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ON과 올리브영, ‘K’가 산업이 되는 법

KCON과 올리브영, ‘K’가 산업이 되는 법

트렌드라이트
@trend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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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6년 5월 1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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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KCON JAPAN 현장에서 확인한 건, 이제 K팝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K뷰티·K푸드·K패션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소비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 하지만 문화적 영향력과 산업적 수익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돈을 버는 건 콘텐츠 자체보다 이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물류와 플랫폼을 장악한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큽니다.

3. 그래서 지금 올리브영과 K브랜드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K’에 대한 관심을 실제 구매와 유통 구조까지 연결시키는 다음 단계의 전략입니다.

‘K’의 실체를 찾아서 KCON으로

2012년 10월. K팝 역사에서 매우 특별했던 순간입니다.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HOT 100 차트 2위에 오르며, K팝의 세계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증명해 냈거든요. 더욱 흥미로운 건 바로 그 시기, CJ ENM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KCON의 첫 시작을 알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는 갑작스럽게 강남스타일 열풍에 올라탄 이벤트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싸이는 KCON 출연진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연에 가까운 타이밍이었죠.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K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거나 다름없던 시절부터, 누군가는 이미 ‘K’의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KCON은 단순한 K팝 공연을 넘어 K컬처 전반을 상징하는 대표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태국·아랍에미리트·멕시코·호주·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독일 등 다양한 국가로 확장되었고요. 이제는 K푸드와 K뷰티까지 함께 소개하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때 ‘K-’라는 단어는 일종의 밈처럼 소비되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과장해 만든 프레임일 뿐, 실체는 없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올해 직접 방문한 KCON JAPAN 2026 현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느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K’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정말 'K'만 붙으면 브랜딩이 됩니다

처음 KCON이라는 행사를 접했을 때만 해도, 이름 그대로 단순한 K팝 콘서트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공연뿐 아니라 푸드페스타와 뷰티페스타 같은 대규모 박람회까지 함께 열리는, 거대한 복합 문화 행사에 가까웠죠.

흥미로웠던 건 K팝 아티스트만큼이나 한국 음식과 화장품에 대한 관심 역시 상당했다는 점입니다. 음식 부스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특히 K뷰티와 올리브영에 대한 관심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KCON에서 K팝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었다면, 이제는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상품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해마다 올리브영 부스 규모도 커지고 있고, 올해는 아예 ‘올리브영 페스타 월드투어’라는 이름까지 내걸었을 정도였죠.

결국 해외 브랜드에 유독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꾼 건 K컬처의 힘이었습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이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다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로 연결된 셈이죠. 올리브영이 이번 부스를 명동과 홍대 거리처럼 꾸민 것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한국의 거리와 문화 경험을, 자연스럽게 한국 상품 소비로 연결시키고 있었던 거니까요.

흥미로운 건 이러한 변화가 브랜드 표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과거처럼 현지화된 이름을 쓰기보다, 오히려 한글 브랜드명과 상품명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는데요. 이날 현장에서도 너구리 캐릭터에는 한글로 ‘너구리’라는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었고, 비비고 역시 영문 로고와 함께 한글 ‘비비고’를 동시에 노출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물론 북미 시장에서도 ‘Mandu(만두)’나 ‘Buldak(불닭)’처럼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한국적인 요소를 감추기보다, 오히려 전면에 드러내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셈이죠.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건, K팝과 K콘텐츠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제품군 역시 뷰티·푸드·패션 같은 가치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한국을 대표했던 전자제품들이 기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다면, 지금의 K브랜드들은 스타일과 이미지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건데요. 콘텐츠 산업과 소비재 산업의 성장이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K’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결국 돈을 버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문화적 영향력과 산업적 수익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K팝이 지금처럼 자리 잡기 전부터 이를 꾸준히 키워온 CJ ENM의 역할은 충분히 높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K뷰티 열풍에 올라타 올리브영 역시 일정 부분 수혜를 누리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장기적으로는, 자칫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결국 실제 돈을 버는 구조는 물류와 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의 성장으로만 이어진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죠. K뷰티와 K푸드, K패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와 상품은 한국 기업이 만들더라도, 실제 유통과 판매를 글로벌 플랫폼이나 현지 리테일 기업이 가져간다면 이들이 가장 큰 수익의 파이를 가져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 KCON 현장의 올리브영 역시 단순 브랜드 홍보보다 글로벌몰을 알리는 데 훨씬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K’라는 관심을 실제 구매와 유통 구조까지 연결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KCON 역시 지금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뷰티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올리브영과 K브랜드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서는 다음 단계의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콘텐츠를 통해 관심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와 물류, 그리고 플랫폼까지 함께 장악할 수 있어야 진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연결고리를 놓친다면, 지금의 K열풍 역시 결국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만 키워주는 결과로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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