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대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작성자 새벽노래
시선에도 색이 있어요
장애를 대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시각 장애인은 자신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도 본인의 장애를 알고 그 정도도 알지요. 신체에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까요? 안다면 장애 정도도 알까요? 모른다면...모를까요??
내면의 차별
솔직히, 매일(사실은 주5일) 발달장애인을 만나지만, 위의 질문이 생각난 건 3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무려 16년 동안이나 한번도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이것도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심코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속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대답할 수 없는 질문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발달장애인이 던진 질문. 중2에 돌입하는 새학기에 사춘기를 맞이했는지(발달장애인이라고 사춘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대답도, 눈빛도, 관심도 모든 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듯한 강00이 던진 그 질문.
"저는 왜 느려요?"
저는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속마음도 표정도 태도도 그 어느 것 하나 통제할 수 없었어요. "아니야. 넌 느리지 않아. 할 수 있어!"라고 태연하고 든든하게 대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머리를 땅땅 때리고 있었지만, 16년 경력의 경험과 훈련 따위는 그냥 그 정도였습니다. 머릿 속에 경보만 울렸을 뿐, 결국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더 최악인 것은 "어떻게 알았지?"라는 표정조차 감추지 못했다는 거죠. 부끄럽고 당황스러워서 그저 자리를 피해버리기 바빴습니다.
인지와 감정
인지와 감정. 그 날 이후 제가 매달린 두 개의 단어입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저는 특수 교육 전문가도 연구자도 아니니 이론적으로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저 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장애는 몰라도 갑갑함은 느끼지 않았을까?, 장애는 몰라도 상대방이 자신의 말대로 또는 뜻과는 자꾸 다른 것을 준다는 것은 알지 않을까?, 장애는 몰라도 이 세상은 왜 이리 버겁도록 숨차게 빠를까라고 생각은 들지 않았을까?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의 말에 왜 나는 쉽게 끼어들지 못할까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이 생각의 끝에 나는, 나만 왜 느릴까?라는 풀 수 없는 질문에 잠기지 않았을까.
알게 된 어둠, 찾아낸 빛.
어둠은 언젠가 짧게든 길게든 그들이 갇히게 될 질문입니다. "왜 나만 느린가?"라는 질문에 스스로도 답을 할 수 없고,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도 못하는 사회복지사도 현실적인 해답을 줄 수없는 어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은, 그들이 느끼게 될 감정만큼은 바꿀 수 있다는 빛입니다. 장애는 바꿀 수 없지만, 갑갑함은 느끼지 않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으니까요. 말대로, 심지어 말을 못해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 느린 속도를 느리게 느끼지 않도록 맞추는 배려라는 감속. 장애인과 대화하려는 노력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앞에서 무릎을 굽히듯이, 문장을 조절하는 눈높이 대화.
"누구나"는 우리 모두.
더이상 느리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장애는 없습니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통합사회, 사회모델 배려사회 등 교과서적 개념은 몰라도 됩니다. 그저 맞춰줄 마음만 있다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차별과 배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테니까요. 느끼지 않게 해 주세요. 느린 생각과 행동을. 느끼게 해주세요. 여기가 "누구나" 살 만한 곳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