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수학 5등급이 국어 1등급으로 졸업한 방법⬇️⬇️⬇️(캡션 확인)

3화. 수학 5등급이 국어 1등급으로 졸업한 방법⬇️⬇️⬇️(캡션 확인)

작성자 맹홍미

ADHD와 동거하기

3화. 수학 5등급이 국어 1등급으로 졸업한 방법⬇️⬇️⬇️(캡션 확인)

맹홍미
맹홍미
@nnaengho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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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보는 뉴니커, 국어 1등급의 방법이 궁금해서 들어오셨나요? 죄송하지만 사실 그런 노하우를 가르쳐 드리긴 어렵습니다. 저만 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바로 '과집중'이란 능력이 있기 때문인데요.

안녕하세요! 지식 메이트 4기 0 아니면 100 맹홍미입니다.

과집중은 ADHD의 특성 중 하나에요. 낮은 주의력과는 별개로 흥분과 보상이 있는 일에 있어선 완전한 몰입 상태를 보여요. 한 번 꽂힌 것에 미친 듯이 파고드는 거예요.

국어를 1등급으로 졸업할 수 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에요. 학창 시절, 과집중의 대상이 국어였던 거죠. 물론 처음부터 과집중했던 건 아니었고요. 사실 공부에 썩 관심이 없어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거든요. 그 시기엔 모두가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는데 말이에요. 목표가 없어서 방황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틈만 나면 자느라 수업도 잘 못 듣기도 했고요. 하하. 핑계는 아니지만 ADHD는 종종 각성계의 조절 이상으로 수면 장애를 동반하고, 생체리듬이 뒤로 밀려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ADHD치료제인 콘서타를 복용한 올해부턴 낮잠을 한 번도 자지 않았는데요. 가끔 고등학교에 다니던 맹홍미를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좀 더 일찍 먹을걸!)

고등학생 홍미의 데일리 루틴~ 막이래

아무튼 국어를 포함한 여러 과목을 공부하기 시작한 건 열아홉 살, 그러니까 고3 때였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인데요. 그분은 제게 있어서 '뉴닉'이었답니다. 수업 시간에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을 나눌 시간을 주셨거든요. 보는 시야가 넓어지니까 자연스레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일도 생겼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책상에 더 이상 엎드리지 않게 됐죠.

어휴, 근데 있잖아요. 책상에 앉아 있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수학의 수자만 봐도 치가 떨렸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수학은 소위 '찍는' 과목이었고요. 다른 친구들이 미분할 시간에 재밌어하던 국어랑 사회탐구 과목에 시간을 쏟았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이 오르더라고요. 특히, 한 번은 국어 시험에서 문법 파트가 어려웠는데 거의 다 맞았던 걸로 기억해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선생님께 공부로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보게 됐죠.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기쁜 마음에 더 과집중했던 것 같아요. 국어 문제만 주구장창 풀다가 해 뜨는 걸 본 적도 있었네요.

칭찬에 약한 홍미

어찌저찌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대학에 다니는 지금은 과집중하는 요소가 옷이에요. 과장을 좀 보태 생활비의 절반을 옷에 쓰다가 심지어 옷 가게까지 운영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옷 가게를 학업 등 여러 일과 병행해야 하지만 부담으로 느껴본 적은 크게 없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일할 때만큼은 쌩쌩했고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밥이고 화장실이고 업무를 다 마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아요. 가끔 사진 편집을 하다 보면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연스레 호흡을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하. 뉴닉 아티클도 처음으로 다 쓰고 났을 땐 머리가 어지러웠답니다. 과집중하면서 숨을 참아버린 거죠. 평소 책상에 30분도 앉기 어려워 하는데 2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후딱 지나갔는지... 과집중이 발현될 때면 스스로 매번 신기해요.

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집중을 다른 데에 분산해서 쓰면 해결되는 거 아닌가?'라고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건 되게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관심 있는 분야에 한정해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게 너무 과다한 나머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까먹고 말아요. 2화에서 언급했듯이, 학교와 알바 생활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거죠. (사실 지금도 학교에서 강의는 안 듣고 아티클 쓰기 바쁩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는... 손이 멋대로 움직여버려...!!!) 과집중이 겉으로 보기엔 되게 좋은 특성 같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엔 어려운 거죠.

ADHD가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도 과집중과 연관이 있어요. 보통은 자극적인, 도파민을 폭발할 수 있는 활동에 과집중하니까요. 게임, 도박, 쇼핑 같은 것 말이에요. 저는 아직 다행히 심각한 위험에 빠질 만한 활동에-자각을 못 한 걸 수도 있지만-과집중해본 경험은 없는데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습성은 문제라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약을 먹고 각성이 활발할 시간에 방 청소같이 귀찮은 일을 해치우고, 그 뒤에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예전처럼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을 아예 못하고 잠들진 않는 것 같아요.

처음에 제 소개를 하면서 0 아니면 100이란 말을 했는데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말 그렇죠? 집중을 아예 안 하거나 너무 하거나 하니까 말이에요. 이렇게 보면 ADHD가 가장 무시하는 말이 과유불급인 것 같아요. 집중력만 과하면 다행인데 행동력도 과할 때가 있거든요. 비가 오는 날 냅다 가출한 스스로를 보며 깨달았어요. '너... 돈도 없잖아...!!!'

과연 홍미가 집을 나간 사연은?

- 다음 아티클에서 계속합니다 -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티클 작성할 때 풀어내 볼게요🤍

*글쓴이가 모든 성인 ADHD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이 글은 그저 한 사람의 에피소드로 이해해 주세요. ADHD가 의심된다면 정신과에 내원하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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