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고 넘어져도 나는 Chill하니까 🐨 ‘칠 가이’ 밈이 난리인 이유

부딪히고 넘어져도 나는 Chill하니까 🐨 ‘칠 가이’ 밈이 난리인 이유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부딪히고 넘어져도 나는 Chill하니까 🐨 ‘칠 가이’ 밈이 난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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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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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스웨트셔츠와 청바지, 붉은 캔버스화 차림의 세상 여유로워 보이는 캐릭터. 뉴니커도 만난 적 있나요? SNS와 유튜브 등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이 친구의 이름은 칠 가이(Chill Guy). 수많은 패러디와 브랜드들의 센스 있는 응용으로 지금 가장 핫한 밈(meme) 중 하나인데요. 한 미국 매체는 드뮤어(demure), 아기 하마 무뎅과 함께 칠 가이를 ‘2024년 최고의 밈 리스트’에 올릴 정도였어요. ‘칠 가이 코인’까지 등장해 가치가 폭등하기도 했죠.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칠 가이, 왜 갑자기 이 정도로까지 유명해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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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hillipBankss/X

칠 가이는 2023년 10월,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필립 뱅크스 (Philip Banks)가 자신의 인스타그램X(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시작됐어요. 이전부터 다양한 동물을 사람처럼 재해석한 캐릭터들을 만들어온 필립은 칠 가이를 이렇게 소개했죠. 

사실 칠 가이가 처음부터 인기가 많았던 건 아니었어요.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칠 가이를 다른 밈과 합성하거나, 숏폼 콘텐츠를 만들 때 활용하면서 천천히 퍼져나갔죠. 그러다 작년 9월, 틱톡에서 미국 드라마 덱스터(Dexter)의 명장면과 칠 가이를 합성한 쇼츠가 크게 히트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졌어요. 주인공이 “저길 봐. 타인과 친해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잖아”라는 대사를 하며 칠 가이를 바라보는 게 원작과 묘하게 비슷해 보였거든요. 정말로 다른 사람과 쉽게 친해질 것 같은 칠 가이의 느긋한 미소도 킬링 포인트였죠.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쇼츠도 인기를 끌었어요. “지금 당장 너를 행복하게 하는 걸 생각하면서 칠 가이가 되어 봐”라는 메시지가 폭발적인 공감을 얻은 거죠. 단 나흘 만에 조회수 150만 회, 좋아요 32만 회를 기록하면서 칠 가이는 본격적으로 트렌드의 파도를 타기 시작했어요

이미지 출처: 케이스티파이(왼쪽) / 좋은데이 인스타그램(오른쪽)

“애인에게 문자 답장하는 걸 까먹었지만 괜찮아, 나는 칠 가이니까”, “그의 농담이 재미없지만 그는 그저 나를 웃게 하려는 칠 가이라는 걸 깨달아서 괜찮을 때”처럼 칠 가이 밈을 응용하는 콘텐츠들도 많아졌어요. 영화나 드라마 명장면들을 슬라이드쇼처럼 보여주고, 칠 가이가 주인공이 되는 포맷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행이 됐죠.

브랜드들도 유행에 올라탔어요. 핸드폰 케이스로 유명한 케이스티파이는 칠 가이가 주인공인 콜라보 컬렉션을 출시했죠. 미국프로미식축구(NFL)를 중계하는 방송사 CBS의 SNS 채널은 “할 일이 산더미지만 나는 칠 가이니까 일요일에 경기를 몰아볼 거야”라는 숏폼 콘텐츠로 공감을 샀고요. 우리나라에서도 브랜드들이 칠 가이 분위기를 살리거나, 언어유희에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며 유명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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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가이 트렌드에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느긋하면서도 왠지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이어서, 어느 밈이나 콘텐츠에 함께 써도 어울리죠. 캐릭터가 단순하게 생겨서 다양하게 응용하기도 편하고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 때문일 거예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보자”라는 메시지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산 거죠. 

최근 들어 사람들은 ‘차분함’을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찾고 있어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일상이나 여행 속 다양한 모습을 배경음악 없이 보여주는 게 ‘트렌딩 오디오 없는 삶(Life without Trending Audio)’라는 유행으로 각광받는 중이에요. 캄(Calm)이나 헤드스페이스(Headspace) 같은 명상 앱 시장 규모는 이미 2023년에 14억 달러(약 2조 원)를 기록할 정도로 커졌죠. 작년부터 화제였던 저속노화도, 일시적인 자극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나만의 삶의 리듬을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고요.

칠 가이는 그런 메시지를 너무 심각하지 않게, 하지만 진정성 있게 표현해 줘요. SNS와 유튜브에서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는 이미 너무 많아요.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은 ‘나 혼자만 소외돼 좋은 걸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죠. 칠 가이는 이렇게 속도와 자극을 쫓는 세상에 대한 반작용일지도 몰라요. 끊임없는 자극과 속도에 지친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나만의 인생 페이스를 찾길 원하는 마음을 칠 가이에 투영하는 거예요.

몸과 마음의 저속노화를 원하는 우리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인 칠 가이. 이 밈에 담긴 조용함과 여유로움의 가치는 앞으로도 중요한 삶의 주제가 될 거예요. 우리 모두 이미 충분히,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 뉴니커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만의 '칠한' 순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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