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니커, 회사에서 울어 본 적 있나요?
작성자 치치
독서 붐은 온다
뉴니커, 회사에서 울어 본 적 있나요?
*이 아티클은 장류진-‘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OECD 평균 대비 심각하게 과도한 노동시간과 부족한 여가시간, 한국인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달픔은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하지만, ‘성과 중심 사회’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은 사람들을 유난히 소진시키는 것 같아요. 직장인 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번아웃 증후군 경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합니다. 번아웃까진 아닌데, 약간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토스트 아웃’이라는 단어도 유행하고 있어요.
지금 뉴니커는 ‘일’ 혹은 ‘직장’과 어떤 관계에 있나요? 오늘 소개할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직장 생활을 해본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이들이 맛보는 직장 생활의 '웃픈'이야기들을 다룬 책이랍니다.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가 내 결혼식에 오겠다고 한다
직장인 스트레스 원인 1순위가 상사, 동료와의 인간관계라고 하죠. 아무리 싫어도 부대끼고 얼굴을 봐야 하는 관계. 협력해야 하는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관계. 마음껏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이 가면을 써야 하는 관계이기에 직장 안의 관계는 어렵고 또 힘든 것 같습니다.
첫 단편 ‘잘 살겠습니다’는 눈치 없는 직장 동료 빛나 언니의 결혼식 초대 요청을 받고 당황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우리가 뷔페 음식 N만원을 흔쾌히 지불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자꾸만 인간관계에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애매한 상황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흔하게 맞닥뜨리는 고민들이죠. 과연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 판교 태크노 밸리를 무대로 한, 현대 직장생활의 실록
‘우리 동네 중고 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우동마켓’. 수평적 업무 환경을 위한 영어 닉네임 사용. 에자일, 얼라인… ‘판교 사투리’로 불리는 외계어들.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스타트업 직장 문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기껏 도입한 ‘안나’, ‘제임스’같은 영어 닉네임은 뒤에 ‘님’자를 붙이는 바람에 아무런 소용이 없어지고,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한 매일 아침 ‘스크럼 시간은 대표의 딴소리로 아침 조회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럴듯하게 시작했지만 뭔가 우스워지고 만 모습까지요.
‘일의 기쁨과 슬픔’ 속 단편들은 정말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일들로, 내 옆자리 동료의 이야기를 몰래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해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 싶다가도, 또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소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한국의 직장 생활에 대한 풍자로 끝나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에요. 장류진 작가는 팍팍하고 때론 잔인하기까지 한 세상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과 기대, 연민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건네요.
회사에서 울어 본 적 있나요? 라는 질문에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면, ‘사회 생활’이라는 이유로 넘어가야 하는 찝찝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겪어 봤다면, 다 때려치울까…하는 고민을 하다가도 월급 날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마음 잘 알지! 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아요. 친절과 외면, 희망과 비관, 공상과 현실 감각 사이를 줄타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을 공감하며 읽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때로는 위로를 주기도 하니까요.
📚 이 책, 이 뉴니커에게 딱일 것 같아!
장류진 작가는 실제로 판교 IT 업계에서 근무하며 이 소설집을 출간했어요. 직장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수많은 공감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로도 각색되었죠. 2019년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도 서점 베스트 목록에 자리잡으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직장인의 필독서’라는 별명까지 붙은 ‘일의 기쁨과 슬픔’. 직장생활에 고민이 많은 뉴니커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