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ADHD는 아주 유명한 YES맨임.(거절 못 하는 사람 주목!)

6화. ADHD는 아주 유명한 YES맨임.(거절 못 하는 사람 주목!)

작성자 맹홍미

ADHD와 동거하기

6화. ADHD는 아주 유명한 YES맨임.(거절 못 하는 사람 주목!)

맹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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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aengho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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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요. 전 소심보단 대범에 가까운 사람인데 말이에요. 싫다고 대답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요.🤔 거절하느니 직접 해주고 말아요. 그렇게 학교에서 맡은 팀플 팀장이 4283920개랍니다. 근데 이게 알고 보니 ADHD 때문이라네요?🤷‍♀️

안녕하세요. 지식 메이트 4기 예스맨 맹홍미입니다.

언제부터 거절을 어려워했는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ex. 빨리 날아와 줘)이 아니면 웬만하면 해줬던 것 같아요. '그냥 조금 잠깐 힘들지 뭐.' 이런 생각이었어요. 헌신이나 희생과는 거리가 멀고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부탁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껄끄러웠어요.😖 정말 불편했죠.

이렇게 거절 못한 약속이 한 두 개가 아니에요. 누군가 만나자고 했을 때, 그다지 내키지 않아도 시간이 되긴 하니까 매번 OK를 해요. 거기 가서 또 막상 잘놀고요. 하지만 종종 집을 오면서 회의감이 들곤 해요. 돈을 생각보다 많이 썼거나 (오랜만에 만난 상대라면) 너무 어색해서 혼자 광대 노릇을 하고 온 경우에 더 그렇죠. 이때 오바 하다가 실수한 건 없나 생각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덤이고요.

약속이 끝나고 동태눈이 되는 홍미

그러다 그런 특성이 '거부 민감성(거부민감성불쾌감)'일 수도 있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거부 민감성은 사람들에게 거절이나 비판, 놀림 등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애인데요. 예를 들면 식당에서 점원에게 물을 두 번이나 부탁한 상황에서 그 사람이 본인을 꺼린다고 해석하는 거예요.😭

물론 이런 특성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ADHD는 감정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가 갖고 있다고 하네요. 더불어 거절에 대한 회복도 어렵고요. 저도 이런 경우인 것 같아요. (체크리스트에선 1,2,5,7번이 해당했슴.) 거절로 인한 상황을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닌데 계속 곱씹어 봐요.😞 '이러면 어떻게 하지? 저러면 뭐라 해야 하지?'라고 하면서요. 직접적인 거절을 못 해서 '회피'라는 간접적인 거절로 나타나는 상황도 더러 있어요.🙂‍↔️ 특히 상대의 호감을 거절할 때나 애인과 갈등이 생길 때 그 특성이 두드러져요.

일단 '전화 번호를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는 게 진땀이 날만큼 어려워요.💦 한 번 보고 말 사이면 괜찮은데요. 계속해서 봐야 하는 사이가 있잖아요. 물론 단순히 번호만 주고 받는 건 할 수 있죠. 번호를 교환한 뒤에 오는 연락이 문제예요. 연락하고 싶지 않은데 그 말은 쉽사리 입에서 떨어지지 않고요.🤐 계속해서 저도 모르게 이어 나가게 되면 이불을 여러 번 찹니다. 그러면서 강구한 방법이 '점점 멀어지기'에요. 연락하는 텀을 점점 늘리다가 최종적으론 '안읽씹'을 하는 건데요.👀 전형적인 회피형의 수법이죠. 언제는 한 번 친구가 너처럼 대답할 바엔 차라리 솔직히 말하는 게 낫겠다며, 그게 더 상처라고 말한 적이 있었네요. 하하.😅 (하지만 ADHD쨩...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날 힘들게 하는걸...!)(그리고 이럴 때마다 생각해요. 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절 안 좋아하고 제가 안 좋아하는 사람은 절 좋아하는지에 대해서요.)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애인과의 갈등도 힘들어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단 건 알아요. 그런 의미에서 연인끼린 많이 싸워봐야 한단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전 굳이 얘기를 꺼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요. 그 일련의 과정이 복잡하고, 피로하게 느껴져요. 안맞는다 싶으면 점점 멀어집니다. 이런 와중에도 '헤어지자'는 말을 잘 하지 못해요. 그것도 일종의 거절이니까요. (이게 쓰다보니 스스로도 답답한 사람 같네요. 휴.)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지만, ADHD는 누가 한 번 찍으면 깊게 찍혀서 문제인 것 같아요.(너덜너덜한 나무...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거부 민감성은 ADHD 남성보다 여성에게 특히 더 두드러진다고 하는데요. 거절에 대한 반응을 예상하는 건 물론이고 그걸 쉽게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부주의 등을 이유로 어린 시절에 소위 '혼날' 일이 많이 생기면서 타인의 반응에 예민해지면서 더욱이 그럴 수 있고요.🥲

그러니까 주변에 ADHD가 있다면 한 번만, 아주 살살 거절해 주세요. 무심코 던진 거절에 ADHD 맞아 죽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나저나 저도 거절❌하는 법을 열심히 연습해야 하겠어요.음, 어떻게 하는 거지.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다음 아티클에서 계속…?합니다-(글감 떨어짐 비상🚨)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티클 작성할 때 풀어내 볼게요🤍

*글쓴이가 모든 성인 ADHD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이 글은 그저 한 사람의 에피소드로 이해해 주세요. ADHD가 의심된다면 정신과에 내원하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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