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 될 상인가, 수양대군 세조의 MBTI는 무엇일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수양대군 세조의 MBTI는 무엇일까?

작성자 초희

MBTI로 보는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수양대군 세조의 MBTI는 무엇일까?

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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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in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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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이 될 상인가?" 화제를 모은 영화 관상의 명대사입니다. 올 블랙의 무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배우 이정재가 입꼬리를 한쪽으로 살짝 올리며 던진 대사이지요.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 세조,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들여다 보려 합니다.

🐯카리스마 뿜뿜 기량을 타고난 왕자(E)

수양대군은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이었는지는 여러 문헌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요. 그중 영화 관상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과 딱 부합하는 이미지를 전하고 있는 기록도 있습니다.

수양대군 세조의 초상화, 1928년에 화가 김은호가 영조 시기에 그려진 세조의 초상을 모사한 밑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수양대군은 대번에 상대의 기선을 제압할 정도로 카리스마를 갖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활을 잘 쏘아 '신궁'이라고 불렸던 태조 이성계를 닮았다는 대목이 눈에 띄네요. 이 때문에 왕자 시절부터 그를 따르는 이들이 줄을 이룰 정도였습니다. 세종도 일찍이 수양대군의 남다른 기량을 알아보았습니다. 수양대군에게 세자(세종의 첫째 아들이자, 훗날 문종)를 잘 보필해 줄 것을 깊이 당부할 정도였지요. 세종은 향후 형제 사이에서 벌어질 핏빛 미래를 예견이라도 했던 걸까요?

❤️공자보다 부처를 내 마음 속에(N)

수양대군은 유학을 통치 철학으로 삼은 조선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마음 속으로는 불교를 깊이 숭앙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언제부터 불교에 큰 관심을 두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훈민정음을 창제한 아버지 세종을 도와 여러 종류의 불경을 한글로 번역해 온 이력이 있었지요. 또 어머니 소원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부처의 일대기를 책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세조가 정리한 부처의 일대기, 월인석보(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세조의 불교에 대한 사랑은 그가 왕위에 오른 후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조가 불교에 깊이 빠지게 된 데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세조는 종종 젊은 날 자신의 행동들을 회상하며 깊이 후회하곤 했습니다. "내가 차례도 아니면서 외람되게 큰 터전을 물려받았는데, 재주도 없고 덕도 없이 옛 정치를 변경해 온 게 너무도 많다."라는 것이었지요.

🤼‍♀️핏빛 난투 속에서 왕위에 오르다(T)

세종이 수양대군에게 부탁했던 세자 문종은 왕위에 오른 뒤 채 3년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갓 10대를 넘긴 문종의 어린 아들이 그 뒤를 이었지요. 어린 국왕이 정치를 다스리게 되자 조선 조정에는 큰 혼란이 찾아옵니다. 장성한 숙부 두 명을 중심으로 세력이 둘로 나뉘어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수양대군과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그 주인공이었지요.

영화 관상의 한 장면, 어린 단종이 수양대군과 함께 장기를 두던 모습

상황을 빠르게 치고 나간 건 평소 야심가로 소문이 나 있던 수양대군이었습니다. 수양대군은 당시 정치를 주도하고 있었던 김종서를 참혹하게 살해한 뒤, "숙부는 나를 살려 주시오." 애원하는 조카를 왕위에서 몰아내고 멀고 먼 강원도 영월로 귀양을 보냅니다. 그리고 기여코 바라고 바라던 왕위에 올랐지요. 하루아침에 세조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후 단종은 세조의 강요에 못 이겨 수양대군이 모든 난리를 평정하였다는 내용의 교서를 내립니다. 이 사건을 '계유년에 난을 평정하였다'는 뜻에서 "계유정난"이라고 부릅니다.

귀양 길에 오른 단종의 곁에는 그의 왕비도, 그를 모실 궁인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낡은 가마를 탄 채 군사들의 철통 같은 감시 속에서 홀로 먼 길을 떠난 단종은 마치 섬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영월 청령포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세조가 단종에게 내린 사약이 미처 도착하기도 전의 일이었지요.

🤯평생을 짊어져야 했던 왕좌의 무게(J)

원하던 왕좌를 손에 거머쥔 세조는 과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을까요? 세조가 종종 자신의 젊은 날을 후회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조카를 매몰차게 사지로 몰아 넣은 세조도 그 속마음은 편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영화 관상의 한 장면,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수양대군의 모습

이쯤에서 서두의 이야기를 다시 끌고 와야 할 것 같은데요. 세조가 불교를 숭앙한 이면에는 사실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왕위를 물려받지 못한 세조는 평생 '정통성'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실제로 세조는 왕위에 있는 동안 몇 차례의 반란도 경험했습니다. 말년에 벌어진 '이시애의 난'은 세조의 마음을 지칠대로 지치게 만든 사건 중의 하나이기도 했지요. 반란에 연루된 신하 중에 자신과 함께 계유정난을 일으킨 인물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조는 불교와 부처의 힘을 빌어 자신의 왕위 승계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불교와 관련된 여러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백성에게 선전하기도 했지요. 결국 세조는 자신의 존재를 부처의 도를 실천하는 이상적인 왕으로 브랜딩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짧게나마 살펴본 수양대군 세조의 삶, 어떻게 보셨나요? 혹시 묘한 기시감을 느끼시진 않았나요? 이처럼 조선이 세워진 후에는 세종 대의 찬란한 나날도 있었지만, 왕위를 둘러싸고 피를 튀기며 경쟁했던 암울한 나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새 왕조가 굳건히 뿌리내리기 위한 성장통과 같은 것이었을까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여러 사람을 모아 지신이 원하는 왕좌를 쟁취한 세조(E),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자신의 운명이 아니었던 자리를 꿈꾸고, 또 꿈을 이뤄 낸 세조(N),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냉혹하고, 잔인하기까지 했던 세조(T), 힘들게 오른 왕위를 지켜내고자 철두철미하게 불교 사업을 추진해 간 세조(J).

이러한 사실들을 미루어 보아 세조의 MBTI는 ENTJ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

안녕하세요, 뉴닉 지식 메이트 3기 초희입니다.
어느덧 세 번째 아티클을 업로드할 차례가 왔네요.
저의 아티클은 내년에 출간 예정인 책의 초고를
최대한 많은 분들께 쉽고 재미있게 가닿을 수 있도록 짧게 재가공한 것들입니다.

한 인물을 쓸 때마다 논문 5~6편을 보며 글을 구상하고 있어요.
혹시 알고 싶은 인물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제안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의덕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