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타리오, 때론 기획보다 운영이 중요합니다
아래 글은 2026년 6월 1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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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인벤타리오는 지난해의 흥행을 발판 삼아 올해 규모를 크게 키웠지만, 입장 대기와 과도한 혼잡으로 인해 비슷한 운영 문제를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2. 이처럼 대형 오프라인 행사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았느냐가 아니라, 개별 방문객에게 얼마나 좋은 경험을 제공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 적어도 기획력만큼은 이미 충분히 증명한 만큼, 이제 인벤타리오에게 필요한 건 콘텐츠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운영 역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보단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인벤타리오. 등장하자마자 큰 화제를 모은 문구 페어입니다. 주관사는 '어른들의 문방구'로 잘 알려진 포인트오브뷰, 그리고 첫 행사였던 지난해에는 29CM가 함께했죠.
하지만 첫 행사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습니다. 대형 문구 페어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파를 감당하지 못하며 운영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부분들이 개선될 거라 기대했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공식 후원사로 네이버까지 참여했고요.
실제로 규모도 훨씬 커졌습니다. 지난해 코엑스 플라츠 1에서만 열렸던 행사는 올해 플라츠 2까지 확장됐고, 참여 브랜드 역시 69개에서 110개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을 찾고 보니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행사는 오전 11시에 시작이었지만, 정시에 도착하면 입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들렸고요. 저 역시 토요일에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음에도 입장하는 데만 무려 2시간이 걸렸습니다.
힘들게 들어간 행사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파가 몰리면서 부스를 제대로 둘러보기조차 어려웠고, 일부 인기 부스는 오픈 직후 당일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였습니다. 상당수 한정 상품은 구경조차 쉽지 않았죠.
행사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밖에 안 보인다", "괜히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예약 후기나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반응 역시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가 많았고요.
기본만 지켰어도 달랐을 겁니다
이미 지난해 행사라는 레퍼런스가 있었고, 심지어 네이버라는 검증된 파트너까지 함께했는데도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된 걸까요?
준비 과정만 놓고 보면 분명 개선하려는 노력은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 지적받았던 협소한 행사 공간을 확대했고요. 티켓도 날짜별로 나눠 판매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요일이나 시간대 구분 없이 통합 판매하면서 특히 첫날 인파가 과도하게 몰렸고, 그에 따른 불만이 컸었거든요.
재입장을 허용한 점 역시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재입장이 불가능하다 보니 한 번 들어온 방문객들이 행사장 안에 계속 머물렀고, 그 결과 혼잡도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올해는 중간중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요.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개선은 있었지만, 정작 행사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운영 설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티켓 판매 규모가 지나치게 컸습니다. 공식 방문객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느낀 혼잡도는 지난해 방문객 2만 5천 명을 넘어선 듯했습니다. 특히 입장 대기줄은 프리즈 아트페어나 서울국제도서전 같은 대형 행사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길게 느껴졌는데요. 더구나 인벤타리오는 이들보다 행사 공간이 좁았기에, 행사장 혼잡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운영의 디테일 역시 아쉬웠습니다. 티켓은 평일과 주말로 나눠 판매했지만, 많은 대형 행사들이 요일은 물론 입장 시간대까지 세분화해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재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도는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다시 입장하기 위해 30분 가까이 줄을 서야 했거든요. 현장에서는 "이럴 거면 재입장이 무슨 의미냐"는 불만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특별히 어려운 영역이 아닙니다. 대형 행사 몇 곳만 벤치마킹해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운영 방식들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는 건 결국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역량의 문제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자신 없으면 덜 받으면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떠올랐던 행사가 컬리의 뷰티페스타와 푸드페스타였습니다. 이 역시 한때는 과도한 인파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행사였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과감하게 티켓 판매 규모와 부스 수를 줄이면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사람 수를 늘리는 대신, 방문객 한 명 한 명의 경험에 더 집중한 거죠.
결과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방문객 수는 다소 줄었을지 몰라도, 개개인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전체 경험의 가치는 더 커졌으니까요. 결국 행사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았느냐보다, 개개인에게 얼마나 좋은 경험을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가끔 유명 맛집에 갔을 때, 자리가 조금 비어 있는데도 바로 입장을 시켜주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럴 때 식당에 대한 신뢰가 커지곤 합니다. 눈앞의 매출보다도, 준비된 상태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벤타리오 역시 무조건 더 많은 사람을 받는 것보다, 지금의 운영 역량에 맞는 규모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인벤타리오에 개선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실제로 당일 재입장만 해도 처음에는 최초 입장 대기줄로 다시 가야 했지만, 행사 도중 재입장 전용 동선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하려는 모습은 분명히 보였고요.
그렇기에 오히려 더 아쉽습니다. 기획 자체는 정말 좋았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긴 대기 시간과 혼잡함을 겪고도 내부 부스 구성이나 콘텐츠에 대해서는 만족했다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괜히 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던 동행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년에도 또 오자"며 태도를 바꾸더라고요. 그만큼 준비된 콘텐츠와 참여 브랜드들이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덜 욕심내더라도, 더 나은 운영으로 행사를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인벤타리오는 이미 사람들을 불러 모을 만한 기획력은 증명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그 기획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운영의 디테일을 갖추는 일일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