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혁신과 현실 사이 길을 잃은 건 아닐까요

더현대 서울, 혁신과 현실 사이 길을 잃은 건 아닐까요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더현대 서울, 혁신과 현실 사이 길을 잃은 건 아닐까요

트렌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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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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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6년 3월 2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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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더현대 서울은 핵심 공간에 패밀리 세일이 들어서는 등, 콘텐츠 중심에서 매출 중심으로 운영 방식이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 이는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압박 속에서, 한정된 공간을 두고 콘텐츠와 매출 사이의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결국 더현대 서울은 ‘트렌드’라는 모호한 정체성을 넘어, 어떤 경험에 집중할 것인지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여전한 듯했지만, 변해버렸습니다

지난 주말, 올해 들어 처음으로 더현대 서울을 찾았습니다. 계기는 코리아커피위크였습니다. 작년 제주에서의 경험이 워낙 좋아 올해도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이런 커피 행사가 백화점 한편에서 열린다는 점이, 더현대 서울다운 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콘텐츠를 ‘경험’으로 확장하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죠.

하지만 여의도역을 지나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묘한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더현대 서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던 ‘POP-UP ICONIC’ 공간에서, 패션 브랜드 아티드와 시티브리즈의 패밀리 세일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백화점의 메인 동선에서 세일 행사가 열리는 건 낯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이런 관성을 깨고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공간을 팝업 전용으로 내놓았던 실험적인 MD에 있었는데요. 그 상징적인 공간이 이제는 흔한 행사장처럼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작년 상반기, 오픈 이후 처음으로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하반기에 반등하며 연간 기준 7.3% 성장을 만들긴 했지만, 초기의 강한 성장 동력은 다소 약해진 모습입니다. 팝업과 신진 브랜드를 앞세워 명품 없이도 성장하는 백화점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 그리고 이후 명품 라인업까지 보강해 확장을 노리던 흐름 역시 이전만큼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더현대 서울은, 혁신과 현실 사이에서 방향을 다시 조율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결코 효율은 효과를 보장하진 않습니다

물론 코리아커피위크처럼 더현대 서울의 강점이 잘 살아 있는 콘텐츠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 역시 기대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명 카페와 로스터리의 커피와 원두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이유가 있었고요. 공간 제약을 고려해 15개 브랜드씩 3부로 나눠 운영한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번 참여 브랜드가 조금씩 바뀌다 보니, 세 번 모두 방문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덕분에 사전 예약 방식이었음에도 현장은 꽤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경험이 단순히 커피 시음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온 김에 쇼핑하자’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인 바이럴도 만들어졌을 겁니다. 이런 긍정적인 감정은 더현대 서울이라는 브랜드와 결합되어 더 오래 남게 될 거고요.

결국 더현대 서울의 전략은 이처럼 콘텐츠를 통해 사람을 모으고, 화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유치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명품을 포함한 핵심 매출 브랜드를 얹어 성장하는 방식이었죠. 다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담기에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오프라인 점포는 결국 물리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요. 즉각적인 매출을 만드는 브랜드일까요, 아니면 더현대 서울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콘텐츠일까요.

효율만 놓고 보면 답은 분명합니다.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덜 좋은 위치에서도 사람을 끌어올 수 있지만, 매출을 만드는 브랜드는 좋은 자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더현대 서울에서는 실험적인 콘텐츠는 뒤로 밀리고, 대신 매출 전환이 가능한 익숙한 브랜드들이 전면에 배치된 모습이었습니다. ‘POP-UP ICONIC’ 공간에 팝업 대신 패밀리 세일이 들어온 것도, 더 실험적인 콘텐츠가 덜 눈에 띄는 위치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다만 이렇게 ‘효율적인 선택’이 과연 더현대 서울 전체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는지는,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트렌드는 독차지하기엔 너무 큽니다

결국 더현대 서울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한 번 더 선명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트렌드’라는 키워드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범위가 넓고 모호하다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백화점이라는 업태 자체가 이미 트렌드를 다루고 있고, 팝업 스토어 역시 성수라는 강력한 경쟁 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경쟁 백화점들은 보다 또렷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세계 강남은 식품관,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통해 ‘미식’이라는 키워드를 강화했고요. 롯데 잠실점은 가족 단위 체류형 공간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석촌호수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덕후의 성지’라는 명확한 콘셉트로 자리 잡은 아이파크몰 용산 역시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이들과 비교하면 더현대 서울은 여전히 ‘트렌드’라는 큰 틀 안에 머물러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이 중요합니다. 혁신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트렌드 안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지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이미 충분한 자산을 쌓아온 만큼, 방향만 선명해진다면 더현대 서울이 다시 한번 도약할 여지는 충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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