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서 만난 클래식 매니아들. 마흔 넘어 새친구가 많아졌다"

우리 오케스트라의 목표는 ‘정기연주회'이다.

기존 클래식 공연과 같이 서곡, 협주곡, 교향곡으로 꽉 채워진 공연을 기획하고 매년 무대에 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1년마다 반복적인 업무와 단원들의 합주 연습이 필요하다.

운영진은 곡 선정, 공연장 예약, 협연자를 구하는 등 굵직한 업무 외에도 원활한 연습운영을 위해 지휘자 섭외 및 연습실 예약 등 셀 수도 없는 많은 일들을 매년 해내고 있다.

모든 단원이 LG 계열사 직원이면서도 위와 같은 업무를 어떤 대가도 없이 하고 있다.

운영진 뿐만 아니라 일반 단원들도 정기 연주회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개인 연습, 단체 연습은 기본이고 개인 레슨까지 받으며 1년의 합주 연습을 소화하고 있다. 연습 출석률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현악기 자리배정 시, 실력도 중요하지만 출석률도 고려하여 배정한다.

주말 합주 연습을 위해 구미, 서산, 대전, 파주, 평택 (LG 계열사 사업장, 공장이 있는 주요 지역) 에서 매주 토요일 5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연습실로 모인다.

즉 1년 동안 매주 토요일은 오케스트라를 위해 시간을 쓰게 되는 것이고, 우리 오케스트라에는 기혼자, 미혼자 포함 20~40대 직장인들이 60여분이 계신다. 모두 클래식을 좋아하고 악기 연주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뒤로하고 주말 한 곳에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며 한 주를 살아나갈 힘을 다시 충전하는 클덕(클래식 덕후) 들이다.

더불어 단원들 모두 같이 공유하는 또 다른 노력이 있다.

토요일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평일 그리고 일요일 가족을 위해 질적으로 높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가족들이 서운함을 느끼는 순간 우리의 연주는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요일 육아를 책임지는 아빠

평일 저녁 딸과 매일 자전거를 탄 이후 자녀의 허락을 받고 나오는 엄마

배우자의 출산 전까지만 활동하기로 약속한 예비 아빠는 한 주 한 주 연습을 매우 소중히 생각했고, 마지막 날 그는 악장님을 안고 매우 아쉬워했다.

나 역시 이런 노력이 필요했다. 가족들에게 무조건적인 이해를 요구할 수 없었다. 남편과의 딜, 아이들과의 딜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