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1편

작성자 다경

Austrailia 🇦🇺🐨🦘

호주 여행 1편

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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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blb8xakd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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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나는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울릉공으로 이동했다. 창밖으론 화창한 날씨와 키가 작은 가정집들 그리고 크리켓인지 럭비인지 잘 모르겠는 야외 경기장도 보였다. 여행의 묘미는 수없이 많지만 가장 짜릿한 감개는 바로 출국 전, 입국 직후의 설렘인 것 같다. 반구를 가로지르는 오랜 비행 끝에 익숙한 배경에서 벗어나 호주의 향기를 느끼기 시작하니, 비로소 스스로에게 한국에 두고 온 많은 일거리와 걱정거리들을 잊어봐도 되겠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시드니 남쪽으로 1시간가량 내려가면 나오는 해안마을인 울릉공에 갔다. 울릉공은 호주 원주민어로 ‘바다의 소리’라는 뜻을 가진다. 볼드힐 전망대에서 와타몰라 해변을 보니 근교 투어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복학 전 여행을 통해 정신을 맑게 하고 몸과 마음을 휴식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 모토에 딱 맞는 여행지는 단연 호주였다. 지난번에 왔을 때 브리즈번과 시드니를 여행했는데 완전히 도시 관광이었다면 이번에는 시드니를 중심으로 근교를 도는 일정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호주의 은퇴자들 중 다수가 이 마을에 와서 노후를 꾸린다고 한다. 평화롭고 한적한 자연과 나쁘지 않은 인프라 때문인 듯하다. 나는 시드니 중심보다 탁 트인 하늘과 언덕,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근교가 참 마음에 들었다. 광안리 앞바다에 거주했어서 해안마을의 매력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붕이 있는 낮은 집들과 푸릇푸릇 한 언덕이 바다와 함께하는 자연경관은 또 색달랐다.

해안마을의 시내를 둘러보지 못하고 바로 보우럴마을로 이동했다. 이곳에서의 식사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버거앤칩스로 허기를 달래주고 마을을 둘러보던 중, 깜짝 놀란 일이 생겼다. 공원이 있어서 무심코 들어가 드넓게 펼쳐지는 전경에 반해 사진을 수차례 찍었다. 그러고 나서 웬 기념비지, 하고 봤더니 세상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였다!!!!! 호주의 한국전쟁 전투로 가장 잘 알려진 건 1.4후퇴 이후 벌어진 가평전투이다. 호주 3대대가 가평 전선을 사수하고 중공군을 물리친 전투인데 지금까지도 호주의 3대대는 가평부대로 불린다고 한다. 하여튼 시드니도 브리즈번도 캔버라도 아닌 이 작은 알지도 못했던 보우럴 마을이라는 곳에서 갑작스레 만나게 된 참전용사 기념비는 반갑기도, 가슴이 미어지기도, 뜨거워지기도 했다.

최근에 한국사 자격증 공부를 했는데 내 mbti가 극 F라서인지, 내 생일이 6.25라서인지, 내 성격이 정 많고 여려서인지, 애국심이 넘쳐서인지는 모르겠다만 원 간섭기,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공부를 할 정도로 몰입을 했었다..... (??) 분해서 울고, 감동해서 우느라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핑계도 댈 정도로. 하여튼 그렇게 진심을 다해 공부하고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국전쟁 기념비라니... 나에겐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핑 도는 눈물을 감추려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속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열창했다. 해외여행을 하며 "아, 이 나라에서 살고 싶다", "여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만 해 봤지,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최근에 한국사 공부를 안 했더라면, 또는 과몰입 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아가 기념비의 글자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건 그저 기념비 하나가 아니다. 지금 내가 자유로운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감사하는 마음, 지나간 배움을 우연히 복기하며 생기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증, 어디서든 배우고 느끼려 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뿌듯한 마음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부 놓쳤을 것이다.

첫째 날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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