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노티드 '도넛 세상' 탄생 썰

재밌는 노티드 '도넛 세상' 탄생 썰

큐레터
@q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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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06월 25일 아티클이에요!


1. 노티드는 왜 초대형 매장 프로젝트를 하게 됐을까

노티드에 합류했을 당시,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줄을 서서 도넛을 샀고, 인스타그램에는 노티드 사진이 넘쳐났죠. 골목에서 시작한 작은 가게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표 브랜드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잘되는 브랜드에도 위기는 찾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줄 서서 먹는 경험을 한 뒤, 성장의 속도는 조금씩 둔화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노티드를 좋아했지만, 그 좋아함의 온도는 처음만큼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저는 마케팅 총괄 디렉터로 노티드가 속한 GFFG에 합류하게 됐어요.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브랜드의 다음 무기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다음은 뭘 해야 할까?'

당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 외곽으로 가도 눈에 띄는 풍경이 있었어요. 넓은 주차장, 압도적인 규모의 공간,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한 초대형 카페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이제 저런 걸 꺼내야 하지 않을까?"

작은 골목 매장에서 출발한 노티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브랜드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계속 찾아올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노티드의 초대형 매장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2. 디자인은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일 뿐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니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공간의 크기였습니다.

300평이 넘는 공간은 기존 매장보다 5배, 10배 이상 컸어요. 그만한 규모를 채우려면 단순히 좌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 자체를 설계해야 했습니다.

사진 : 노티드

하지만 쉽지 않았죠. 디자인은 계속 바뀌었고, 결정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오픈 일정은 늦어졌어요. 비용은 점점 쌓여갔고, 프로젝트는 회사에 큰 부담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각 부서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비상회의를 열었죠. 그 자리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예쁘게 공간을 채울지 고민하다가, 정작 무엇을 주는 공간인지가 비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때 분명해졌습니다. 디자인은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이렇게 제안을 하게 됩니다.

"우리 먼저 컨셉부터 정해보면 어떨까요?"


3.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컨셉이 어디선가는 비주얼이나 무드처럼 시각적인 요소 정도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컨셉은 조금 다릅니다. 컨셉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할까'보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까'에 더 가까워요.

노티드가 새롭게 선보일 공간에는, 그 공간만의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노티드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사진을 찍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SNS 후기와 영상, 댓글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수천개를 살펴봤죠.

그랬더니 반복해서 보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노티드의 우유 생크림 도넛을 손으로 꾹 누르는 영상이었습니다. 안에서 하얀 크림이 흘러나오는 장면, 그리고 그걸 보고 열광하는 댓글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보통 음식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습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노티드에서는 달랐습니다. 좋아하는 댓글도, 공유도 많았고,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그 순간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이 노티드에서 진짜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사진 : 노티드

도넛 속 '크림'이었습니다.

꽉 차 있고, 흘러넘치고, 입안으로 밀려드는 노티드의 크림. 예쁜 매장도, 귀여운 굿즈도, 아기자기한 캐릭터도 결국은 이 크림을 더 맛있고 즐겁게 경험하게 해주는 장치였던 겁니다.


4. 세계관의 시작은 크림 한 덩어리였다

그때부터 상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티드를 먹는다면? 그러다 만약 크림이 계속 흘러넘친다면? 그게 반복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문득 머릿속에 이런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에서 우주선이 내려오고, 그 안에서 슈가베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우주선에서 크림이 쏟아집니다. 세상이 하얗게 뒤덮입니다. 그 순간 한 줄이 나왔습니다.

사진 : GFFG

"크림이 침공한 상상의 세상."

회의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무슨 크림 침공이에요?" "도넛 브랜드 맞아요?"

하지만 상상을 하나씩 이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사람들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지기 시작한 겁니다. 크림이 가득한 세상, 크림이 주인공이 되는 곳, 크림이 세상을 점령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 안에 들어가 만나는 노티드. 막혀 있던 고민들이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컨셉의 힘입니다. 좋은 컨셉은 설명을 최소화하고, 상상을 열어줍니다.


5. 한 문장이 340평 공간을 다 채웠다

그 뒤로 프로젝트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상상은 이미지가 되었고, 디자인은 그 컨셉에 맞춰 정리됐고, 메뉴는 세계관 안에서 확장됐고, 마케팅도 이야기 중심으로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사진 : 노티드

그렇게 몇 달 동안 막혀 있던 프로젝트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부터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잠실 롯데월드몰의 340평 규모 초대형 공간, 노티드 월드였어요.

오픈 당일,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픈런을 했습니다. 막혀있던 몇 달의 고민이 한 줄의 문장으로부터 시작해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노티드 월드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었어요.

그 순간 확신이 들었습니다.

귀여운 세계관은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노티드 월드는 단순히 큰 매장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노티드를 도넛으로만 만나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상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더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브랜드라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컨셉에서 시작되고, 컨셉은 세계관이 되고, 세계관은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요. 그리고 브랜드가 가야 할 다음 단계는, 한 줄의 컨셉에서 시작된다는 것도요.


6.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서 세계관을 뽑아내는 법

귀여운 컨셉과 세계관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브랜드를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요.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한 가지를 발견하고, 거기에 상상을 더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제가 노티드에서 경험한 방식을 정리하면 이렇게 다섯 단계입니다.


노티드 월드의 출발점도 사람들이 크림에 반응하는 장면의 발견이 시작이었죠. 그 반응을 상상으로 확장했고 "크림이 침공한 상상의 세상"이라는 한 줄로 묶었을 뿐입니다.

바로 그 한 줄이 공간을 채우고, 디자인을 정리하고, 메뉴를 확장하고, 사람들을 오픈런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노티드 도넛이 될 수 있었던 거예요.

* 이 글의 원고는 윤진호(마케터초인)님이 작성하였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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