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니커, ‘체벌’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과거에는 ‘사랑의 매’라는 말이 널리 쓰일 정도로 훈육 방식의 하나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는데요.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체육계에선 오늘날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2016년에는 성적을 위해 어린 수영선수를 체벌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 ‘4등’이 나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최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돼 화제예요. 손 감독과 코치 2명이 중학생 선수의 허벅지를 봉으로 때려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 이를 두고 ‘프로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 체벌 같은 엄격한 훈육은 빼놓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요. 반면 체벌은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며 성적과 무관하다는 의견도 맞서고요. 이러한 ‘체육계 체벌’에 대한 뉴니커들의 생각을 모아 피자를 구워왔어요.

지난 반죽 3줄 요약

• 체벌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육체적 고통을 주는 훈육으로, 체육계에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 체육계 체벌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일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어요.

• 성과나 교육을 위해 체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이슈의 쟁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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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 없앨 수는 없어 (40.3%, 617명) 🔴

단체 활동을 하며 성과를 내야 하는 체육계 특성상 엄격한 훈육을 위해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다만 정도를 넘어 폭력이 되는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요. 번지점프처럼 위험한 활동을 할 때 사전 동의서를 받는 것처럼 상황에 따른 체벌 기준을 선수와 지도자 사이에 합의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뉴니커도 있었어요. 이성적인 지도자의 훈육을 위한 체벌은 선수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체육전공자 뉴니커도 있었어요.

• 나나킥 뉴니커 🍌: 상황 등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정해두고, 폭력과 확실히 구분한 체벌은 교육적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해. 또, 짧은 기간 내 뛰어난 재능을 증명해야 프로 무대에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선수 입장에선 확실하게 통제된 체벌이 포함된 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 에이미 뉴니커 🎯: ‘나’를 이겨내고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자신을 엄하게 채찍질해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나이가 어린 선수일수록 이 경쟁의 길을 평생의 업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는데, 즐거운 분위기에서만 진행되는 훈련이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어. 

• 지니 뉴니커 🧚: 내가 생각하는 체벌은 체력 단련 등을 포함하는데, 체육계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체벌이 너무 없어져서 교권이 침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도 봐. 성인과 비교해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에게 당근과 채찍 모두 적절히 필요한데 이 중 당근만 줄 수 없다고 생각해.

의견 2. 강하게 금지해야 해 (27.0%, 413명) 🔵

육체적 고통을 주는 훈육인 체벌의 본질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선수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자란 선수가 정말 행복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체벌을 강하게 금지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체육계 내 폭력 문제가 사라질 수 없다고 한 뉴니커도 있었어요.

• 매운맛정승 뉴니커 🌶️: 체벌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기 때문에 성적을 올리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체벌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그 수위가 높아지더라도 제재하기 어렵고, 학대와 훈육 사이 경계가 흐려질까 걱정돼.

• 현이 뉴니커 🌾: 체벌을 단호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체벌의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야. 지도자-코치-선배-후보로 이어지는 위계질서가 강력한 체육계에서 지도자의 폭력은 선후배 사이에까지 이어지고 있어. 어떤 건 괜찮고 어떤 건 안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생길 수 없다면 강하게 금지해야 해.

• 김재용 뉴니커 🐉: 체벌뿐 아니라 강압적인 훈련 방식도 없애야 해. 많은 나라에서 체벌은 물론 지나친 강도의 훈련도 지양하잖아. 이런 방식의 체육 교육 때문에 성인 선수가 된 뒤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도 많아. 오히려 선수 경력을 망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못 하게 해야 해.

의견 3. 교육적 효과가 없어 (21.2%, 325명) 🟢

체벌이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효과 없는 훈육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오히려 트라우마 등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 포테이토피자 뉴니커 🥔: 체벌이 장기적인 교육 효과를 갖는다는 것 불가능한 얘기 같아. 체벌의 효과를 지속하려면 강도가 점점 세져야 할 텐데, 그럴 순 없으니까. 그러므로 체벌에 교육적 효과는 없다고 생각해.

• 얀 뉴니커 🦮: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아. 규율을 어겨 팀에 피해를 끼쳤다면 확실한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경기에 있어서 지도자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벌한다면 오히려 선수들이 창의력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라면 체력 단련 등 다른 방식을 통한 교육도 가능하지 않을까?

• 현 뉴니커 🎹: 체벌은 단기적으로는 지도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훈련을 열심히 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정서 불안에 따른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거로 생각해. 선수들이 엘리트 체육을 시작하는 시기는 보통 청소년기로 정서 발달을 이뤄가는 시기잖아. 체벌을 통해 성적 향상을 기대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봐.

의견 4. 잘 모르겠어 (11.5%, 175명) 🟡

강한 체벌은 선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적당한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 얼큰칼국수 뉴니커 🍜: 학교라면 “안돼”라는 답변을 남겼겠지만 체육계라는 점에서 “모르겠어”를 선택했어. 운동선수들이 가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도자가 말로만 통솔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 체벌과 폭력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도 모호한 것 같아. 

• 로기 뉴니커 🎙️: 체벌이 주는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교육이라고 해도 비인도적 방식이라면 어린 학생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겠지. 어려운 문제 같아.

🍕이런 것도 생각해보자

뉴니커들이 함께 고민해 보자며 던져준 의견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 체벌 이전에 엘리트 체육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결국 자본주의, 성과주의가 밑바탕에 깔린 것 같아. 이를 없앨 수도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 체육계 체벌도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

• 훈련을 시작하기 전 체벌 또는 훈육에 대한 기준을 선수와 지도자 사이에 합의하면 좋겠어. 기준을 정하면 지도자도 그걸 벗어나지 말고, 선수도 감당해야 한다고 봐.

• 스포츠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 프로에 입단하고 국위를 선양하는 게 지상 목표일까?

뉴니커들은 학교·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얼마나 체벌을 경험했을까?

설문에 참여한 뉴니커의 3명 중 2명 이상은 학교·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체벌을 경험한 적 있는 거로 나타났어요. 1~5회 있는 경우와, 10회 넘게 있는 경우가 각각 30%를 넘어 많았고요. 경험한 적 없다고 응답한 뉴니커의 비율은 23%였어요.

전문가들은 뭐래?

(1) 폭력에 대한 체육계의 인식이 아직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이 있어요. 운동부에서 체벌과 폭언이 문제가 된 사례가 많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부상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는 지도는 필요하지만 예전처럼 체벌로 훈육하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며 “체육 지도자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2) 체육 교육에 대해 학부모와 지도자가 충분히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요.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최근 학부모들이 아이 문제에 조기 개입,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소송·민원에 앞서 학부모가 지도자와 충분히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해요.

(3) 시민단체는 학교 밖 스포츠클럽이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내놓아요. 학교 내 폭력은 제도 보완을 통해 많이 개선됐지만, 학교 밖 스포츠클럽에는 법이 손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 정부의 실태 조사도 잘 이뤄지지 않고요. 

(4) 체육계에서 폭력 문제가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로 ‘성적 지상주의’를 꼽아요.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선수는 진학·취업이 결정되고 지도자도 자기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 보니 폭력이나 다름없는 체벌도 경기력 향상 수단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고, ‘문제아’로 찍힐까 문제를 호소하기도 어렵다고. 이에 전문가들은 대회 성적으로 진학하는 체육 특기자 제도나, 1년 내내 훈련하는 강압적인 체육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요.

(5) 정부의 선수 인권 보호 시스템이 느슨하다는 비판도 많아요.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실무자가 자주 바뀌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고요.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잦다고. 전문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관이 부족한 거예요. 2020년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체육계 인권침해 문제를 전담하는 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가 문을 열었는데요. 인력도 조사권도 부족해 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해외 사례는 어때?

해외에도 체육계의 체벌로 인한 문제가 나오고 있어요. 유도의 본고장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체벌 등에 대한 압박 때문에 2022년 기준 어린이 유도 선수가 2004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중국에서도 중학교 태권도 선수에게 사범이 지나친 체벌을 내려 논란이 일었던 적 있고요. 미국 고등학교에서도 코치가 체벌로 팔굽혀펴기 400개를 시켜 학생들이 입원한 적 있어요.

우리나라같이 성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 문화가 강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체벌 문제가 크게 떠오르지 않아요. 독일 등 유럽 국가가 대표적인데요. 우리나라 체육 교육과의 큰 차이는 교육 체계예요. 체육 교육은 크게 재능 있는 소수를 전문 지도자가 집중 양성하는 엘리트 체육, 건강 및 여가를 위해 누구나 즐기는 생활체육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엘리트 체육에만 투자·지원이 집중된 우리나라와 달리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유럽 국가에서는 생활체육 선수가 엘리트 체육 선수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학생 선수라도 꼭 진로를 프로로만 생각하지 않아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고요. 인생을 걸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 교육 문화도 강압적이지 않은 거예요.

뉴니커, 이번 피자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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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피자 맛은요

지난 ‘디지털 단두대’ 피자스테이션에 대해 뉴니커 여러분이 남겨준 피드백을 살펴봤어요.

🍕단순히 ‘팔로우를 끊는다’라고 생각했던 행동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워요. 개인적인 차원의 차단이 아닌 집단적인 행동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차단’은 행동을 권장하고 토론 문화를 조장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와닿았어요. 정말 좋은 토론 주제였던 것 같아요.
🍕바뀐 피자스테이션 맘에 쏙 들었어요! 전에는 너무 반반씩 나눠서 토론하는 느낌이었는데, 다수가 모여 이곳 저곳에서 “저요 저요!” 하면서 의견을 들려준 느낌이라 좋았어요.
🍕사실 이 피자스테이션을 읽기 전에는 ‘디지털 단두대’조차 몰랐고, 내 생각과 비슷한 사람만 팔로우 했어요. 그런데 팔로우 하지 않는 것과 차단하는 것은 관념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뉴닉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제하고 풀어내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