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피자스테이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뉴닉이 준비한 따끈따끈 이슈 도우에
뉴니커가 얹은 다채로운 의견 토핑을 맛봐요.
한 판 뚝딱 해치우면,
 “그 이슈, 이렇게 생각해!” 말하는 나를 발견할 거예요.

뉴닉이 준비한 오늘의 피자, 같이 살펴볼까요?

“완전 럭키비키잖앙 🍀.”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그 속에서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찾는다는 뜻의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씨의 유행어잖아요. 많은 뉴니커가 한 번쯤은 써봤을 텐데요. 이 유행어를 사용한 제품을 만들었다가 사과하고 판매를 중단한 기업이 있어요.

바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인데요.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11월 네잎클로버 모양의 ‘럭키비키모찌’라는 제품을 출시했어요. 그런데 “장원영 씨가 모델도 아니고, 동의는 받고 만든 거야?” 하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급하게 판매를 중단한 것. 다만, ‘럭키비키’가 저작권이나 상표권 등록이 되지 않은 ‘유행어’였기 때문에 배스킨라빈스 측은 법적인 제재를 받지는 않았어요.

이에 ‘퍼블리시티권’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의 초상·이름·목소리·유행어 등을 이용할 경우 수익을 나누는 등의 방식으로 권리를 보장하는 건데요. 퍼블리시티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저작권·상표권과 달리 현행법상 애매한 권리에 대해서도 개인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해요. 최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얼굴·목소리 등 개인의 속성을 모방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의 일에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고요. 

하지만 법적인 제재가 자기검열로 이어져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권리의 범위와 대상이 모호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어요. 한편에는 제3자가 상업적 이익을 봤을 경우 등에 한해 퍼블리시티권을 보장하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이러한 ‘유행어 재산권 보장’에 대한 뉴니커 생각은 어떤가요?

2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 475명의 뉴니커가 ‘유행어 재산권 보장’에 관한 생각을 남겨줬어요. 오늘은 이를 싹 모아서 구운 따끈따끈한 피자 확인해봐요! 

유행어 재산권 보장, 어떤 일들이 있었더라?

배스킨라빈스가 장원영 씨의 유행어인 ‘럭키비키’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기 전에도 유행어의 재산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어요. 특히 코미디언들의 유행어를 계약이나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어요.

유행어 외에 유명인의 이미지·이름 등을 상품 홍보에 사용하는 일도 많은데요. 예를 들어 특정인이 착용했던 상품과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여 통칭 ‘OOO 목걸이’, OOO 모자’라고 부르거나, 성형외과에서 “연예인 OOO 같은 코 만들어드려요!” 하고 광고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를 위법인지 판단할 꼭 맞는 관련법이 없어서 비슷한 사례라도 법원 판결은 제각각이었고요.

요즘은 인공지능(AI)으로 유명인의 목소리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요. 영상·음원 등에는 저작권이 있어서 무단 사용을 제한할 수 있지만,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이 없거든요. 일본에서는 성우들이 “우리 목소리 AI에 이용하지 마!” 하고 대규모로 반발하는 일도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해!”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거예요.

퍼블리시티권, 정확히 뭐야?

초상·성명·목소리·서명 등 보거나 들으면 “이건 누구야” 하고 알 수 있는 개인의 속성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예요. ‘초상·성명 등을 허락 없이 이용당해 사생활 등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뜻하는 초상권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에요. 개인의 특성에 대한 권리이기 때문에 예술 작품 등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 ‘저작권’과도 차이가 있고요. 처음 개념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초상과 성명을 무단으로 사용해 피해를 보는 경우 정도에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는데요. 음성·역할·이미지 등으로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예를 들어 보면요. “~슴”으로 끝나는 고슴이의 말투는 ‘창작물’로 보기 어렵지만, 고슴이가 지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잖아요. 따라서 고슴이는 말투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만약 퍼블리시티권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된다면, 개굴이가 유튜브에 “고슴이 말투 따라 하는 법 알려주겠슴!”이라는 영상을 올려 큰 수익을 봤을 때, 고슴이가 개굴이에게 “내 말투잖슴! 수익 일부는 나랑 나누슴!” 하고 요구할 수도 있어요.

“유행어 재산권 보장, 뉴니커는 어떻게 생각해?"

법으로 만드는 건 지나쳐 (57.1%, 271명) 🔴

유행어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처음으로 말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즐겨 사용했던 대중의 몫도 있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어요. 따라서 과도한 상업적 이용은 사회·도덕적 제재로 충분하다는 것. ‘원조’를 따지기 어려운 모호한 사례가 많을 거라는 걱정도 있었고요. 퍼블리시티법이 만들어지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뉴니커도 많았어요.

• OTIL 뉴니커 😑: 유행어가 유행어가 된 데에는 최초로 말한 사람의 몫뿐만 아니라, 이를 널리 쓴 대중들의 몫이 크다고 생각해. 따라서 유행어에 대한 재산권을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건 지나쳐. 지금처럼 도를 넘은 사용을 했을 때 사회적으로 지적하는 수준이면 충분해.

• AY11 뉴니커 🤘: 유행어의 주인이 누구냐를 따지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서 법을 적용하기 혼란스러울 것 같아. 예를 들어 A라는 말을 처음 만든 B가 있고, A를 유행시킨 C가 있다면 유행어 A의 주인은 B일까 C일까? 또, 굉장히 일반적인 말인데 갑자기 유행어가 된 경우라면? 제대로 따질 수 없는 문제라면 법을 만들어서는 안 돼.

• 만쥬리아 뉴니커 🍞: 유튜버 등 수많은 개인 창작자가 피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돼. 당장 처벌받지 않더라도 어떤 유행어를 패러디하거나 풍자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 위축될 수도 있어. 

제한적으로 보장해야 해 (33.5%, 159명)🔵

법으로 제재하는 부분을 기업 등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야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또, 원작자를 명확히 따질 수 있는 경우에만 보장하도록 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 ♡SㅅWㅇ♡ 뉴니커 ❤️: 법으로 권리를 보호하되, 그 제재 수준이 너무 강력하면 안 될 것 같아. 배스킨라빈스 사례처럼 기업이 나서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원작자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밟도록 하되, 개인이 사용하는 경우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해. 다만, 의도와 다르게 사용해 원작자의 이미지 등에도 타격을 주는 경우에는 개인이 그랬어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필요할 것 같아.

• 익명 뉴니커 🤫: 유행어든 초상이든 유명해지기까지 당사자가 했던 노력이 분명히 있어. 이에 대한 재산권을 보장해주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모든 사용을 법으로 통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 이에 대한 이득을 퍼블리시티권 소유자와 함께 나누는 수준으로 법을 만들어야 해.

• 아쇼카 뉴니커 🤓: 유행어는 원작자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따라서 유행어의 ‘주인’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만 유행어의 퍼블리시티권을 법으로 보장하도록 정해야 해. 그래야 서로 자신이 원조라며 싸우는 갈등이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야.

법으로 전면 보장해야 해 (3.4%, 16명) 🟢

관련법이 없어서 재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있어요. 예를 들어 유행어가 곧 자신의 상품인 코미디언의 권리가 그동안 크게 침해됐다는 거예요. 비연예인이 만든 밈을 기업이 이용해서 돈을 버는 일도 많은데, 이는 일종의 아이디어 도용이라는 지적도 있었고요. 법으로 보장해야 원작자가 원치 않는 곳에 사용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뉴니커도 있었어요.

• 에스프레소 뉴니커  ☕: 코미디언처럼 유행어 자체가 상품이고 생계 수단인 사람도 있어. 이들이 지금까지 유행어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서 본 피해가 클 거라고 생각해. 원작자가 분명한 유행어는 저작권처럼 보호받아야 해.

• 민수 뉴니커 😎: 유명인의 유행어뿐만 아니라 비연예인이 만든 밈을 기업이 제품 등에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례가 많잖아. 이는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관련법을 만들어서 다양한 콘텐츠의 원작자를 폭넓게 보호해야 해.

• 모퉁이 뉴니커 ↗️: 원치 않는 곳에서 의도한 바와 다르게 유행어나 초상이 사용되는 일을 제한하기 위해서 관련법이 필요해. 따라서 원작자가 원하지 않는 단체나 인물에게 이득을 주는 경우를 제한할 수 있도록 사전에 동의를 받게 하는 등 퍼블리시티권을 보장하는 절차를 둬야 해.

🍕이런 것도 생각해보자

뉴니커들이 함께 고민해 보자며 던져준 의견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 퍼블리시티권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보다 앞서 퍼블리시티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나라의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아.

• 법과 별개로 문제적인 표현을 유행처럼 쓰거나, 다른 사람의 사진 등을 밈으로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해.

• 권리를 법으로 보호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권리의 범위를 넓혀가는 논의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 같아. 우리가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다른 것들은 없는지 고민해보게 됐어.

피자스테이션 셰프의 한마디 🧑‍🍳

유행어 등의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으로 (1)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2)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기존 법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꼽혀요. 디지털 환경에서는 어떤 정보든 간편하게 복사·변형하고 공유할 수 있잖아요. 이런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음악·영상 같은 창작물과 달리 이름·목소리 같은 개인의 속성을 보호하는 제도는 없는 것. 누구나 언제든 콘텐츠 하나로 이름을 알릴 수 있지만, 상표법·특허법 등으로는 원래 유명인이었던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보호할 수 없고요.

엔터 산업이 커지면서 이름·이미지·유행어 등이 중요한 자산이 됐지만, 이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제대로 관리할 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어요. 엔터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내 이름·사진·스토리 맘대로 쓰지 마!” 하는 소송이 크게 늘었는데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판결이 엇갈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유행어의 경우 ‘소리상표’로 등록해 재산권을 보호받는 방법이 지금도 있긴 한데요. 소리상표는 ‘광고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로 널리 알려지거나, 식별력 있는 특정 단어의 발음을 소리로 표현한 경우’ 등록할 수 있어요. 카카오톡의 알림음 ‘카톡’, 코미디언 김대희 씨의 ‘밥 묵자’ 등이 소리상표로 등록됐다고. 하지만 ‘럭키비키’처럼 광고·방송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어가 된 경우에는 등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퍼블리시티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건 세계적인 추세예요. 퍼블리시티권 개념을 최초로 만든 미국은 몇몇 주에서 퍼블리시티권 관련법을 만들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해 손해를 봤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어요. 퍼블리시티권을 양도·상속 가능한 재산권으로 해석하는 주도 있어요. 일본에서도 관련법은 없지만, 판례를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요. 유럽 국가들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판례가 늘고 있다고.

우리나라도 퍼블리시티권법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어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와 협의해서 퍼블리시티권법을 만들겠다고 밝힌 건데요. 2월 중으로 유명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자신만의 특성에 대한 재산권을 보호받고, 사용 시 정당한 대가를 내도록 규범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이를 통해 AI로 인해 인격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해요. 

하지만, 퍼블리시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해요. 법무부는 지난 2022년 민법에 퍼블리시티권 관련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입법예고를 했었는데요. 당시 (1) 기존 법으로도 충분히 부당한 침해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고 (2) ‘개인의 속성이 가지는 경제적인 가치’라는 개념이 모호한 데다가 (3)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어요. 결국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고요. 때문에 이런 모호성과 다른 권리와의 충돌 우려를 해결하는 게 퍼블리시티권 법적 보장 논의의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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