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보입니다 보여요!! 팀장님!! 길이 보여요!!!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04월 30일 아티클이에요!
"사실 제가 이쪽 산업은 잘 모릅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약 1년 전, 저를 찾아와 대뜸 배움을 청한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리더들은 자신의 과거 경력을 앞세워 권위를 세우기 마련이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나이나 직급 같은 외적인 조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미를 읽고 조직에 기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있었죠.
나중에야 알게 된 그의 이력은 예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요기요와 타다(VCNC) 등 국내 모빌리티와 배달 플랫폼의 최전선에서 성장을 견인해 온 전략 전문가였습니다. 치열한 데이터 전쟁터와 복잡한 규제의 한복판에서 플랫폼의 영토를 확장해 온 그에게, 과거의 화려한 성공은 성장의 훈장이기보다 오히려 비워내야 할 습관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이 흥미로운 리더의 정체는 바로 비브리브(VIVLIV)의 김도형 부대표입니다.
이제 그는 무거운 인프라의 플랫폼 산업을 뒤로하고, 전 세계 고객과 민첩하게 호흡할 수 있는 K-푸드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꼬박꼬밥이라는 강력한 자산에 그만의 데이터 전략을 이식하며 새로운 성공 지도를 그려나가는 중이죠. 막힌 길 앞에서 멈추기보다 옆에 놓인 작은 창문을 열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그의 태도는, 변화무쌍한 시장을 마주하는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내밀한 목소리와 전략적 통찰을 세상에 꺼내 놓고 싶어 이번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역경을 돌파하며 묵묵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는 전략가이자 영원한 학습자, 김도형 부대표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Q. BGF와 GS리테일에서 보낸 7년은 누구나 부러워할 안정적인 궤도였습니다. 그 안전한 환경을 벗어나 '바로고'라는 스타트업의 거친 환경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을 때, 스스로에게 던졌던 가장 솔직한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주변에서는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에서 7년이나 쌓아온 안락한 궤도를 이탈하는 게 전략가로서의 오만은 아닐까, 저조차도 매일 밤 스스로에게 묻곤 했거든요. 당시 시장은 쿠팡이 절대 강자가 아니었고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들이 막 기지개를 켜던 스타트업의 태동기였어요. 미국에선 아마존고가 화두였고, 국내에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쇼핑하는 방식이 통째로 바뀌고 있었죠.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정해진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도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지만, 제 마음 한구석엔 늘 '진짜 변화'가 일어나는 최전선에 서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특히 한국처럼 주거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는 '라스트마일' 배달 데이터가 앞으로 모든 커머스의 심장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 파도를 눈앞에 두고도 안정이라는 성벽 뒤에 숨어 있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다고 할까요?
결국 대기업 명함이 주는 안락함을 내려놓기로 했을 때, 제 마음속을 마지막까지 울렸던 질문은 이거였어요. "지금 이 파도를 타지 않으면, 나중에는 나가고 싶어도 나갈 힘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안주하며 서서히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거칠더라도 야생으로 나가 진짜 내 실력을 확인해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저를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전장으로 이끌었어요.
Q. 전략 기획팀장으로서 바로고와 럭스로보의 성장을 이끄셨지만, 모든 결정이 정답은 아니었을 겁니다. 당시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기 의심이 들었던 순간이나, 가장 뼈아프게 복기하는 판단 실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직하자마자 터진 코로나19는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유례없는 기회였어요. 고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저는 그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데이터만 보고 마치 기계처럼 기획안을 찍어냈습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이 데이터가 맞으니 이 서비스도 무조건 된다"는 확신으로 사업 확장안을 생산해냈죠. 책상 앞의 엑셀 시트 안에서 저는 실패를 모르는 전략가였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마주한 현장의 모습은 제 예상과 너무나 달랐어요. 제가 설계한 '효율적인 수치'들이 현장의 영업사원들과 라이더 분들에게는 잔인한 혹사가 되고 있었더라고요. 고객이 누리는 '이동 거리의 단축'이라는 편의가 사실은 누군가의 처절한 노동력으로 치열하게 메워지고 있었던 거죠. 특히 제가 더 많은 배달을 독려하기 위해 설계한 성과급 제도가 오히려 라이더들을 무리한 묶음 배달로 내몰았고, 결과적으로 배송 품질은 떨어지면서 현장은 사지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어요.
그때 제가 만든 엑셀 한 줄, 기획안의 숫자 하나가 누군가의 생계와 현장의 안전에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제 기획안이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그 무게감을 처음 느꼈죠. 이 경험은 저에게 "현장을 검증하지 않은 판단은 가장 위험한 정책일 수 있다"는 씻을 수 없는 교훈을 남겼어요. 이제는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제 기획이 현장의 온도를 어떻게 바꿀지를 가장 먼저 묻게 됐죠.

Q. 요기요에서 수수료 체계를 재설계할 때, 그것은 단순한 수식의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자신의 엑셀 한 줄이 수많은 소상공인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직면했을 때, 전략가로서 어떤 윤리적 고뇌와 책임감을 느끼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거창한 윤리적 사명감이나 고뇌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 요기요는 배달의민족과의 합병 이슈 등으로 시장 점유율이 반 토막 난, 그야말로 '생존'이 급급한 상황이었거든요. 쿠팡이츠는 자본력으로 밀어붙이고 배민은 브랜딩으로 꽉 잡고 있는데, 요기요는 맛집 상점주들이 피크타임에 아예 앱을 꺼버릴 정도로 플랫폼 매력도가 바닥이었죠. 저는 그 끊어진 '플라이휠'을 다시 돌리기 위한 게임체인저로 차등 수수료라는 전략적 카드를 꺼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기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수수료를 고작 3%p만 낮춰도 회사의 매출을 보전하려면 주문량을 30% 이상 늘려야 했거든요. 내부에서는 "그게 가능하겠냐"며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고, 저 역시 확신과 불안 사이를 매일 오갔어요. 하지만 수도권 테스트에서 점유율이 급증하고 상점주, 라이더, 회사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확인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배달 플랫폼 역사상 차등 수수료가 정규 체계로 자리 잡은 첫 사례가 된 순간이었죠.
진짜 성찰은 그 이후에 찾아왔어요. 제가 설계한 구조가 국정감사에서 논의되고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 판단이 가진 영향력의 크기에 일종의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꼈거든요. 전략가로서 던진 아이디어 하나가 단순히 기업의 지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의 질서를 재편하며 수만 명의 소상공인분들께 실질적인 삶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에요.
그때 깨달았어요. 전략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판단에는 타인의 생계와 이익이 아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내 성과를 위해 기획한 로직이 누군가에게는 감당해야 할 사회적 무게나 비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체감한 거예요. 이제는 단순히 효율적인 전략을 넘어 그 결정이 가져올 파장까지 깊이 고민하는 것이, 리더로서 제가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Q. 타다(VCNC) 시절처럼 외부 환경으로 인해 공들인 플랜이 무너질 때, 그 무력감을 딛고 다시 '엄마아빠택시' 같은 돌파구를 찾아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타다에 합류했을 당시에는 이미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발의되어 성장에 큰 제약이 걸린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사실 전략가로서 통제 불가능한 외부 규제에만 매몰되다 보면 무력감에 빠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우리가 지금 당장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에만 집중했죠. 모빌리티 플랫폼의 본질은 결국 기사님들의 수익 보장에 있고, 그러려면 호출이 드문 비피크 시간대의 가동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야 했으니까요.
그 해답을 의외로 제 개인적인 일상에서 찾게 되었어요. 저 역시 두 아이의 아빠이다 보니, 영유아 부모들이 낮 시간대에 병원을 가거나 외출할 때 이동이 얼마나 큰 고역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요. 마침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정책형 서비스인 엄마아빠택시가 있었고, 저희는 그 구조에 올라타 민간의 민첩한 실행력과 운영 노하우를 더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형 차량의 쾌적함에 안전이라는 가치를 더해서, 이동이 장벽이었던 부모님들께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드린 거죠. 결과적으로 규제라는 좁은 문에 갇히기보다, 이미 형성되어 있던 정책적 흐름을 활용해 교통 약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새로운 외연을 넓힌 전략적 돌파구가 된 셈이에요.
나아가 임산부를 위한 예비엄마 타다까지 기획하며, 임신에서 육아로 이어지는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타다가 책임지는 생태계를 꿈꿨습니다. 요기요나 타다를 거치며 순탄한 순간은 거의 없었지만, 고비 때마다 저를 지탱해준 건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창출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어요. 큰 문이 닫혔다고 좌절하기보다 옆에 놓인 작은 창문을 열어 길을 찾아내는 태도, 그것이 제가 역경을 마주하고 돌파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Q. 이미 굵직한 플랫폼들의 수장을 거치며 증명할 만큼 증명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브리브라는 새로운 전장에 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겉으로 보기엔 플랫폼에서 소비재로의 급격한 변신 같지만, 제 안에서는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저는 늘 산업의 변화 속도를 관찰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 소비재 시장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질감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K-컬처가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한국의 식품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소비되는 장면들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죠. 제품력과 콘텐츠만 뒷받침된다면, 이제 소비재는 국경을 빛의 속도로 넘나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반면 제가 몸담았던 플랫폼 산업은 해외 진출 시 현지 규제나 무거운 인프라,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구조적인 이해관계 등 속도를 내기 어려운 제약이 많았어요. 국내 유수의 기업들조차 해외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저는 오히려 더 가볍고 민첩하게 전 세계 고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소비재의 확장성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앞으로의 10년, 내가 가장 몰입해서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K-푸드였어요.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니까요.
비브리브는 그 시점에 제게 굉장히 흥미로운 선택지였어요. 이미 꼬박꼬밥이라는 강력한 브랜드와 심으뜸이라는 독보적인 IP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여백 또한 아주 넓어 보였거든요. 잘 닦인 길을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기보다, 이 강력한 자산에 플랫폼에서 익힌 데이터와 전략의 기술을 이식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구조를 직접 설계해보고 싶어 합류를 결정하게 됐죠.

Q. 강력한 개인 IP를 가진 브랜드에서 COO의 역할은 때로 상징성과 현실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습니다. 심으뜸 대표의 철학과 도형님의 냉철한 비즈니스 전략이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건강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계신가요?
꼬박꼬밥은 '굶지 말고 꼬박꼬박 챙겨 먹자'는 생활 습관의 철학에서 시작된 브랜드예요. 심으뜸 대표님이 가진 특유의 직관과 철학은 고객들에게 정말 강력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반면에 저는 시장 분석이나 유통 구조, 손익 관리처럼 차가운 숫자를 다루는 영역에 강점이 있고요.
사실 초기에는 이 두 관점이 부딪히기도 했어요. 저는 플랫폼에서 하던 대로 데이터와 효율을 잣대로 들이댔는데, 식품이라는 건 숫자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더라고요. 고객이 직접 먹는 제품이다 보니 아주 미세한 맛의 차이나 브랜드의 진정성 하나에 고객의 반응이 확확 바뀌는 걸 보면서 저도 배운 게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만의 명확한 기준을 세웠어요. 대표님의 철학은 고객의 '선택'을 만들고, 저의 전략은 그 선택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거죠. 첫 구매는 심으뜸이라는 이름과 마케팅이 만들 수 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구매는 결국 제가 설계한 탄탄한 제품 경험과 유통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거든요.
결국 저희는 충돌하는 사이라기보다 아주 세밀하게 '분업'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대표님이 제품의 진정성이라는 방향을 잡으면, 저는 데이터로 그 방향이 맞는지 검증하고 수익 구조를 최적화해요. 이렇게 철학과 전략이 각자의 자리에서 보완될 때, 비브리브만의 가장 건강한 에너지가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Q. 비브리브의 대표 제품 '꼬박꼬밥'은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거대한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어, 새로운 제품을 구상할 때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한 적은 없었나요?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에서 신제품의 성패는 사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잖아요. 그러니 전작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제가 그 기준을 단순히 매출이나 숫자로만 두기 시작하면 오히려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전보다 더 큰 성공을 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고객의 문제를 얼마나 더 다양하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고단백·저당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만큼, 꼬박꼬밥을 단순한 쉐이크 브랜드가 아닌 웰니스 식품의 출발점으로 다시 정의한 거죠.
2025년 하반기부터 카테고리를 넓히며 제가 세운 기준은 딱 하나였어요. "고객이 꼬박꼬밥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이 확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죠.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 하기보다, 우리 브랜드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을 골라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에요.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노브랜드나 GS리테일 같은 대형 유통 파트너사 바이어분들께 직접 브리핑하며 시장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점검받았습니다. 다행히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깊은 공감을 얻었고, 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확신을 쌓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됐죠.
그 결과 약 6개월간의 공동 기획을 통해 누들면, 그릭요거트, 헬시 간편식 등 총 8종의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고객분들이 이질감 없이 제품을 받아들여 주셨고, 지금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더 최적화할지 즐겁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작과의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의 영토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증명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Q. 부대표님은 상업적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COO로 합류하셨습니다. 하지만 식품 시장은 유행이 워낙 빨라, 때로는 브랜드 철학을 따지는 것보다 '돈 되는 파도'에 빨리 올라타는 게 이득일 때도 있잖아요. "이건 무조건 된다"는 사업적 본능과 "이건 우리 결이 아니다"라는 고집이 부딪혔을 때, 솔직히 흔들리지 않으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흔들리죠. 아니, 정확히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몬즙이든 두쫀쿠든, 시장에 불이 붙었을 때 우리도 제품을 얹으면 매출 숫자가 얼마나 예쁘게 찍힐지 제 머릿속 엑셀에는 이미 계산이 다 끝나 있거든요. "지금 안 들어가면 바보 아닌가?" 싶은 순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플랫폼 시절부터 뼈저리게 느낀 건, 똑똑한 소비자들은 '기획된 진정성'을 귀신같이 알아챈다는 거예요. 단순히 돈 냄새를 맡고 급조한 제품은 유행이 꺼지는 순간 브랜드에 독으로 돌아옵니다. 전 그게 무서워요. 눈앞의 몇 십억 매출 때문에 꼬박꼬밥이 공들여 쌓아온 '건강한 습관'이라는 서사가 "결국 얘네도 유행 따라가는 장사꾼이네"라는 한마디로 전락하는 게 전략가로서 가장 큰 손실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전 갈등이 생길 때 '지속 가능한 효율'인가를 봅니다. 유행에 올라타서 얻는 단기 수익보다, 꼬박꼬밥이라는 이름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유지해서 얻는 LTV(고객 생애 가치)가 산술적으로도 훨씬 큽니다. 결국 제 고집은 순수한 정의감이 아니라, 가장 영리하게 브랜드를 지키는 방식인 셈이죠. 당장 매출 1등은 놓칠지 몰라도, 10년 뒤에도 찬장에 남아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게 제가 포기할 수 없는 진짜 '상업적 가치'입니다.

Q. 무형의 서비스를 설계하던 전략가에서 '먹고 만지는' 제품을 다루는 리더가 되셨습니다.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원가 구조를 설계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플랫폼에서는 로직이 맞고 데이터가 검증되면 서비스가 의도한 궤도에 오를 확률이 높았어요. 그런데 식품은 전혀 다른 차원의 변수들이 존재하더라고요. 샘플을 수십 번씩 뒤엎으며 배운 건, 제 머릿속의 '완벽한 기획'이 실제 원재료의 배합이나 아주 미세한 공정 차이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특히 최근 몇 년간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가 정말 많았어요. 글로벌 트렌드 때문에 원재료 값이 뛰고, 국제 정세에 따라 부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걸 보면서 '제조업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엑셀 시트 위에서 원가를 시뮬레이션하던 제 감각이,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앞에서는 참 단순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거죠.
가장 큰 숙제는 '품질'과 '가격'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일이었어요. 아무리 좋은 원재료로 완성도를 높여도,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저항선을 넘어서면 그 제품은 시장에서 존재 가치를 잃거든요. 내부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웠던 제품을 손익 구조가 맞지 않아 출시 직전에 포기해야 했던 순간들이 리더로서 참 아픈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지금 제가 배워가는 건 '제약 조건 속의 최적화'입니다. 단순히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원가와 공정, 시장 가격이라는 수많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내는 것. 그것이 제조업계에 종사하면서 제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겸손함이라는 걸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Q. 고객에게는 "작은 습관이 삶을 바꾼다"고 말하지만, 정작 부대표님의 일상은 어떤가요? 번아웃이 오거나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질 때, 스스로를 지켜내는 부대표님만의 '작은 습관'이 있다면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일과 삶의 경계가 거의 없는 편이에요. 스타트업에 몸담은 이후로는 밤낮없이 몰입하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죠. 그런데 '꼬박꼬밥'을 운영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더라고요. 고객에게는 일상 속 작은 변화를 강조하면서 정작 제 생활이 엉망이라면, 제가 만드는 브랜드에 진정성이 담길 수 없겠다는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저만의 리프레시 루틴을 만들고 있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트렌디한 팝업 스토어나 타 브랜드의 신제품들을 직접 가서 경험해 보는 거예요. 단순히 시장 조사라고 생각하면 또 일이 되겠지만,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산책이라고 생각하니 그 자체로 활력이 되더라고요.
일상에서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약속도 생겼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된 영양을 챙겨 먹으려 하고, 새로운 제품을 접할 때마다 "나는 왜 이 제품에 끌렸을까?"를 짧게라도 메모해 둡니다. 아직도 바쁘다는 핑계로 놓칠 때가 많지만, 이런 작은 기록과 식사 한 끼가 결국 저를 지탱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돕는 가장 단단한 밑거름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Q. 1년 반이 3년처럼 느껴질 만큼 치열한 이 고독한 길에서, 부대표님을 진심으로 웃게 하거나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동료의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에는 기획이나 전략처럼 제가 맡은 전문 영역에만 몰입하면 됐지만, 지금은 조직의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보니 무게감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지난 1년 반이 마치 3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주말도 없이 달렸고, 솔직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도 분명히 있었죠.
그럼에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결국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예요. 특히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냉장 제품인 그릭요거트로 영역을 확장하려던 때가 기억에 남는데요. 생소한 카테고리라 내부적으로 우려가 컸는데, 그때 한 동료가 이렇게 말해주더라고요. "결과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도를 다해보면 좋겠어요."
그 담백한 한마디가 저에게는 단순한 격려 이상의 큰 울림을 주었어요.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내디딜 용기를 얻었거든요. 덕분에 그릭요거트는 성공적으로 출시돼, 지금은 아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리더로서 어깨가 무거운 순간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같은 방향을 믿고 묵묵히 제 곁을 지켜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저를 다시 웃게 해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제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입니다.

Q. 지금까지는 국내 시장의 전문가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을 이끌고 계십니다. 낯선 시장에 비브리브의 깃발을 꽂아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느끼는 생경한 두려움을 어떻게 '확신'으로 바꿔나가고 계신가요?
저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의 치열한 현장에서 보내왔어요. 그래서 처음 글로벌 미션을 받았을 땐 저도 사람인지라 "과연 우리 제품이 낯선 땅에서도 통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시장을 깊이 들여다보니 재미있는 반전이 보이더라고요. 예전에는 경쟁사를 무조건 이겨야 할 상대로만 봤는데, 글로벌 무대에서는 우리 앞길을 닦아주는 고마운 동료로 보이기 시작한 거죠. K-뷰티가 신뢰의 길을 열고 앞선 K-푸드 기업들이 시장성을 검증해 주는 신호를 보면서 "아, 판은 이미 깔렸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저는 의심이 생기면 일단 현장으로 달려가는 편이에요. 작년 하반기에도 아시아 4개국을 돌며 제조사들을 만나고 시장을 샅샅이 훑었죠. 국가마다 취향은 조금씩 달라도 '단백질을 간편한 식사로 즐기고 싶다'는 갈증은 어디나 똑같더라고요. 직접 발로 뛰며 눈으로 답을 확인하고 나니 머릿속 안개가 걷히고 선명한 전략이 세워졌습니다.
최근 아마존(Amazon) 팀과 미팅을 하면서 그 확신이 더 단단해졌는데요. 해외 시장은 보통 근육 성장을 위한 투박한 대용량 단백질이 주류거든요. 반면 저희는 세련된 소용량 포장과 다이어트라는 명확한 맥락을 담은 'K-프로틴'을 제안했어요. 이 차별화된 접근이 현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을 때, 비로소 제 안의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결국 글로벌도 본질은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 해외 시장을 직접 뚫어본 경험이 풍부한 동료들과 팀을 꾸렸고, 지금은 의미 있는 깃발들을 하나씩 꽂아가는 중이에요. 그래서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은 불안함보다는, 이 넓은 시장에서 우리가 어떤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즐거운 고민에 가까워요. 올해는 미주 시장 진출을 포함해 더 본격적인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고요.
Q. 늘 결과가 즉각적인 전장에서 승부해 오셨잖아요. 당장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브랜드 빌딩'의 긴 호흡이, 부대표님께는 때로 답답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나요?
제 지난 10년은 데이터를 바꾸면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는 전장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소비재 시장에 왔을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는 그 정적인 시간이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내 판단이 틀려 브랜드가 그대로 정체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도 있었고요.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제 생각이 틀렸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이곳이 플랫폼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전장이라고 느껴요. 플랫폼은 이미 구축된 기반 위에서 기능을 더해가는 구조지만, 소비재는 신제품 하나를 내놓을 때마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거든요.
실제로 꼬박꼬밥의 오리지널 라인은 4년 동안 누적 1,000만 포 넘게 팔린 메가 히트 상품이지만, 새로 내놓은 고단백·저당 제품은 처음엔 반응이 전혀 달랐어요. 기존 제품이 아무리 1등이어도 신제품은 리뷰나 구매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으시더라고요. 1,000만 포의 신화도 신제품 앞에서는 다시 '0'에서 시작한다는 걸 뼈저리게 체감한 순간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홍보에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경험을 드리기로 했어요. 그렇게 기획한 게 더현대 서울 팝업이었습니다. 대행사에 맡기지 않고 디자인부터 공간 설계까지 팀원들과 밤낮없이 직접 챙겼어요.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꼬박꼬밥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죠.
그 결과 2주 동안 2만 명의 고객이 다녀가셨고, 현대백화점 측에서도 식품 업계에선 이례적인 성과라는 피드백을 주셨어요. 이 경험을 계기로 신제품은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고,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피드백은 다음 제품을 기획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깨달았어요. 소비재는 한 번의 큰 승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운 승부를 무한히 반복하는 구조라는 걸요. 그래서 저에게 이 '지속의 시간'은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아주 밀도 높은 과정이에요.
단 한 번의 성공에 머물지 않으려면 매 순간 긴장감 있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 반복되는 도전들이 쌓여 브랜드라는 거대한 신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면, 매일의 승부가 참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Q. 화려한 직함이나 성과를 다 걷어내고 '인간 김도형'으로서, 함께 뛰는 동료들과 비브리브의 고객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사실 모든 걸 혼자 해결하는 슈퍼맨 같은 리더는 아니에요. 오히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떤 성공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저는 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는 '사람'과 '구조'가 만나서 내는 시너지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현장에 널려 있는 수많은 문제 중에서 우리가 진짜 해결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골라내고, 팀이 나아갈 명확한 방향과 선택지를 제시해 주는 것. 그것이 제가 정의하는 리더의 역할이에요. 저는 대단한 개인 플레이어가 되기보다, 우리 팀이 더 원활하게 움직이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동료들에게는 "저 사람과 일하면 가야 할 길이 선명해진다"는 믿음을 주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모든 정답을 다 아는 척하기보다는,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결정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고객들에게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그분들의 일상을 조금 더 낫게 설계해 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작은 습관이 모여 결국 삶을 바꾼다"는 저희 브랜드의 메시지처럼, 누군가의 하루에 기분 좋은 변화를 선물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오늘의 큐터뷰는 조인후 작가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