드러운 팔

314mm/s

실험 순간 최고 속도

팔은 여덟 개지만 모터는 두 개뿐이다. 모든 팔을 따로 제어하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논문이 보여주는 핵심은 간단하다. 팔마다 모터를 달아 모든 움직임을 명령하는 대신, 부드러운 팔이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성질을 추진에 이용했다.

로봇공학에서는 몸의 형태와 재료가 움직임을 쉽게 만들어 제어 장치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형태적 계산이라고 부른다. 이 로봇에서는 부드러운 팔과 물의 저항이 그 역할을 한다. 제어 장치가 팔의 모든 움직임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출처 설명: 형태적 계산을 다룬 로봇공학 논문의 서지 정보다. 로봇의 몸과 환경의 물리적 성질이 계산과 제어의 일부를 맡을 수 있다는 개념의 근거로 사용했다.

로봇은 마케팅이 아니다. 다만 이 실험을 통해서 모든 것을 측정하고 제어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케팅에서도 추적 항목과 고객 분류, 자동화 규칙을 계속 늘리면 관리할 설정이 많아진다. 숫자가 달라졌을 때 원인을 찾기 어려워지고, 잘못된 태그나 연결 때문에 잠재 오류도 늘어난다.

특히 사람의 마음과 행동도 모든 조건을 정해놓는다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마케팅에서도 모든 고객 행동을 미리 정할 수는 없다. 대신 상품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고객이 불편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현장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반응을 운영에 반영할 수는 있다. 자동화는 이런 기본 조건을 돕는 데 쓰면 된다.

1923년 쿠폰 추적부터 AI 자동 최적화까지 마케팅 역할의 변화
측정과 자동화 도구가 늘면서 마케터가 직접 조절하던 일 가운데 일부를 기계가 맡기 시작했다.

자동화에 AI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것

마케팅은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자동화되어 왔다. 문의가 들어오면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성과가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광고를 멈추는 식이다. 사람이 조건을 정하면 컴퓨터가 그 규칙을 반복해서 실행했다.

AI가 들어오면서 컴퓨터가 맡는 일이 달라졌다. 정해진 규칙을 실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광고 문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예측이 입찰가와 광고 노출에 바로 반영되면 AI를 이용한 자동화가 된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마케터가 맡을 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규칙 기반 자동화에서는 사람이 실행 조건을 정했다. AI를 이용한 자동화에서는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어떤 데이터를 참고하게 할지, 그 판단을 언제 의심하고 멈출지까지 정해야 한다.

AI가 입찰가를 정하기 시작했다

예전 퍼포먼스 마케터는 키워드별 입찰가를 직접 올리고 내렸다. 이제 Google의 Smart Bidding은 머신러닝으로 전환 가능성이나 전환 가치를 예측하고, 광고 경매가 열릴 때마다 입찰가를 정한다. 이때 기기, 위치, 시간 같은 여러 신호를 참고한다.

출처 설명: Google Ads 공식 도움말이다. Smart Bidding이 머신러닝을 이용해 광고 경매마다 입찰가를 정하고 여러 신호를 참고한다는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케터가 필요 없어졌을까.

할 일이 바뀌었다. 자동 입찰이 입찰가를 정하더라도, 어떤 행동을 구매나 문의 같은 성과로 볼지는 사람이 정한다. 각 성과에 얼마의 가치를 줄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을지, 성과가 비정상적일 때 언제 자동 입찰을 점검할지도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자동화는 주어진 목표를 빠르게 좇는다. 클릭 수만 목표로 주면 구매 가능성이 아니라 클릭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자동화를 시작하기 전에 실제 사업 성과와 가까운 목표를 정하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없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AI가 광고를 최적화하려면 광고 클릭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입, 구매와 재구매처럼 제품 안에서 일어난 행동까지 알아야 한다. 이때부터 마케팅은 광고팀 안에서만 끝나는 일이 아니게 된다.

마케팅과 제품 운영의 경계가 흐려졌다

이 변화는 광고 플랫폼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Uber는 자사의 실험 플랫폼 XP로 제품 기능, 마케팅 캠페인, 프로모션과 머신러닝 모델을 시험한다고 설명한다. Uber가 이 플랫폼을 소개한 2020년 당시에는 동시에 진행되는 실험이 1,000개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출처 설명: Uber가 2020년에 공개한 XP 소개 글이다. 제품, 마케팅과 머신러닝 실험에 적용된 범위와 당시 동시에 진행되던 실험 규모는 Uber가 밝힌 운영 사례다.

고객은 회사 안의 업무 구분을 따로 경험하지 않는다. 알림을 눌러 앱을 열고, 추천 화면에서 상품을 보고, 가입과 결제를 거친다. 이 과정에는 마케팅 문구, 제품 화면, 고객 데이터와 개발 기능이 함께 작동한다. 그래서 캠페인을 바꾸려면 광고팀 밖의 도구와 사람까지 연결해야 할 때가 많다.

좋은 문구도 중요하다. 다만 그 문구를 누구에게 언제 보여줄지, 반응을 어떻게 기록할지, 다음 캠페인에 무엇을 반영할지까지 함께 정해야 반복해서 개선할 수 있다.

실행이 쉬워질수록 설계가 중요해진다

2026년 8월, James Douma는 X에 과거 컴파일러가 어셈블리 코드를 대신했던 변화에 지금의 AI 코딩을 빗댔다. 일론 머스크는 여기에 동의하며, 앞으로는 AI가 소스 코드 없이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단계가 올 수 있다고 썼다.

출처 설명: James Douma의 글에 일론 머스크가 답한 X 게시물이다. 소스 코드의 미래에 관한 개인적 전망이며, 검증된 연구 결과가 아니라 논의를 여는 사례로 인용했다.

이것은 아직 전망이다. 하지만 마케팅의 변화를 설명하는 비유로는 흥미롭다.

1957년 등장한 Fortran은 프로그래머가 기계 명령을 일일이 작성하는 부담을 줄였다. 사람이 계산할 내용과 순서를 적으면 컴파일러가 이를 기계가 실행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했다. IBM의 기록처럼 프로그래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직접 다루는 문제가 바뀌었다. 기계의 세부 명령보다 무엇을 계산하고 어떤 순서로 작동시킬지를 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출처 설명: IBM이 정리한 Fortran 역사 자료다. 개발 시기, 언어의 목적과 프로그래밍 작업 및 비용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마케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는 광고 문구를 만들고, 고객을 분류하고, 구매 가능성을 예측하고, 입찰가를 조절한다. 마케터가 직접 실행하던 일이 줄어드는 대신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게 할지, 어떤 결과를 실패로 볼지 정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마케터가 엔지니어처럼 일해야 한다는 말은 코딩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AI가 실행을 맡을수록 마케터는 문제와 조건을 더 정확하게 정의하고, 여러 도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결과가 의도와 다를 때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AI 시대의 마케터가 설계해야 할 여섯 가지

AI에게 광고 문구를 여러 개 쓰게 하는 것만으로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AI를 실제 운영에 쓰려면 다음 여섯 가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1.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매출을 올린다’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고객의 어떤 행동을 바꾸려는지와 지켜야 할 조건을 정한다.

  2. 측정 기준을 정한다. 어떤 행동을 기록하고 무엇을 구매나 문의 같은 성과로 볼지 정한다. 숫자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 빠졌는지도 확인한다.

  3. 도구 사이의 흐름을 잇는다. 광고, 고객 관리, 분석, 콘텐츠 제작과 AI 도구가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게 한다.

  4. 실험을 설계한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고정할지,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판정할지 정한다.

  5. 오류를 확인한다. 숫자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실제 성과인지, 추적 설정의 오류인지, AI의 잘못된 판단인지 구별한다.

  6. 사람이 최종 판단할 일을 정한다. 고객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결정, 브랜드의 입장이 걸린 표현, 처음 발생한 예외 상황은 자동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누가 확인하고 승인할지도 미리 정한다.

데이터를 조회하는 SQL이나 자동화에 자주 쓰는 파이썬을 알면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서비스가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인 API와 웹훅을 이해하면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마케터가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 기록, 실행과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여기까지 보면 목표와 기준만 정확하게 정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목표가 중요한지, 무엇을 실패로 볼지, 언제 예외를 인정할지는 데이터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다시 감의 문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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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2026년 8월 13일 위픽레터 258호에 큐레이션되어 발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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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데이터의 반대말이 아니다

마이클 폴라니는 저서 《The Tacit Dimension》에서 사람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 수 있다고 썼다. 자전거를 탈 때 균형을 잡는 모든 원리를 설명하지 못해도 몸은 먼저 반응한다. 오래 일한 사람이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감도 이렇게 말로 옮기기 어려운 경험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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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명: 마이클 폴라니의 《The Tacit Dimension》 도서 정보와 출판사 소개다. 말로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인 암묵지의 핵심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감은 데이터의 반대가 아니다. 여러 번의 경험이 빠른 판단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감을 믿자는 뜻은 아니다. 대니얼 카너먼과 게리 클라인은 숙련된 직관이 생기는 조건으로 어느 정도 규칙적인 환경과 충분한 학습 기회, 빠르고 명확한 피드백을 들었다. 반복해서 보고 결과를 확인한 사람의 감과 한 번 떠오른 확신은 다르다.

출처 설명: 카너먼과 클라인이 2009년 《American Psychologist》에 발표한 논문이다. 숙련된 직관이 믿을 만해지는 환경과 학습 조건을 검토한다.

내가 보기에는 마케팅에서 이런 직관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과 경쟁 조건이 자주 바뀌고, 브랜드 광고처럼 결과가 늦게 나타나는 활동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구매에 영향을 주었는지 하나의 원인으로 가르기도 어렵다. 그래서 경험에서 나온 감과 데이터 모두 틀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데이터로 감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감으로 데이터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감으로 발견하고, 감이 만든 가설을 가능한 범위에서 측정해 보는 일이다.

이 글에서 엔지니어처럼 일한다는 것은 숫자를 그대로 믿는 태도가 아니다. 무엇이 기록되지 않았는지, AI의 예측이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했는지, 추적이 잘못되면 어떻게 알아챌지를 확인하는 태도에 가깝다. 고객 인터뷰와 매장 반응처럼 대시보드에 바로 들어오지 않는 정보도 함께 봐야 한다.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이유는 AI가 모든 맥락을 알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그 판단이 고객과 브랜드에 미친 결과를 누군가는 확인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스템의 부품이 아니다

마케터는 AI가 나오기 전부터 목표를 정하고, 고객 반응을 기록하고, 결과에 따라 광고를 바꿔 왔다. AI는 이 가운데 문구 작성, 고객 분류와 입찰 조절 같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마케터의 업무에는 글과 광고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어떤 고객 행동을 기록할지 정하고 제품 안의 메시지와 구매 과정을 개선하는 일도 더 많이 포함될 것이다. AI를 쓰려면 브랜드가 지키는 기준도 구체적인 지시와 검토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판단을 규칙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반복적이고 결과를 확인하기 쉬운 일은 자동화하기 좋다. 반면 고객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결정, 브랜드의 평판이 걸린 표현, 전에 없던 상황에 대한 대응은 사람이 확인하고 책임지는 편이 안전하다. 측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의 의견을 없는 일처럼 다뤄서도 안 된다.

코드를 직접 쓰지 않더라도 목표와 측정 기준, 자동화 규칙과 오류 확인 방법을 연결해서 볼 수 있다. 여기에 어떤 결정은 사람이 맡아야 하는지까지 정하는 것이 이 글에서 말하는 엔지니어식 사고다.

AI와 자동화에 어떤 목표와 자료를 주었는가.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동안 무엇이 빠지거나 잘못되었는가.
오류가 생기면 어떻게 알아챌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마케터는 숫자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엇을 기록하고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꿀지 정해야 한다. 동시에 숫자에 담기지 않은 고객의 말과 현장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무엇을 자동화할지 정하는 것만큼 무엇을 사람에게 남겨둘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AI 시대 마케터의 역할이다.

도구는 더 정교해질 수 있다. 그래도 고객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목표 숫자를 만드는 수단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자주 묻는 질문

마케터가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은 코딩을 배운다는 뜻인가?

이 글에서 코딩은 필수 조건이 아니다. 목표를 정하고, 어떤 고객 행동을 기록할지 정하고,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꿀지와 오류를 어떻게 찾을지를 연결해서 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AI 시대에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AI에게 맡길 목표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능력이다. 여기에 빠진 데이터와 잘못된 예측을 찾아내고,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할 결정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감과 데이터 중 무엇을 믿어야 하나?

둘 중 하나만 믿을 필요는 없다. 경험에서 나온 감은 새로운 가설을 찾는 데 쓰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데이터로 검증한다. 데이터에 빠진 맥락은 고객의 말과 현장 관찰로 보완한다.

마케팅에서 자동화하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결정, 브랜드의 평판이 걸린 표현, 처음 마주한 예외 상황까지 자동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은 사람이 맥락을 확인하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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