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와 지그재그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아래 글은 2026년 6월 2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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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디스전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장에 있던 두 플랫폼이 이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2. 여성 패션과 브랜드 패션, 그리고 오프라인까지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지그재그는 무신사를 정면으로 겨냥했고, 무신사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화제성을 키운 건데요.
3. 패션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전략적으로 설계된 두 플랫폼의 신경전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서로 엮일 일이 없었습니다
지난주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디스전'이 화제였습니다. 지그재그가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바로 옆에 팝업을 열고 대형 현수막을 내걸자, 무신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이를 겨냥한 게시물을 올리며 시작됐는데요. 이에 지그재그는 '무쉰사' 쿠폰으로 응수했고, 무신사는 다시 '지긁재긁' 쿠폰을 내놓으며 맞받아쳤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를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른바 '브랜드 밴터(Brand Banter)'라 불리는 전략인데요. 브랜드끼리 소셜미디어에서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는 맥도널드와 버거킹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요.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더 흥미로운 건 디스전 자체보다 그 배경입니다.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원래부터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던 사이였지만,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는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무신사는 남성 중심 '브랜드' 패션 플랫폼에서 출발했고, 지그재그는 여성 '동대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고객층도, 브랜드 구성도, 사업 모델도 상당히 달랐죠. 그래서 두 플랫폼의 초창기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이렇게 공개적으로 맞붙는 장면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두 플랫폼 모두 사업 영역을 넓히며 서로의 시장으로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디스전이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패션 버티컬 커머스라는 카테고리로 묶이긴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분명 서로 다른 시장에 있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두 플랫폼의 경계는 점점 흐려졌습니다. 무신사는 여성 고객 비중을 빠르게 늘렸고, 29CM까지 품으며 여성 브랜드 패션 시장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했습니다. 반대로 지그재그는 동대문 패션을 넘어 디자이너 브랜드와 브랜드 패션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고요.
특히 지그재그는 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면 결국 오프라인 접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무신사가 상징적인 거점을 구축한 성수에 팝업을 연 것이죠. 브랜드 패션도, 오프라인 매장도 앞으로는 무신사와 경쟁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디스전은 이제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정했다는 신호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아무리 유쾌한 마케팅이라 해도 내부 의사결정 없이 이 정도 규모의 캠페인이 진행되긴 어렵기 때문이죠.
사실 후발주자인 지그재그 입장에서는 이는 무척 바라던 상황이었을 겁니다. 애초에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바로 옆에 대형 현수막을 내건 것부터 의도가 분명했으니까요.
반면 무신사가 적극적으로 응수한 건 조금 의외였습니다. 과거 무신사는 경쟁자의 도발에 선을 긋는 전략을 택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경쟁사의 도발마저 마케팅으로 활용할 만큼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여전히 지그재그가 보유한 여성 고객층을 끌어오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을 테고요.
이러한 두 회사의 속내는 실제 게시물에서도 드러납니다. 무신사는 공식 계정을 통해 시장 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강조했고, 지그재그는 이를 굳이 부정하기보다 무신사와 함께 언급되는 효과를 택했습니다. 결국 이번 디스전은 경쟁 구도가 만들어낸 일종의 '약속 대련'에 가까웠고요. 두 회사 모두 충분한 화제성과 홍보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볼지도 모릅니다
최근 패션 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무신사와 지그재그뿐 아니라 에이블리가 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요. W컨셉 역시 여전히 주요 플레이어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까지 패션 카테고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경쟁 구도 자체가 중요한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맥도널드와 버거킹, 나이키와 아디다스처럼 특정 브랜드들이 시장을 대표하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면 소비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후발주자들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요.
물론 경쟁이 언제나 유쾌하게만 흘러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디스전은 서로에게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큰 구조였습니다. 더욱이 패션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두 회사 모두 시장을 대표하는 경쟁 구도를 만드는 데서 얻는 이익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만남은 우연한 해프닝이라기보다 새로운 경쟁 관계의 시작에 가까워 보입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한,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이들의 티격태격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