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을 겪으며 나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우울증인지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내가 나를 관찰한 것을 공유한다. 만약 친구나 가족이 이런지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로 내려가라

내가 우울증일까?

자신이 우울증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1.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사람

2. 릴스 넘기다가 우울증 관련된 테스트가 나와서 해보니까 대충 나 같은 사람

2번은 우울증일 확률이 정말 적다. 돌아가라.

2번이 우울증이라면 지금까지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는게 아닌가. 우울증은 확실히 ‘우울증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도 ‘나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닐까’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우울증이 아니라 PMS같이 잠깐 지나가는 걸수도 있으니 조금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만약 1번이라면 잘 찾아 온것이다🤗. 내가 생각한 우울증의 큰 특징은 바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삶의 이유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아닐 때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친구들, 맛있는 음식, 성악, 아이돌, 산책, 귀여운것들, 썸남‘ 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삶의 이유는 ‘성악’뿐이다. 확연히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줄었고 그래서 내가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왜 살아가는지 종이에 적어보아라. 3~4개 적는게 어렵다면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 (나도 위에 7개나 적느라 엄청 고생했다)

주변 사람이 우울증인지 알고싶다면

이 글을 누른 사람들 중 주변인이 우울증인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눌렀을 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읽어보자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제발 ”너 우울증이야?“하고 물어보지 마!!!!!

보통 이 말을 하면서 ‘내 친구가 혼자서 정말 힘들어하고 말도 못 꺼내고 있었는데 내가 이렇게 물어봐서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이렇지 않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무조건 싫어한다. 정의로운 척하지 말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면 사춘기 시절 나를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했을 때 엄마가 ”너 사춘기야?“라고 물었을 때 ‘우와 드디어 내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이 생겼어’라고 생각했는가? 분명 ‘아니 사춘기 아니라고 나 이해해줄거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마라.

보통 우울증인지 궁금하다면 조금의 증거는 있을 것이다. 없다면 돌아가라. 오늘 화를 좀 많이 내기는 했는데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증거가 ’특정 단어를 꺼내면 사색이 된다‘라면 그렇게 사색이 된 때에 “너 괜찮아?”라고 물어보자. 분명 괜찮다고 할 것이다. 그럴 때 캐묻지 말고 힘내라는 의미로 미소를 한 번 지어주는 게 좋다. 나의 경우에는 그럴 때 그 사람이 나를 위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친절히 대해 주어라. 그렇다고 해서 남들에게는 티나지 않게.

그 다음에는 기다리라. 우울증을 갖고 있는 듯한 그 사람이 마음을 열 수도 있고 안 열 수도 있고 애초에 우울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기다림 뿐이다. 만약 마음을 열었다면 이야기를 꺼내 줄것이고 아니면 그냥 모르는 수 밖에 없다. 마음의 병을 고백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최대한 오래 기다리라.

사실 주변인들이 우울증이라고 알아채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이 있어서 내가 힘든 걸 잘 티내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나서서 이 사람을 도우려고 생각하지 말고 이 사람이 스스로 나오도록 기다려주는 게 제일 좋다.

가끔 생명 존중 교육 때에 그렇게 물어보라고 배운다. 그러나 만약 그 대상이 나였으면 나는 절대 우울증이라는 걸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교과서적으로 다가가지 말라.

오늘 하루는 누구든 조금 덜 우울한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