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JTBC가 놓친 건 콘텐츠가 아닙니다
아래 글은 2026년 6월 2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 보러가기
아티클 3문장 요약
1. 중앙일보와 JTBC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와 구독 사업에 투자했지만, 결국 그 성과를 충분한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2. 콘텐츠는 중앙이 만들었지만 가장 큰 과실은 플랫폼이 가져갔고, 광고 역시 기존 방식에 머물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말았죠.
3. 결국 이번 위기가 보여준 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많이 아쉽긴 합니다
중앙일보와 JTBC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메이저 언론사의 흔들림에 놀라고 계실 텐데요. 하지만 사실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번 상황 역시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있던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번 소식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앙그룹은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미디어 기업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신문과 방송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 제작으로 영역을 넓혔고, <지금 우리 학교는>, <흑백요리사> 같은 화제작도 만들어냈습니다. 더중앙플러스와 폴인 같은 유료 구독 서비스 역시 누구보다 빠르게 시도했고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투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결국 다른 문제였던 셈이죠. 그렇다면 중앙일보와 JTBC가 여기서 끝내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플랫폼이 되거나, 광고라도 잘 팔거나
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광고 외의 안정적인 수익원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투자로 화제작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정작 유통을 담당한 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들이었습니다. 콘텐츠는 중앙이 만들었지만, 가장 큰 과실은 플랫폼이 가져간 셈이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SLL입니다. SLL은 지난해 매출 6,70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5억 원에 그쳤습니다. 콘텐츠 제작 자체는 성공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을 충분히 확보하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폴인과 더중앙플러스 같은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뉴욕타임스식 모델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미 있는 규모를 만들진 못했고요. 티빙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자사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 역시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투자는 이어졌지만, 이를 플랫폼 성장으로 연결하는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셈이죠.
광고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매체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광고 매출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지만, 광고 상품 자체의 진화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시청자와 독자가 줄어들면 광고 매출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겁니다.
반면 일부 해외 레거시 미디어들은 일찌감치 광고 사업의 문법을 바꿨습니다. 대표적으로 NBC유니버설은 광고를 단순히 프로그램 단위로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구글과 메타처럼 데이터 기반 타기팅이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켰는데요. 덕분에 전통 미디어 기업임에도 광고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위기의 결정적 계기 중 하나였던 월드컵 중계권 사례도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설령 공중파 재판매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광고 상품 경쟁력이 충분했다면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었을 겁니다. 혹은 네이버가 스포츠 중계권을 활용해 치지직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자체 플랫폼을 성장시켜 놓았다면 또 다른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었겠죠.
결국 중앙일보와 JTBC가 놓친 건 콘텐츠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콘텐츠를 돈으로 바꾸는 플랫폼과 광고 비즈니스였던 겁니다.
미디어도 하나의 사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 미디어 산업은 오랫동안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 온 걸까요? 어쩌면 많은 언론사들이 스스로를 사업이라기보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간 영향력을 기반으로 광고를 판매하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수익 모델을 혁신해야 할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영향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이를 꾸준히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까지 함께 만들어야 하죠.
결국 앞으로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그것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플랫폼이 되든, 광고 상품을 혁신하든, 혹은 전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든 말입니다.
만약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위기는 중앙그룹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지금은 건재해 보이는 다른 메이저 언론사들 역시 언젠가 같은 위기 앞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