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작성자 바신작
음악으로 세운 나
6.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매주 토요일 연습을 위해 남편과 시댁에 SOS"
오케스트라 연습에 나가는 것이 나에게 주는 행복감과 성취감이 매우 컸음에도 아이들을 돌봐줄 성인이 필요하다는 현실은 늘 발생했고 내가 해결해야 했다.
사업을 하는 내 남편은 주말마다 불규칙적으로 근무를 했기에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날, 아닌 날 그때 그때 달랐다. 계획을 세워 토요일 출근하지 않는다 했다가도 토요일 아침 긴급한 사안이 터지면 출근을 하러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곤했다.
이런 경우에는 시댁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첫째는 집에 있고 둘째만 데리고 연습에 갔던 적도 있다.
엄마가 매주 연습을 나가다보니 가족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아빠랑 아이 둘만 친정으로 여행처럼 떠난 적도 자주 있었다.
지난 3번의 정기 연주회를 하는 동안 남편이, 시부모님이, 친정부모님이 아이들과의 토요일을 알차게 보내주셨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물론 매번 급하게 전화로 상황을 말씀드리는 것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거절하지 않으시고,아이들과 함께해주신 양가 조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사실 이것을 미리 고민했더라면 난 아마 토요일 연습을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시작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고 나는 실행했다.
굉장히 이기적인 모습일수도 있으나, 너무나도 힘들어하던 나의 모습을 이해해준 남편을 믿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요일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여준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울 뿐이다.
첫 해 공연을 보고 난 아이들은 토요일 합주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엄마는 프로 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습의 시간이 필요하고, 아이들이 느낀 클래식 곡이 꽤 길고 어려웠기에 짧은 기간 완성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공연부터는 가족들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1년 동안 집에서 연습한 교향곡을 귀동냥으로 익혀 공연날 낯설지 않게 느끼며, 작년 공연과 올해 공연을 비교하기도 하고 교향곡 중에서 좋았던 악장을 서로 꼽기도 한다.
엄마의 취미를 엄마의 행복을 위해 다같이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아들 딸에게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