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야 꼭 지금 가야해?

초코야 꼭 지금 가야해?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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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06월 18일 아티클이에요!


두 달 전쯤 반려묘 테리가 눈에 띄게 물을 자주 마시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한 1주일을 지켜보는데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자주 물을 마시는 겁니다. 그리고 그만큼 화장실도 자주 가더라고요.

평소 테리는 하루에 4-5회 정도 화장실을 가는데, 두 달 전부터는 갑자기 하루에 9-10회 정도 화장실을 갔고 목이 타는지 계속 물을 연신 마셔대는 겁니다. 조짐이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바로 데려갔고, 병원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무거웠습니다. 신부전 말기(4단계)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양이 품종이 다낭성 신장염의 유전질환도 있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신부전이 진행됐던 거예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진단은 보호자에게 사실상 이별 준비와 비슷했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건네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피하수액 치료, 신장 처방식, 인 수치 관리, 조기 진단 기술, 장기 케어 프로토콜이 발전하면서 반려동물의 삶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키우는 고양이 테리 역시 매일 아침 저녁 피하수액 주사를 맞으며 하루하루 시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곁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기술이 시간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미나이와 같은 AI의 발전도 한몫해요. 매일 테리의 대소변, 사료 급여, 의료처치 현황을 목소리로 간단히 입력하면 오늘 전체 활동을 요약 정리해줍니다. 만약 아이가 설사를 했다면 병원에 가기 전에 언제부터 설사를 했는지, 어떤 사료 혹은 간식 변화가 있었는지 정확히 체크하고 진료에 들어가니 처치가 상당히 빠르더군요.

사진 : 제미나이 직접 캡처

원래 같았으면 집사들이 1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 이별을 준비했을텐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처방에 따라 케어하면서 오래 살게 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동물병원의 발전 정도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반려동물의 수명을 얼마나 더 연장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거대한 산업이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인간의 의료 기술, 바이오 산업, 헬스케어 플랫폼, 항노화 기술, 비만 치료제 시장까지 모두 반려동물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어쩌면 지금의 펫 산업은 더 이상 '귀여운 동물을 위한 시장'이 아닙니다. 인간이 사랑하는 존재와 더 오래 함께 살고 싶다는 욕망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펫 산업은 왜 '귀여움'에서 '생명 연장'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과거 반려동물 시장은 감성 소비 중심이었습니다. 예쁜 옷, 유모차, 호텔, 장난감, 프리미엄 간식 같은 영역이 시장을 키웠어요. 핵심 메시지도 비슷했습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는 감성 중심의 언어였죠.

하지만 최근 시장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이제 '건강 수명, 항노화, 비만 관리, 만성질환, 장기 케어'입니다. 시장의 본질 자체가 바뀌고 있는 거예요.

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펫 헬스케어 시장은 2024년 약 629억 달러 규모에서 → 2030년 1123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약 6년 만에 78%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는 셈이죠. 단순 성장률만 봐도 시장의 방향성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반려동물을 위한 '즐거운 소비'보다 '오래 건강하게 함께 살기 위한 소비'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동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처럼 인식하는 현상인데요.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 가운데 97%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역시 비슷해요. 사람들은 "강아지를 키운다"보다 "함께 산다"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애완 동물'이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썼지만 지금은 '반려 동물' 이라고 표현합니다. 단어가 바뀌면 동물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려'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는 순간 ,소유하는 물건이 아닌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순간 시장은 달라집니다. 사람은 가족에게 쓰는 돈을 소비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의료비, 건강검진, 예방관리, 보험 같은 영역은 사치가 아니라 책임이 됩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헬스케어 산업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관계의 정의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나타납니다. 인간 의료 기술이 반려동물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신부전 관리입니다. 과거 고양이 신부전은 사실상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키는 질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기 혈액검사, SDMA 진단 기술, 피하수액, 처방식, 영양 보조 기술 등이 등장하면서 삶의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완치는 아니지만 "남은 시간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AIM 단백질 관련 연구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고양이 신부전과 AIM 단백질의 연관성에 주목해 관련 치료 가능성을 연구 중이며, 관련 제품 상용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요.

제가 키우는 테리가 신부전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뉴스를 조금 더 조사를 했더니, 사실 AIM 단백질이 신부전 동물에게 매우 중요하더라고요. 이 단백질이 활성화되면 체내 요독을 정화시킬 수 있거든요. 일본의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는데 코로나 때 연구 지원금이 끊겨 한 때 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고양이 집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3억 엔을 기부했고 그 결과 임상까지 마쳤다고 하네요. 올해 기사를 보니 일본 농림수산성 등에 동물용 의약품 승인 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2027년 상용화가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장에서 이미 '노화와 수명'을 해결 가능한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즉, 펫 시장은 이제 사료 산업이 아니라 바이오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장수 욕망은 왜 반려동물 시장에서 먼저 폭발하는가

흥미로운 점은 최근 장수 산업의 최전선이 인간이 아니라 반려동물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로열은 노령견의 수명을 연장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사에 따르면 FDA 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요.

GLP-1 기반 반려동물 비만 치료제 개발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인간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위고비·마운자로 계열 기술이 반려동물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죠. 저희 부모님은 강아지를 키우는데, 워낙 사랑을(?) 많이 받아 비만 강아지가 됐는데요. 어쩌면 이러한 비만약이 상용화된다면 부모님께 권유해보려고요. 평균 체중으로 살아야 강아지들이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인간 대상 항노화 기술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상용화 허들이 낮기 때문입니다. 인간 장수 산업은 막대한 비용과 긴 임상 기간, 윤리 문제, 규제 장벽이 존재합니다. 반면 반려동물 시장은 상대적으로 빠른 실험과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반려동물 시장은 인간 장수 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소비자 심리 측면에서 보면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어요. 우리는 자신의 죽음보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더 견디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이미 예정된 미래로 알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우리보다 훨씬 짧아요. 그래서 보호자는 늘 시간을 의식합니다. "조금만 더 오래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은 매우 강력한 소비 동기가 됩니다.

실제로 지금 펫 시장은 단순한 기능 소비가 아니라 감정 소비 구조 위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료를 사는 것이 아니에요.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함께할 가능성을 구매합니다. 병원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회를 줄이고 싶은 마음을 결제하는 거예요.

그래서 펫 장수 산업은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사랑하는 존재의 건강과 연결된 시장에서는 소비가 비용이 아니라 책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펫 시장은 소비재 시장이 아니라 구독형 라이프케어 시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이런 서비스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습니다.

즉, 제품 판매 중심 구조에서 데이터 기반 생애관리 구조로 이동하는 거예요.

윤리와 철학의 문제

물론 시장이 커질수록 논쟁도 함께 커집니다. 실제로 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장수 기술과 약물 의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해요. 특히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둘러싼 논쟁은 상징적입니다.

한때 사람들은 통통한 반려동물을 귀엽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미국 반려동물 비만 예방협회(APOP)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려견의 59%, 반려묘의 61%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였어요. 비만은 외형 문제가 아니라 당뇨, 심혈관 질환, 관절 문제,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강 문제입니다.

그래서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GLP-1 기반 반려동물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제기됩니다.

정말 문제가 동물에게 있을까

일리노이대 조지 페이히 주니어 교수는 기사에서 "반려동물이 스스로 사료통을 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과잉 급여와 운동 부족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지점은 앞으로 시장이 반드시 마주하게 될 핵심 논쟁이에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장은 더 강력한 질문을 받게 될 거예요.

이 질문은 단순한 윤리 논쟁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쉽게 살 빼는 약' 같은 기술이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은 환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굳이 운동을 해야 할까?", "건강은 약으로 해결하면 되는 걸까?" 같은 새로운 질문도 생겨납니다.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우리가 건강을 바라보는 방식도 함께 바뀌기 때문입니다.

결국 앞으로 중요한 건 기술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강한 약을 만들었는가보다, 그 기술이 우리의 삶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