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술”에도 장애인용이 있을까요?

“소통의 기술”에도 장애인용이 있을까요?

작성자 새벽노래

시선에도 색이 있어요

“소통의 기술”에도 장애인용이 있을까요?

새벽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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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통의 시대

어디가나 “소통”이다. 나라를 잘 운영하는 것도 소통이고, 회사에는 소통이 필수불가결한 능력이고, 관계에선 소통이 꽤나 어렵고, 집에서 소통만큼 또 중요한게 없다. 그러니까 집 밖을 나서는 순간도 아니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소통을 시작하고 신경써야 한다. 이렇게 숨쉬는 것만큼 이어지는 소통은 쉽지도 않다. 소통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적절함이라는 미지의 세계

“소통”이라는 두 글자 뿐인 이 단어지만, 사람마다 뜻이 다 다른것이 소통이 어려운 이유인 것 같다. 나는 배려를 담아 말을 들어줬을 뿐인데, 왜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느냐고 뭐라고 한다.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는데, 그건 좀 너무 나간 생각아니냐고 한다. 그뿐인가. 단어의 뉘앙스, 억양의 느낌, 말할 타이밍 등 어느 것 하나 “적절함”의 경계가 어딘지도 모를 때가 많다.

언어, 비언어, 어나더 클래스

그나마 이건 “말”을 하는 사람의 경우다. 소통을 이야기 할 때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구분하여 말하긴 하지만, 언어적도 아니고 비언어적도 아닌 경우도 있다. 말을 전혀 하지 않고, 해 본적도 없는데 그런데 언어장애인은 아닌. 내가 일을 시작할 때 처음 만난 자폐성 장애인은 대부분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종종 묻곤 했다. “봉사하는 동안 어떻게 말하면 되요?” 그 때의 나는 고작 1-2년차 사회복지사인데 뭘 알겠는가. 그럭저럭 대답을 하긴 했지만 늘 속으로 생각했다. ”저도 몰라요ㅠㅠ”

그런데 진짜 문제는 1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저도 몰라요ㅠㅠ”라는 거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젠 속으로 말하지 않고 그 말을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열이면 열. 모두 당황해한다. 그리고 곧바로 실망 혹은 의심의 눈초리를 나를 바라본다. 그러면 한번 더 확신에 차서 말해준다. “저도 몰라요.”

소통은 애정이다

우리가 소통이 안 될때는 언제일까. 앞 서 얘기한 것처럼 수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사실 하나로 정리 할 수 있다. 바로 상대방의 생각을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할 때이다. 그것만큼 소통이 안되고 또 소통이 잘 될 확률이 낮을 것도 없다. 안다고 생각하면 진짜 모르는 거다. 모른다고 생각해야 상대방을 살피게 된다. 기분이 어떤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뭘 먹고 싶은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우리가 연인의 말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들어도 엄마 말은 잘 못알아듣는 게 살피는 정도가 달라서이다. 그래서 엄마한테 혼나고 나서야 눈치를 보면(살피면) 그 때서야 그 깊은 뜻을 아는 거다.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살피면 된다. 소통이 어렵다면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발달장애인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살피면 된다. 신기하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소통이 잘할 수 있는 시작점이 같은 것이. 발달장애인에 대해 지금까지 들은 ’특성‘이라고 하는 것을 다 잊고, 그냥 처음 만난 ‘사람’으로 대하면 대화할 수 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좀 더 오래 보면 된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사람’은 모두 소통한다. 처음부터 안 될거라고 포기 혹은 정의내리지만 않는다면.

애정(이 어렵다면) 혹은 관심을 갖고, 그저 바라보면 된다. 무슨 생각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러면 알게 된다. 더 신비로운 것은 어느새 상대방도 나의 노력을 알고 소통하기 위해 같이 노력한다는 거다.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하고, 때론 의도와 정반대로 느낄만큼 남다른 표현을 할 뿐이다.

그 뿐이다. 세상에 모든 사람은(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관계를 먹고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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