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괜찮음을 감각하기
작성자 은진송
사유서를 쓰시오
12. 괜찮음을 감각하기

❐ 11월 초의 사유서: 괜찮음을 감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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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순간들이 항상 있었어•

<그 해 우리는> | 극본 이나은 연출 김윤진, 이단 | 16화
"근데 있잖아 할머니, 나 그렇게 살고 있었더라. 나는 내가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어. 내 인생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순간들이 항상 있었어. 내 인생을 초라하게 만든 건 나 하나였나 봐. 할머니."
⎯ 내 인생을 초라하게 만든 게 나 하나였다는 말에 따끔했답니다. 실은 다들 꽤 괜찮게 살고 있는데 말이죠. 무엇이 나를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냐, 그건 아무리 뭔가를 하고 있어도 괜찮지 않아 하는 나일지도. 물론 외부의 여러 말과 상황 때문일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면 그들의 영향을 튕겨낼 수 있도록 단단해질 필요도 있을 거예요.
•난 생각보다 괜찮아•

"성희야, 나 생각보다 괜찮아."
⎯ 주인공들은 연기라는 꿈이 있었지만 각자의 이유로 그 꿈과 멀어져 있습니다. 두 인물은 그들의 삶을 살아내는 도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탑승 착오(?)로 처음 만나게 되고, 갖고 있던 대본의 대사를 연기해 보기로 합니다. 서로 마주보고 도로를 뛰며, "나 생각보다 괜찮아."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대사를 들으며 나 생각보다 괜찮아를 나도 모르게 함께 읊는 순간, 진짜 생각보다 괜찮아지더군요.
•슬픔을 감지하지 못한 사람은 행복만을 듣게 되겠지•

전소정, <싱코피>,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9분 30초. 작가 소장.
"슬픔을 감지하지 못한 사람은 행복만을 듣게 되겠지."
⎯ 이 작품은 유목민적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삶에서 교차하는 시간들을 소리의 궤적에 따라 조명합니다. 전시 해설을 들어보면 작가는 작품 전반적으로 감각을 가시화함으로써 그 감각에 녹여진 기억을 소환해 내고자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결국 무언가를 감지하고 감각한다는 것은 거기에 연결된 감정과 기억을 알아차리는 것일 테죠. 우리가 감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괜찮음일까요? 괜찮지 않음일까요? 혹은 그 어디쯤인 걸까요? 만약 괜찮음을 알아차리고 있다면, 무엇을 통해 이 '괜찮음'이란 걸 느끼게 되는 걸까요?
❍ 생각 더하기
11월에 본 영화
🎬 보통의 가족 | 허진호
ㄴ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한국적 해석과 허진호식 미감.
🎬 아노라 | 션 베이커
ㄴ 초반에 너무... 감당할 수 없긴 했는데 (중간에 나간 관객 목격) 다 보고 한참 지나니 어딘지 서글퍼지는 심정. 날 것 그 자체로 그려낸 현실.
11월에 읽은 책
📚 희랍어 시간 | 한강 | 문학동네 (디에센셜 버전)
ㄴ 어우 읽는데 숨 못 쉬어요.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근데 그 눈물이 엉엉(x) 울먹진 그런 거(o)라서 심장을 쪼임.
11월에 방문한 곳
🖼️ 베터 비밀문구점 (베터 팝업 전시)
ㄴ 오프라인 경험의 중요성을 되새겼달까. 구성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