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AI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작성자 테크잇슈
Tech Insight
ChatGPT가 AI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오늘의 세줄요약!
1.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ChatGPT가 AI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비판했어요.
2. 허사비스는 단순 챗봇형 AI가 아닌 문제 해결형 AI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요.
3. 어쩌면 우리는 AI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앞마당에 들어온 탱크
2022년 11월 30일, ChatGPT가 세상에 공개된 날 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자신의 전기를 집필 중이던 작가 세바스찬 말라비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적이 우리 앞마당에 탱크를 몰고 들어왔다고요.
생성 : ChatGPT
그 탱크는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앞마당에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제 도시 전체를 점령한 것처럼 보입니다. ChatGPT는 주간 활성 사용자 9억 명을 돌파했고, 대중에게 AI는 곧 'ChatGPT'와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허사비스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ChatGPT가 AI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데미스 허사비스가 누구길래?
허사비스의 이 도발적인 발언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AI 업계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전기 작가 말라비는 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샘 올트먼은 뛰어난 기업가지만 과학자가 아닙니다. 제프리 힌튼은 뛰어난 과학자지만 기업가가 아닙니다. 허사비스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britishchessnews.com
허사비스는 5살에 체스를 시작해 영국 최고의 유소년 선수가 되었고, 10대엔 게임 회사를 창업해 수백만 달러짜리 인수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엔 케임브리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땄는데요. 이유는 단 하나, 인간 두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짜 지능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AI가 고양이 한 마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던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했습니다.
AI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덜 중요한 일
허사비스의 주장은 확고합니다. ChatGPT는 아이폰에 버금가는 혁신으로 평가받지만, 만약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었으면 AI를 연구실 안에 10년, 어쩌면 20년 더 묵혀두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어 모델의 갑작스러운 부상이 AI가 가진 진짜 가능성으로부터 세상의 시선을 분산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텍스트를 생성하고 질문에 답하는 챗봇은 AI의 능력 중 가장 눈에 잘 띄는, 즉 가시성이 높은 형태입니다. 하지만 허사비사의 시각에서 이는 가장 덜 중요한 영역입니다. AI가 가장 필요한 곳은 과학과 의학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주장이 단순한 질투나 불만이 아님을 증명하는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알파폴드'입니다.
출처 : The Nobel Prize
지난 3년간 세상의 관심은 온통 챗봇의 답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환각 현상은 얼마나 줄었는지, 입력할 수 있는 컨텍스트 창이 얼마나 길어졌는지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AI 기술력의 척도처럼 여겨졌습니다. 그 사이 허사비스가 이끄는 딥마인드는 인류가 50년간 풀지 못한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한 알파폴드로 '아주 조용히' 노벨화학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대화창은 없지만, 신약 개발의 속도를 수십 배 앞당기며 인류의 삶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낸 것입니다.
AI에게 광고를 붙인다면
너무 가시적인 성과가 잘 보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FOMO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마치 AI가 세상을 금방이라도 뒤집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a16z가 분석한 엔터프라이즈 AI 도입 현황을 보면, 기대와 달리 실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끄는 곳은 코딩, 법률, 고객 상담 등 일부 분야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코딩 분야를 제외하면 뚜렷한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a16z
물론 일각에서는 AI 산업이 초기 투자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옹호합니다. 그러나 AI 챗봇 모델을 훈련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분명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분야라도 이 정도의 투자금이 들어간다면 이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동시에 이 거대한 비용 압박은 결국 가장 원초적인 수익 모델로 내몰고 있습니다. 바로 광고인데요. 올해 초 ChatGPT에 광고가 도입될 수 있다는 소식에 허사비스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AI 어시스턴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인데, 광고가 그 신뢰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면서 제미나이에는 광고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생성 : ChatGPT
우리는 검색 엔진에 광고가 붙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검색 결과는 기계적인 정보의 나열일 뿐, 그 안에 특정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보와 광고를 분리해서 인식하는데요. AI는 다릅니다. 사용자는 AI가 수많은 데이터 중 스스로 판단하여 엄선된 결과를 제공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AI가 광고주의 입김이 들어간 편향된 답변을 내놓는 순간, 사용자는 미묘한 불쾌감과 함께 AI 전체를 불신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수익화 모델이 낳은 AI 결과에 대한 신뢰 문제는, 거대한 기술의 방향키를 쥔 리더에 대한 신뢰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최근 The New Yorker는 "Sam Altman May Control Our Future - Can He Be Trusted?"라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직역하자면 샘 올트먼이 우리의 미래를 통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를 믿을 수 있는가?" 정도일 텐데요.
이 보도에는 OpenAI의 비영리적 창립 철학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AI 안전 담론이 제품 출시와 매출 논리에 어떻게 밀려났는지 심층 분석했는데요. AGI에 준하는 강력한 AI를 만들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샘 올트먼이라는 인물이 신뢰할 수 있는지 따져본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결과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3연승을 달리던 알파고는 4국에서 이세돌에게 일격을 당했는데요. 일반적인 실리콘밸리의 CEO였다면, 전승을 거두지 못한 기술적 결함에 분노하거나 아쉬워했겠지만 딥마인드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이 통한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기술이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물론 이벤트 경기였고, 미화된 기억일 수 있지만,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가 놓였을 때 개발자들의 반응은 정말 '찐'으로 보였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가일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AI에 대한 데미스 허사비스의 철학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그 과정 끝에 이런 질문과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AI를 쓰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그저 그렇게 믿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 것은 AI의 본질이 아니라,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테크잇슈는 IT 커뮤니케이터가 만드는 쉽고 재밌는 IT 트렌드 레터입니다.
IT 이슈 모음과 심층 분석 아티클을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참고
Demis Hassabis: ChatGPT has led AI astray (36kr)
Exclusive: DeepMind CEO "surprised" OpenAI moved so fast on ads (axios)
Where Enterprises are Actually Adopting AI (a16z)
Sam Altman May Control Our Future—Can He Be Trusted? (the new yorker)
'Infinity Machine' explores the journey of AI innovator Demis Hassabis (np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