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잇슈 AI 어워즈 2025
작성자 테크잇슈
Tech Insight
테크잇슈 AI 어워즈 2025
올해도 어김없이 '테크잇슈(TECHITSSUE)'는 매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IT 트렌드를 배달해 드렸습니다. 본래 목표는 다양한 기술 이슈를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었지만, 2025년만큼은 그 ‘균형’이 쉽게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모든 주제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갔기 때문입니다.
그 흐름에 맞춰, 올해의 결산은 '테크잇슈 AI 어워즈'라는 이름으로 준비했습니다. 올해의 단어부터 인물까지, 2025년을 상징하는 총 5가지 이름들을 지금 공개합니다.
1. 올해의 단어 : 에이전틱 AI (Agentic AI)
기술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1년 앞을 내다보는 전망조차 빗나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예외였는데요. 작년 말, 수많은 전문가가 입을 모아 2025년을 이끌 기술로 ‘에이전틱 AI’를 꼽았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에이전틱 AI는 2025년 내내 기술 생태계의 중심을 관통했습니다.

AI 에이전트 활용 모습 (생성 : GPT-5.2)
변화의 핵심은 인터페이스의 주도권이 인간에서 AI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검색창에 키워드를 조합해 넣지 않습니다. 그저 ‘목표’를 던져주면, AI가 알아서 도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합니다.
물론 여전히 환각(Hallucination)은 남아 있고, 가끔은 엉뚱한 고집을 부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저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던 에이전트가 이제는 기업의 명확한 ‘핵심 제품 전략’으로 격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2. 올해의 성공 : 젠스파크 (Genspark)
앞서 ‘올해의 단어’로 에이전틱 AI를 꼽았는데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 개념을 가장 잘,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서비스로 구현한 곳은 어디일까?” 올해의 성공 부문에 젠스파크(Genspark)를 선정한 이유입니다.
단순히 기술력만 돋보인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평가도 확실했는데요. 젠스파크는 5개월 만에 연환산 매출 5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가장 빠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AI 에이전트 전문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많은 빅테크가 ‘에이전트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안, 젠스파크는 결과물로 답했습니다.

젠스파크 로고 (출처 : 젠스파크)
이들의 성공 비결은 명확합니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바로 눈앞에 대령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세부 단계를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만 설정하면 복잡한 실행 과정을 AI가 스스로 처리합니다. 이로써 사용자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그 명확한 가치 제안이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에이전틱 AI를 ‘가능성’이 아니라 체감 가능한 서비스로 만든 것. 그리고 그 성과를 시장에서 가장 먼저 증명한 것.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올해의 성공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3. 올해의 실패 : 퍼플렉시티 (Perplexity)
만약 2024년에 이 시상식을 열었다면, ‘올해의 성공’은 퍼플렉시티의 몫이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AI 검색 분야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의 퍼플렉시티는 다소 잔인하게도, 해자(Moat) 없는 혁신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모든 AI 서비스가 ‘출처 기반 검색’을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는 순간, 퍼플렉시티만의 차별점은 순식간에 증발했습니다. GPT, Gemini, Claude가 검색 기능을 흡수하면서, “왜 굳이 퍼플렉시티를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인데요. 전통 검색 시장은 물론 AI 검색 시장 점유율에서도 2024년의 가파른 성장 이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퍼플렉시티 로고 (출처 : 퍼플렉시티)
이후의 행보는 다소 조급해 보였습니다. 크롬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화제를 만들었고, 웹 브라우저 ‘코멧(Comet)’을 출시하며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판을 흔들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크롬 인수는 현실성이 없었고, 브라우저 영역에서도 OpenAI가 ‘아틀라스(Atlas)’를 내놓으며 차별화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퍼플렉시티의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빠르게 복제되는 기능 위에, 대체 불가능한 이유를 쌓지 못한 것. 2025년의 퍼플렉시티는, AI 시대에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2026년 반전이 필요해 보이는 퍼플렉시티입니다.
4. 올해의 인물 : 데미스 허사비스 (Demis Hassabis)
2024년의 노벨상은 역사적인 분기점이었습니다. 제프리 힌튼(물리학상)과 데미스 허사비스(화학상)의 수상은, AI가 더 이상 막연한 ‘가능성의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도구’ 임을 공인받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개인에게 주는 가장 큰 영광을 안은 허사비스는 2025년 다시 본업 모먼트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학계에서의 외도(?)를 끝내고, 본업인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으로서 OpenAI와의 정면 승부에 집중한 것입니다.

제미나이에 대해 설명하는 데미스 허사비스 (출처 : 구글)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샘 올트먼이 스타성을 무기로 대중을 열광시킬 때, 허사비스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압도적인 성능’과 ‘구글 생태계와의 결합’이라는 본질에 올인했습니다. 그 집요함의 결실인 ‘제미나이 3(Gemini 3)’는 성능과 서비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샘 올트먼이 ‘코드 레드(Code Red)’를 누를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올해 타임은 ‘AI 설계자’ 8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허사비스를 포함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보여준 태도입니다. 함께 선정된 샘 올트먼, 젠슨 황, 일론 머스크가 트윗과 쇼맨십으로 여론을 주도할 때, 그는 오직 침묵과 결과물로 증명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가장 견고하게 판을 짠 인물, 소리 없이 강한 승자. 데미스 허사비스를 올해의 인물로 뽑은 이유입니다.
5. 올해의 질문 : AI는 거품인가?
2023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이제는 다소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2025년, 이 ‘거품론’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타올랐는데요.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데, 명확한 수익 모델(ROI)을 증명한 기업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이 논쟁은 일정한 결론을 향해 정리되고 있습니다.
“AI는 거품일 수 있다. 하지만 꺼질 수 없는, 아니 꺼지면 안 되는 거품이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많은 자본이 투입됐고, 너무 많은 국가 안보 전략이 걸려 있으며,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AI 위에 구축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AI 투자는 단순한 수익성 계산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구조적 결정이 된 된 셈입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모습 (출처 : 로이터)
이 현실은 올해 초의 ‘딥시크 쇼크’에서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AI 거품론이 정점에 달하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가 급락했지만, 시장은 이를 빠르게 해프닝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나온 백악관의 답은 결정적이었습니다.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 발표. AI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뿐 아니라 속도 역시 중요하며, 미국이 이 레이스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선언이었습니다.
2025년의 AI는 ‘과열된 신기술’의 단계를 지났습니다. 이제는 무너지면 전 세계 경제가 함께 휘청이는 ‘대마불사’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2025년을 되돌아보며
지금까지 다섯 가지 부문에 걸쳐,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AI의 결정적 장면들을 짚어보았습니다. 이 키워드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로 모입니다. 2025년은 AI가 막연한 마법이나 공포의 대상에서 벗어나, 현실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에이전트는 이제 우리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고, 기업들은 쇼맨십이 아닌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며, 국가는 이 기술을 안보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해서 쓰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필요해서,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2026년에도 테크잇슈는 구독자분들이 현 시대를 더욱 잘 살아낼 수 있도록, 거대한 파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겠습니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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