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2N살에 가출한 사연(레전드 사건 발생🚨)

4화. 2N살에 가출한 사연(레전드 사건 발생🚨)

작성자 맹홍미

ADHD와 동거하기

4화. 2N살에 가출한 사연(레전드 사건 발생🚨)

맹홍미
맹홍미
@nnaenghongmi
읽음 2,397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이게 맞나...?

음, 나 지금 방 보고 있는 건가.

어라, 나 지금 짐 싸는 건가...

나 진짜 나가는 거야?!?!?!

비 오는 어느 날, 집에서 뛰쳐나가고 자취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했던 의식의 흐름이랄까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행동에 의문을 품었죠.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몰랐거든요.

안녕하세요! 지식 메이트 4기, 멈출 수 없는 맹홍미입니다.

원래는 자취 생각이 그다지 없었습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친구의 말에 썩 내키지 않았거든요. 집을 나간 이유는 아주 사소한 계기였습니다. 엄마와 종종 있던 작은 말싸움이었어요. 가족이 항상 사이가 좋을 수는 없잖아요.🥲

근데 그날은 왠지 분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뭐에 씌었나 싶기도 합니다. 집을 나가기엔 모아 놓은 돈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ADHD는 그런 상황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앞뒤 재지 않고 독립을 생각함과 동시에 제 손은 이미 짐을 싸고 있었어요. 부모님께 짧은 내용의-자취방을 구하면 다시 돌아오겠다는-메모만 남겨두고 가출을 해 버립니다. (돌이켜보면 약간의 죄송함이 들긴 합니다만... 그땐 설득을 하는 과정도 버겁게 느껴졌어요.)

지금이야 유쾌하게 쓰지만 막상 나오니 막막해서 조금 울기도 했습니다.

한 일주일 좀 안되게 친구집에 머무르면서 학교 근처로 방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당시에 잠깐 일을 하던 시기라, 새벽같이 나와서 방을 보고 출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있는 돈 없는 돈을 정말 탈! 탈! 털어 작고 귀여운 방을 구했죠. 계약금을 걸어놨을 때, 그제야 부모님께 연락해 선언을 합니다.

자취방 구했어. 거기서 살 거야 이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빠의 말씀이었습니다. "어우... 딸... 세게 나가는데...😟" 아마 이렇게까지 큰 반항(?)을 할 거라고 예상을 못하셨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계약금은 버리고 다시 들어오라고 설득하셨지만, 강경하게 거절하고 자취방 생활을 시작합니다.

하하...자취를 시작하니 주변에서 들은대로 돈이 꽤 나가긴 하더군요. 고정된 직업 없이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위 '프리터'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깨달았죠. 들숨에 만원, 날숨에 이만원이 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1인 가구도 가구라고, 작고 크게 필요한 물품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집은 나왔고, 용돈도 안 받겠다며 큰 소리 떵떵 쳤는데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죠. '내가 나를 먹여살린다'라고 생각하면서 정신차리는 수밖에요.😩 비록 대학도 아직 졸업 못한, 무일푼의 백수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무척 행복했어요. 취향에 꼭 들어맞는 인테리어를 하는 게 기분이 좋았거든요. 부끄럽지만 가사노동을 정말 하나도 몰랐던 지라 그걸 배우는 재미도 있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다는 점에서 왠지 모르는 해방감과 진정한 어른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꼈죠. 자취 며칠 간은 스스로 기특해했답니다. 집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랑 화해도 해서 마음에 걸릴 것도 없었거든요. 아빠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전보다 걱정을 덜 하시기도 했고요.

안녕히 계세요 엄마아빠~

폭풍같은, '급발진 레전드' 사건 후에 담당의 선생님께 우스갯소리로 이 얘기를 해드렸어요. 행동력에 스스로 놀랐단 말을 덧붙이면서요. 매번 알 수 없는 무기력에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시작을 하지 않은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걸 들은 선생님의 말씀은 웃기기도, 묘하기도 했어요.

음... 홍미님께는 더 이상 우울증 약을 늘리지 않겠습니다.

이유는 이랬어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우울증이 생기면 무기력이 찾아오기 십상인데요. 우울증 약을 먹으면 정서가 안정돼다보니 잃었던 행동력을 되찾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때 환자의 자살률이 살짝 증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제 경우엔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나서 행동력을 되찾는 정도가 아니라, ADHD의 특징인 충동성이 튀어나온 거에요. 그러니 행동력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고요.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 그게 제 본모습이었던 겁니다.🥵

그렇다. 우울증과 ADHD는 그 특징을 상쇄하고 있던 것이다... 근데 이제는...
ADHD가 우세한 상황인...

이런 충동성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ADHD의 큰 문제로 여겨져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근데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썩 단점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으니까요. 뭐든 경험해서 나쁠 건 없단 주의라, 설령 자취를 하면서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건 성장의 계기가 될 거잖아요.

게다가 이런 충동성이 인류 생존에 기여했을 수도 있단 사실을 아시나요?🤔 고대 시대에 ADHD인이 리더 격(?)이었을 거란 몇몇 전문가의 말이 있거든요. 그 당시엔 ADHD가 생존에 아주 유리한 특성이었다고 하는데요. ADHD의 충동성은 엄청난 행동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비ADHD인이 야생동물을 잡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ADHD인은 고민없이 들입다 죽창을 찍어 날렸단 겁니다.🗡️ 사냥과 같은 행위는 굉장한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에 끝까지 쫓아가 잡았을 거라고 하네요.

추가로, ADHD의 산만하단 특징 역시 주변의 위험을 잘 감수할 수 있어서 위기에 잘 대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그러니 수렵채집사회에선 ADHD가 어마어마한 이익을 봤을 거에요. 현대사회에 와서야 자원이 풍부하고 안전하니, ADHD가 더이상 유리하지 않을 뿐인 거죠. (전국의 ADHD인들아 모두 힘내! 우리는 충분히 멋지고 가치있는 사람들이야!✨)

물론 충동성은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해요. 제 경우엔 그게 말실수로 이어졌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고친 것 같지만 어렸을 땐 눈치없단 소리를 종종 들었답니다. 생각을 충분히 하지않고 툭, 내뱉었기 때문이었죠. 그땐 뭐가 문제인지를 몰라서 대인관계에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그 단점이란 것도 상대적이라 보고 있어요. 제가 충동성 '때문에' 대인관계에 고충이 있긴 했지만, 충동성 '덕분에' 넘치는 행동력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현재는 강점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요. 여러 일을 거침없이 시도하는 게 부럽다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었답니다. 실제로 대학생 신분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전 여러 역할을 맡고 있어요.

하하, 이거 때문에 엄마가 '또' 뒷목을 잡으시기도 했었는데... 그게 뭐냐면요...

-다음 아티클에서 계속 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티클 작성할 때 풀어내 볼게요🤍

*글쓴이가 모든 성인 ADHD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이 글은 그저 한 사람의 에피소드로 이해해 주세요. ADHD가 의심된다면 정신과에 내원하길 권장합니다!

ADHD 번외 일기: 다이소에서 생필품 여러 개를 셀프 결제했다. 사람들이 복작복작해서 시끄러웠고 ,기다리는 친구도 있었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열었다. 어라, 똑같은 상품이 두 개가 들어있잖아? 물건을 겹쳐서 꺼내놓곤 하나만 결제했나 보다. 하나를 반납하려고 매장에 재방문을 했다. 으잉? 근데 내가 구매한 내역에 해당 상품이 없다네? 알고보니 그 상품을 애초에 바코드 찍지도 않고 가방에 넣어 놓았던 것이었다! 아이고, 홍미야~ 하마터면 도둑이 될 뻔 했잖니...

(심지어 매장을 가려고 탑승한 버스에서도 정류장을 지나쳐 걸어갔단 사실...)

응원 카드 감사합니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