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오모테산도, 일본에 매장을 여는 이유
아래 글은 2026년 6월 1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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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현대백화점의 오모테산도 진출은 단순한 해외 매장 오픈이 아니라, 한국 유통사가 직접 현지 리테일러 역할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2. 물류 인프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최근 무신사·올리브영·현대백화점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새로운 무기로 삼고 있는 거죠.
3. 결국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역량과 매력적인 공간을 함께 만들어, 빔즈나 츠타야처럼 리테일러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 할 겁니다.
이제 팝업이 아닌 매장을 엽니다
오는 7월 중순, 현대백화점이 도쿄 오모테산도에 '더현대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합니다. 이미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 1호 매장을 선보인 바 있지만, 이번 진출은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백화점이 직접 현지 리테일러 역할을 맡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상권이 가지는 상징성이 큽니다. 오모테산도는 한국의 청담동처럼 명품과 디자이너 브랜드가 밀집한 곳으로 유명한데요. 현대백화점 역시 이곳을 통해 K-브랜드를 보다 프리미엄한 이미지로 소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규모 역시 상당합니다. 약 200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번 매장에는 코이세이오038, 롤라롤라, 더블러버스, 히에타 등 국내 브랜드의 상설 매장이 들어서고요. 카멜커피와 더현대 서울을 연상시키는 팝업 전용 공간까지 함께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단기간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죠.
사실 현대백화점의 일본 시장 도전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국내 브랜드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거나 팝업스토어 운영을 돕는 B2B 사업에 가까웠는데요.
하지만 더현대 오모테산도는 다릅니다. 현대백화점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는 리테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4년 안에 일본에서만 5개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습니다.
물류가 아닌 공간으로 승부합니다
이처럼 K-브랜드라 불리는 신진 브랜드들이 뷰티와 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하자,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국내 유통 기업들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중국에서, 올리브영은 미국에서 매장을 열고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최근 리테일러들의 해외 직접 진출이 활발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배경은 역시 한국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 기업들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타고 싶을 텐데요. 다만 그러기 위해선 브랜드들이 필요로 하면서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문제는 국내 유통 기업들의 기존 강점이 해외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쌓아온 오프라인 네트워크도, 온라인 트래픽도 국경을 넘어가는 순간 의미가 크게 줄어들고요. 마케팅 역시 이미 브랜드들이 소셜미디어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영역입니다.
결국 남는 건 두 가지입니다. 글로벌 물류를 제공하거나, 고객이 직접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후자가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였습니다.
물론 해외 매장을 여는 일 역시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류는 규모의 경제가 절대적이고, 이미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거대 사업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핵심 상권 몇 곳만 확보해도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 경험을 만드는 거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고요.
결국 지금 현대백화점과 무신사, 올리브영이 해외에서 매장을 열고 늘려 나가고 있는 건 단순히 판매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물류 경쟁이 아닌 공간 경쟁, 다시 말해 브랜드 경험을 누가 더 잘 제공하느냐의 싸움에 뛰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 색깔이 뚜렷해져야 합니다
물론 매장을 연다고 해서 곧바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이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공간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한국 브랜드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속도나 전문성은 현지 유통업체보다 앞설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결국 리테일러 역시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어야 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합니다. 일본의 빔즈나 츠타야처럼 공간 자체에 팬덤이 생길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리고 이는 한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해외 관광객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먼저 서사를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현대 서울이 트렌디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더현대'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국내 다른 점포는 물론 오모테산도까지 확장하는 것처럼 말이죠. 무신사와 올리브영이 최근 더 큰 규모의 매장을 선보이며 고객 경험과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고요.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를 꾸준히 발굴하고 키워내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빔즈와 츠타야가 오랫동안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단순히 공간이 좋아서만은 아니었으니까요. 고객들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브랜드와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인디 브랜드 생태계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브랜드가 꾸준히 등장해야, 이들 리테일러 역시 해외에서 차별화된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결국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역량과 매력적인 공간이 함께 성장할 때, 한국 유통사들의 글로벌 진출 역시 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