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6/2주차] ▶️ IMOS 전소미 | 💿 노이즈가든
‘IMOS 전소미’ (유튜브)
오민지: “내 인생 좌우명이야. A girl must be two things: classy and fabulous.(여자는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우아하고, 화려해야 한다.)” ‘20분밖에 없지만 준비는 완벽한 - 아이돌 전소미의 현실 출근길 GRWM’에서 머그컵에 내린 커피를 마시던 전소미가 컵에 적힌 문구를 읽는다. 그의 좌우명처럼 ‘IMOS 전소미’ 역시 전소미가 지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채널이다. 채널 속 전소미에게는 무대 위 ‘SOMI’로서의 화려함과, 뒤집어진 이름 ‘IMOS’처럼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취향을 잃지 않는 우아함이 공존한다.
10년 만에 ‘갑자기’ 다시 모인 아이오아이의 회식 현장부터 연습 비하인드, 더블랙레이블 원년 멤버로서 진행한 사옥 투어, 아이돌 전소미의 출근 준비(GRWM)까지. 아이돌 전소미는 무대 아래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반면 인간 전소미는 보다 사적인 취향과 일상에 집중한다. 여름맞이 쇼핑 하울을 하거나 연희동을 경보하며 15년 차 주민으로서 단골 가게를 소개한다. 아버지의 머리를 직접 염색해주거나 상하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 낮술과 맛집을 즐기기도 한다. 무대 위 ‘SOMI’가 강렬한 존재감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스타라면, ‘IMOS’는 카메라의 불빛이나 무대의 조명이 닿지 않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 전소미의 모습에 가깝다.
화려한 아이돌과 평범한 개인 사이. 거울 속 상이 실제 모습을 비추듯, IMOS 역시 SOMI의 또 다른 얼굴이다. 대중은 인간 전소미를 통해 아이돌 전소미를, 아이돌 전소미를 통해 다시 인간 전소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IMOS 전소미’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일상 브이로그가 아니다. 무대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취향과 습관, 인간적인 순간들을 통해 아이돌 전소미를 이해하게 만드는 기록에 가깝다. 그렇게 ‘IMOS 전소미’는 아이돌 전소미(SOMI)와 인간 전소미(IMOS)라는 역상(逆像)의 관계를 오가며 전소미라는 사람의 면면을 비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전소미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우아하고 화려한(classy and fabulous)’ 자신만의 삶을 증명해낸다.
노이즈가든 - ‘파도’
나원영 (대중음악 비평가): 2026년 5월 31일, 영종도에서 개최된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의 무대에 노이즈가든이 올랐다. 적어도 내게 이들은 (1990년대 컬트에서 상징이 된 한국 인디 음악가들이 으레 그렇듯) 그 명성이 다른 모든 걸 앞섰다. ‘신화’가 된 15분짜리 록 경연 대회 무대, ‘전설’로 남은 두 장의 정규 음반, 2014년에도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던 재발매 및 일시 재결성… 설화와 실화 사이에 솟은 듯한 그들의 위상은 기타리스트 윤병주를 로다운 30으로 처음 접했던 청소년기의 내게는 드높은 만큼 꽤 위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돌아온 그들은 정말로 어떨까? 서늘한 실내에는 보컬리스트 박건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그가 한 음절씩 짓누르며 부르짖은 ‘nOiZeGaRdEn’의 서른 해를 기념하며 열린 공연에 대한 청중의 기대와 호기심이 감돌았다. 이어 묵직하고 두툼한 연주 소리가 공연장을 빼곡하게 채우면서 환호성을 받고, 정체불명의 새 보컬이 머리에 뒤집어쓴 검은 복면을 벗고 무대에 다시 오르면서 ‘호저’라는 곡의 짙은 리프가 울려 퍼질 때, 이 곡이 노이즈가든의 지난 재결성 공연에 오프닝으로 섰던 밴드의 것이라는 사실이 짜릿하게 떠올랐다. 당연히,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언니네 이발관의 주축이자 윤병주의 오랜 친구인 이석원은 “본토보다 큰 섬”이라는 근사한 표현으로 그 위상을 빗댔지만, 한국 록의 역사에서 노이즈가든은 오로지 외딴섬으로만 남진 않았다. 사반세기 남짓만의 싱글 ‘파도’에는 말하자면 윤병주의 ‘지인들’이 힘을 보탰는데, 한쪽은 상기한 로다운 30의 베이시스트 김락건이고, 다른 한쪽은 부산 록밴드 언체인드의 드러머 함진우와 보컬리스트 김광일이다. 로다운 30처럼 2000년대 초부터 활동한 이들은 2014년에 발매한 정규 음반 ‘가시’에서 노이즈가든의 독보적인 성취가 고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히려 그 유산이 그런지의 영향만큼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들려주었다. 20세기를 관통하는 블루스, 하드록, 헤비메탈을 전기기타의 끈적하고 지저분한 질감으로 종합하는 특징을 공유하는 바, ‘파도’는 질주하는 리프를 내세우되 청자들이 기억하는 것만큼 어둡지는 않도록 분위기를 환기한다. 박건의 생전 사진을 띄운 무대가 지난 시간에 대한 헌정이라면, 그 앞에서 카랑카랑하게 외치는 김광일의 목소리는 이번 복귀가 “과거의 재현으로 시작해 새로운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계획과도 공명한다. ‘파도’는 그 첫발로서 신화이자 전설로 굳어진 과거가 뒤따르기 마련인 “너무 커져 버린 자아”와 “네가 있어야 할 왕좌”의 무게를 거부하고, 그를 향해 “우린 다 같이 지켜볼 거야 너의 파멸”이라고 외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로사 권 이스턴 - ‘화이트 멀버리’
김복숭 (작가): 한국계 미국인 로사 권 이스턴이 자신의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화이트 멀버리’는, 약간의 자전적 성격을 띤 역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 미영은 1928년, 열한 살의 나이에 살아온 평양 외곽의 마을을 떠나 언니의 발자취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일본으로 향한다는 것은 언니와 같은 길을 걷는 일과 다를 것 없었지만, 미영은 언니와 달리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큰 꿈을 품은 젊은 미영은 교토로 향한다. 가족도, 자신의 성(姓)도 뒤로한 채 일본인 간호사 ‘미요코’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을 차별하는 제국의 땅에서 스스로를 감추며 살아간다. 이 모든 변화들과 함께 그는 교회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새로운 가족도 이루어 나간다. 그러나 전쟁의 기운이 짙어질수록, 미영은 자신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선택해 살아왔는지에 대한 깊은 혼란에 빠진다.
‘화이트 멀버리’(국문판 부제인 ‘오디나무 위에 두고 온 이름’이 오히려 이 소설의 정조를 정확히 짚어주는 듯하다.)는 피할 수 없는 외부의 힘과 개인의 선택 사이에서,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빚어지는지를 조용하지만 아프게 그려냈다. 어쩌면 삶을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은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려야 했던 선택들임을 나직이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이 소설의 배경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폭력이 놓여 있지만, 그 중심에는 가족과 믿음에서 찾아나가는 단단함, 다시 일어서는 힘 곧 회복탄력성이 자리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 소설은 자신도 모르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그런 여운을 남긴다. 다행히도, 작가는 이미 후속편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그다음 역시 기대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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