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대학생입니다 근데 이제 총 네 개의 직업을 곁들인
작성자 맹홍미
ADHD와 동거하기
5화. 대학생입니다 근데 이제 총 네 개의 직업을 곁들인
요즘 듣는 말이 있어요. 바로 '내 주변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산다는 건데요. 흠, 생각해 보니 주변에 저 같은 사람이 없는 것 같긴 하네요.🤔 많은 친구가 자격증 공부나 인턴을 준비할 때 혼자 다른 길을 걸었거든요. 사실 그 길도 한두 개가 아니랍니다. 학교에 다니기는 학생이기도 하고요. 옷을 파는 사장이기도 하고요. 촬영하는 모델이기도 하고요. 열심히 하진 않지만 일단 취업 준비생이기도 해요. 와! 지금 직업이 네 개네요. ✨
안녕하세요! 지식 메이트 4기 어쩌다 보니 N잡러 맹홍미입니다.
어쩌다 그렇게(?) 됐냐고 하면요. 음... 글쎄요. 예전부터 일 벌이기 장인이었다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네요. 하고 싶은 게 항상 많았거든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어 근데 그것도 재밌어 보이는데...😩' 보통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우울증을 치료하고 난 후부터는 ADHD 특유의 행동력과 과집중이 폭발하면서 그 생각을 모두 실천으로 옮겼고요. (4화 때 냅다 집을 나온 것처럼요.)
이렇게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해서 부모님을 놀라게 해드린 적이 여러 번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뜬금없이 빈티지샵을 열었던 거예요. 당시에 옷이 꽉꽉 담긴 비닐봉지 여섯 개를 끌고 왔을 땐 엄마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으셨어요. 봉지 하나의 크기가 쌀포대 20kg쯤 됐었거든요. (이때 엄마는 마침내(?) 딸이 쇼핑 중독에 빠졌구나 하고 억장이 무너지셨대요. 옷장사 때문인 걸 듣고 그나마 한숨 돌리셨다고...)
물론 빈티지샵은 SNS마켓에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해서 규모는 굉장히 작았는데요. 부모님께선 취업을 우선시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탐탁지 않아 하셨죠.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밤늦게까지 옷을 다리고, 촬영하고, 편집했죠. 학교 창업 프로그램을 찾아서 마케팅 멘토링을 받기도 했어요. 아무런 계획 없이 옷만 사놓고 벌인 일이었는데 일단 시작을 하니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덕분에 개업한 지 3개월이 좀 안 됐을 때 자본금의 50% 이상을 회수할 수 있었어요. 재구매하는 손님도 꽤 있었고요. 결과가 나타나니 부모님께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직장도 다니고 있었는데 어떻게 동시에 한지 모르겠어요. ADHD의 행동력과 과집중이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던 도중, 빈티지샵을 잠시 중단하게 됐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게 됐거든요. 실업급여 제도 같은 경우엔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는 건 금지라 휴업을 신청했죠. 그렇다고 이대로 빈티지샵을 썩힐 수는 없었어요. 애착은 당연하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일이었거든요. 원래 금방 싫증을 잘 내는 타입이라서요.
ADHD는 실제로 지속적인 행동을 어려워해요. 정신적인 지구력이 낮다고 해야 할까요? 이유는 ADHD의 실행 기능 결함 때문인데요. 실행기능은 사고와 행동의 의식적 조절과 관련된 정신 기능을 말해요. 만약 이게 없다면 집중 효율성이나 반응 억제 등에 문제가 생긴답니다.
도파민 분비량 때문에 지구력이 좋지 않은 것도 있어요. 비ADHD는 싫어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나오는 도파민 분비량이 차이가 없는데요. ADHD는 그 차이가 극명해요. 결국 ADHD는 소위 '도파민이 안 터지는', 재미없는 일이면 바로 때려치게 돼버리죠. 남보다 몇십배, 몇백배는 지루함을 느끼니까요. 음... 솔직히 고백하면, 개업한 지 3개월을 넘어가니까 일이 조금 지루해지긴 했어요. 그래도 업무를 끝내가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고, 많은 재고를 처리해야 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후자가 더 큰 이유인 건 안비밀)
아무튼, 빈티지샵은 잠시 멈췄지만, 나중을 위해 SNS로 홍보용 계정을 만들었어요. 룩북 콘텐츠를 찍고 올리는 용도였는데요. 이때부터 모델 일을 구하게 됩니다. 촬영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스냅 작가님과 협업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어요.
일상이 좀 부산스럽죠? 이거 했다가 저거 하고, 저거 했다가 그거 하고... 이런 식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번아웃이 자주, 그리고 쉽게 오기도 해요. 이 글도 늦어도 지난주엔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이제야 쓰고 있네요. 중간고사가 끝나니까 무기력했거든요. 에너지 넘치게 돌아다니다가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오지 않곤 해요. 그래서 벌인 일을 마무리를 짓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런데도 이런 생활을 하는 건, ADHD를 갖고 있는 제 나름의 생존 방식이에요. 다른 사람처럼 하나만 진득이 했다면 진작에 도태 됐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과정도, 결과도 없을 테니까요. 이것저것 일단 시도해 보면 경험은 쌓이니까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남들과 다른 걸 한다고 해도 큰일 나는 것도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다양한 영역에서-최고는 아니어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닉네임도 그런 뜻에서 지었거든요. 움 맹, 무지개 홍, 아름다울 미. 다채롭게 아름다운 인생이 됐으면 합니다.🌈
곧 종강이 보이는 지금은 슬슬 취업 준비에 돌입(해야만)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도 도파민 레이더는 재밌어 보이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요즘은 영어 회화에 관심이 생겼어요. 뭐... 회화 스터디 같은 활동을 하다 보면 오픽 같은 자격증을 딸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요. 하하.
-다음 아티클에서 계속...? 합니다- (글감 떨어졌음 비상🚨)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티클 작성할 때 풀어내 볼게요🤍
*글쓴이가 모든 성인 ADHD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이 글은 그저 한 사람의 에피소드로 이해해 주세요. ADHD가 의심된다면 정신과에 내원하길 권장합니다!
ADHD 번외일기: 삼각대를 샀다. 룩북 콘텐츠 촬영용이었다. 촬영을 마쳤다. 삼각대를 정리하다가 접으면 안될 곳을 접어서 뽀각- 하고 부러졌다. 기후위기시대에 다회용도 일회용으로 만드는 나. 조심성 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